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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ROINES Feb 27. 2018

쿼츠는 어떻게 글을 쓰나

글로벌, 밀레니얼 세대의 콘텐츠 소비 욕구를 파악하다.

뉴미디어 업계에서 일한다고 하는 사람들, 특히 기자 출신들이, 특히 저처럼 경제지 출신들이 어김없이 동경하는 미디어가 미국의 '쿼츠'입니다. 애틀랜틱 미디어라는 거대 미디어의 사내벤처로 시작했고(나름 안정적), 혁신적인 문법을 동원했고, 기술의 힘을 빌렸으나 기술에 완전히 의지하진 않았죠. 한마디로 저널리스트가 할 수 있는 뉴미디어인 셈입니다. (쿼츠에 대한 소개는 동아일보의 '이 기사'를 참조하세요.) 그 점에서 기술에 무게가 실려있는 버즈피드 등과는 약간 차별화되죠. 정말 굳건하다 표현도 부족한, 돌덩어리 같은 한국 언론 업계 입장에서 보면 너무나도 멋진 성공사례입니다. (성과는 MAU 600만 이상, 매출 300억원 이상, 영업흑자 구조로 알고 있습니다.)


이 쿼츠의 성공기반이 바로 '쿼츠 스타일 가이드'입니다. 쿼츠의 혁신적인 문법, 출입처 파괴, 모바일 및 비주얼 중심 철학이 담겨있죠. 쿼츠는 원칙적으로 이 가이드를 외부에 공유하지 않으나, 또 구하고자 하면 구해 지더라고요. (물론 옛날 버전이고, 지금은 업데이트 됐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번역을 해 봤고요. 전문을 올리려다가, 원래 공유 안되는 문서라고 해서 요약만 올려봅니다. 크게 철학이 나와있는 'section 1'과 글쓰기의 원칙을 정의한 'section 2'로 나뉘어져 있는데, section 1의 내용만 정리해 봅니다.




이건 다른 기사에서도 많이 나왔는데, 스타일가이드의 모두를 '독자에 대한 정의'로 시작하는 게 인상적입니다. 사실 너무 당연한건데, 소비자를 정의해야(페르소나라고 하죠.) 이에 걸맞는 프로덕트가 나오죠.


요약하면 1. 기존 경제질서에 종속되지 않고 2. 커머스, 디자인, 기술이라는 '새로운 언어'에 익숙하고 3. 모바일 디바이스를 통해 정보를 접하고 4. 기존 네트워크를 파괴하는 사람들이며 5. 변화에 흥분하고 6. 많은 정보보다는 중요한 정보를 알고 싶어 하며 5. 도전받기를 원하지만 말발만 세우는 건 싫어하고 6. 다른 문화에 대해 배우고 싶어하지만 차이보단 공통점을 발견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입니다. (멋지죠. 이렇게 소비자를 정의내렸다는게.)


그리고 나서 자신을 정의합니다. 목차만 읊어보겠습니다. 1. 중요한 것과 흥미로운 것의 교차점에 있는 것을 쓴다. 2. 독자의 시간을 존중하라 3. 소셜을 생각하라. 4. 모바일을 생각하라. 5. 글로벌을 생각하라. 


이런 원칙 하에 '뭔가(Thing)'을 만들어야 한다고 합니다. "야, 여기 뭔가 있어"라고 말할 때의 '뭔가'인데요. 눈길을 사로잡는 콘텐츠입니다. 예를 들어 "해커가 브런치를 공격했다"는 재미없지만 "브런치의 바보같은 비빌번호 톱 50"은 재밋다는 거죠. '뭔가'의 예시는 다음과 같습니다. 1. 깜짝 놀랄만한 흥미거리나 통계 2. 트렌드를 분명히 보여주는 차트 3. 당신이 반드시 봐야 하는 사진 4. 권위있고 긴 피처기사 5. 단독기사 6. 아주 강력한 논쟁 7. 좋은 제목 8. 좋은 재담(才談)


그리고 쿼츠의 시그니처 상품인 '옵세션(obsession)'에 대해 설명합니다. 쿼츠는 정치, 사회, 연예 같은 전통의 카테고리를 다 버리고 사이트 전체를 '속보'와 '옵세션' 으로 구성합니다. 특정 이벤트나 트렌드에 말 그대로 '집착'해서 제대로 된 콘텐츠를 만들겠다는 건데요. 옵세션 역시 아래와 같이 넘버링으로 설명해 보겠습니다. 1. 많은사람들의 삶을 근본적으로 바꾼 이슈거나, 바꿀 이슈. 2. 역사 중에 기록될만한 사건. 3. 전통적인 흐름을 끊은 사건. 4. 대답하기 힘든 질문에 대한 대답을 포함하고 있을 것. 5. 커뮤니티가 관시을 가질만한 사건.


마지막으로 유의사항을 정리하는데요. 역시 넘버링으로. 1. 드라이하고 중립적인 톤의 스트레이트를 피하라. 읽기 지겹다. 2. 독자가 지적이고, cosmopolitan이며 구글을 사용할 줄 안다는 것을 전제하라. (하나하나 다 설명하지 말아라) 3. 자기 의견을 고집하라, 비난해도 좋다. 그러나 말발로 떼우지 말고 경솔하거나 건방지지 마라. 4. 유머러스하나 싸보이지 마라. 5. 협박하거나 가르치려하거나 독자를 낮게 보지 말라. 6. 결론지으려 하지 말라. 할만큼 하고 나중에 계속 써라.




독자 제위중에 기자생활을 해 본 분들이라면...많이 다르죠? 우리가 배웠던 원칙과는 거의 정 반대로 갑니다. 그런데 이게 밀레니얼이고, 이게 글로벌입니다. 뭘로 증명하냐고요? 성과로 증명하죠. 창업 5년에 이 정도의 성과를, 그것도 매우 대단한 테크의 도움 없이 왔다는 건 놀라운 일입니다.


기자들은 항상 개발 능력의 부족을 한탄합니다. 그러나 개발이 다가 아닙니다. 글 쓰는 것도 일종의 기술입니다. 개발자들이 자바 쓰다가 파이썬으로 넘어가듯이, 기자들도 밀레니얼 세대에 걸맞는 글쓰기를 하면 됩니다. 기자 뿐 아니라, 모든 콘텐츠 크리에이터들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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