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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ROINES Apr 05. 2018

좋은 뉴스를 편하게 보자, 돈내고.

유료 뉴스 큐레이션 미디어의 부상. 인클, 블렌들, 지그.

오늘(2018년4월5일) 저희는 보도자료를 하나 냈습니다. 저희가 운영하는 뉴스큐레이션 플랫폼 QUE의 다운로드가 출시 2주만에 20만을 넘었다는 내용입니다. 물론 마케팅을 한 부분도 있지만, 실제로 소비자들의 반응이 나쁘지 않습니다. 여러모로 부족한 부분이 있는 앱이고, 아직 iOS는 출시도 안했는데도 많은 분들이 쓰고 계십니다. 


왜일까요. (결국 자화자찬이 될 수 밖에 없지만) 소비자가 뉴스라는 상품을 볼 때 느끼는 불편을 생각해 봤습니다. 니즈는 간단합니다. "다양하고 좋은 뉴스를 편하게 필요한 만큼만 보고 싶다." 기성 언론은 '다양하고, 좋은'을 만족시켜주지 못합니다. 포털은 '좋은 뉴스를 필요한 만큼만'을 채워주지 못하죠. QUE는 소비자의 니즈를 어느 정도는 충족시켜주고 있다고 자평하고 있습니다. (물론 앞으로도 보완할 부분이 너무 많습니다.)


저희만 하고 있는 건 아닙니다. 해외에서도 양질의 좋은 뉴스들을 큐레이션 해 주는 서비스들이 부상하고 있습니다. 저희는 무료입니다만, 해외에서는 이같은 모델은 주로 유료로 운영됩니다. 좋은 콘텐츠란 주로 비싼 돈을 주고 사와야 하는데, 그러면 당연히 유료로 운영하는게 맞겠죠(미디엄 창업자인 Ev Williams의 이 글도 읽어보세요). 


정보가 공짜라고 무조건 좋은게 아닙니다. 한국사람들은 기회비용 개념에 약합니다. 백화점을 두시간 돌아다녀서 싼 옷을 산다고 좋아할 게 아니라는 얘기입니다. 그 두시간 동안 훨씬 값진 일을 해서 옷값을 뽑을 수도 있는 겁니다. 시장에서 '네고'해서 물건 싸게 사는게 미덕처럼 머리에 박혀있어서 그런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정보도 마찬가지입니다. 무조건 "포털에선 다 공짜인데" 할 건 아니란 말입니다. 일정 비용을 지불하고 편리하게 필요한 정보만 이용할 수 있다면 이는 오히려 시간을 아끼는 것이 됩니다. (물론 QUE는 앞으로도 긴 기간 무료로 서비스를 운영할 겁니다.)





1) 블렌들(Blendle)


2013년 네덜란드에서 창업한 뉴스 큐레이션 플랫폼입니다. 정제된 미디어의 정제된 기사만 올리는 것이 특징입니다. 이 업체의 가장 재미있는 부분은 기사별 구매가 가능하다는 겁니다. 0.15$~1$ 선에 1개의 기사를 사서 볼 수 있습니다. 매번 사는 건 아니고 어느 정도 금액을 deposit으로 걸어놓고 씁니다. 그리고 기사를 읽어본 뒤 마음에 안들면 환불도 해 줍니다. 다만 환불을 할 때는 이유를 선택해야 합니다. 객관식이라 크게 어렵지 않습니다. 이런 소비자의 반응은 모두 데이터로 쌓입니다.

네덜란드에서 일정한 성공을 거둔 다음에 미국으로 건너가 사업을 다시 시작했습니다. 무명의 네덜란드인이 2년간 미국 유수의 매체들을 발로 뛰며 제휴를 이끌어냈다고 합니다.

미국 기준으로 제휴 매체들은 많지 않습니다. 30개 전후입니다. Vanity Fair, National Review, The Economist, Newsweek 등 검증된 유력지 중심으로 운영합니다. 4명 정도의 뉴스 큐레이터가 모든 뉴스를 꼼꼼히 읽으며 좋은 뉴스를 큐레이션하고, 이들을 모수(母數)로 해서 개인별 맞춤 큐레이션을 합니다. 큐레이션은 개인들이 로그인 시 정한 선호 카테고리를 기준으로 합니다. 카테고리도 너무 지저분하게 많지 않고 10개 정도로 단순합니다.

언론사랑 유료 구독수입을 나누는 모델이기 때문에, 언론사 입장에서는 결국 손해볼 게 없습니다. 사이트에 들어가 보시면 사진 중심으로 디자인이 깔끔합니다. 저장 등 기본적인 기능도 갖춰놨습니다. 한국에서는 "저런거 누가써" 하시겠지만 이미 네덜란드와 미국을 합쳐 이용자가 100만이 넘는다고 합니다. 지난해까지는 적자를 기록했다지만 추가적인 펀딩을 통해 회사 규모를 더 키우려 하고 있다 하네요.


2) 인클(Inkl)


미국의 인클도 비슷한 콘셉의 미디어입니다. 'noise free news'를 표어로 내걸고 2013년 창업했습니다. 역시 Newyork Times, Washington Post 등 쟁쟁한 매체 50여곳과 제휴를 맺었다고 합니다.

Paywall의 구조가 블렌들보다 조금 복잡한데요. 15달러만 내면 대부분 볼 수 있는 상품, 25달러를 내면 고급 콘텐츠까지 볼 수 있는 상품, 기사당 10센트 결제하는 상품 등으로 나뉘어져 있습니다. 원하는 언론사만 골라볼 수 있도록 메뉴도 설정돼 있습니다.

이 회사의 특징은 기사 배열 방식인데요. 요즘 유행하는 개인화를 전혀 하지 않습니다. 언론사가 고른 순이거나 인클이 고른 순, 이 두가지 기준으로만 기사를 나열합니다. 필터버블 문제를 막겠다는 건데요. 꼭 봐야할 뉴스를 보는게 뉴스의 본질이라는 사고가 깔려 있습니다.

좋아요나 댓글도 없습니다. 공유와 저장만 있을 뿐입니다. 데이터도 모으지 않습니다. 이미 199개국에서 이용자를 확보했다고 하네요. 뉴스의 본질에 집중한 서비스가 상당한 성공을 거둘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3) 지그(ZIG)


비교적 신생인 지그도 있습니다. 아직 생긴지 몇 달 되지도 않았습니다. 올 초에 생겼지만 상당한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투자자 덕인데요. 유명한 음악 프로듀서 퀸시 존스, Vanity Fair의 편집국장 그레이든 카터 등이 투자했다고 합니다. 

컨셉은 '뉴스의 인스타그램' 입니다. 위에 소개한 다른 플랫폼과는 달리 무료고, 아웃링크로 서비스합니다. 대신 사진과 비디오 중심으로 피드를 매력적으로 꾸밉니다. 클릭하지 않아도 피드를 넘기며 뉴스 내용을 파악할 수 있습니다. 소비자가 찍은 사진과 함께 콘텐츠를 공유하는 'zig react' 기능이 인기를 끌고 있다고 합니다.


4) 큐(QUE)


곁다리로 저희 큐도 좀 소개하겠습니다. 저희는 한국의 유력지 수십개를 CP로 받고 있습니다. 동아비즈니스리뷰 등 콘텐츠 플랫폼으로는 유일하게 받는 콘텐츠 들도 있습니다. 앞으로도 이런 독점 콘텐츠를 늘려갈 생각입니다.

저희 큐레이터 규모는 20여명입니다. 블렌들과 인클보다 훨씬 많습니다. 기자 뿐 아니라 뉴미디어, 포털 등에서 다양한 경험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 있습니다.

지그나 블렌들처럼 데이터 분석을 통한 개인화도 하고, 인클처럼 중요 이슈를 골라 보여주기도 합니다. 두 가지 모두를 만족하실 수 있습니다. 그리고 무료입니다.


5) 마치며


미국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콘텐츠의 질만 담보된다면 구독료를 낼 의향이 있는 소비자가 상당하다고 합니다. 뉴스는 영화나 동영상, 음악 못지 않게 중요한 콘텐츠 입니다. 동영상 분야에서는 구독 모델로 이미 넷플릭스가 대박을 쳤고 중국의 아이치이가 최근 성공적으로 상장했습니다. 음악 쪽에서도 스포티파이가 이번 주 상장해서 기대 이상의 성적을 거뒀죠. 이제 뉴스 차례일지도 모릅니다. 조만간 뉴스 구독 플랫폼이 수십억달러 규모의 기업가치를 인정받고 상장하는 날이 오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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