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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ROINES May 09. 2018

네이버와 언론사

포털 댓글과 아웃링크 논쟁

네이버, 다음 등 국내 포털이 뉴스를 '인링크'로 자사 사이트에 올린 지도 이미 10년이 넘었습니다. 식상하다는 표현조차 사치스러울 만큼 오래된 현상에 문제제기를 촉발한 건 '드루킹 사건'이었습니다. 형편없는 지지율의 보수 야당은 드루킹 사건을 반전의 계기로 만들고 싶어 했습니다. 그러면서 여당과 함께 타깃으로 삼은 것이 네이버였습니다. 아마 미국 정치권이 페이스북 조지는 것을 보고 영향을 받은 듯 합니다. (이미 이 타이밍에서 글렀습니다. 네이버와 페이스북은 구조 자체가 다른 것을.)


그러자 언론들도 들고 일어났습니다. 마치 드루킹 같은 댓글 조작러들이 존재하는 이유가 네이버가 '인링크'고 '댓글' 시스템이 있기 때문이라는 식으로 기사를 쏟아냈습니다. 그러면서 비교 대상은 구글이었습니다. "미국 검색엔진 구글은 아웃링크인데, 왜 너네는 인링크냐"와 "니네가 뉴스를 독점하는데, 거기에 댓글 란이 있으니 여론이 왜곡되지"가 논조였던 것 같습니다.


여기서 매우 상식적인 의문이 발생합니다. 네이버가 임의로 인링크를 한 게 아닙니다. 언론사에서 기사를 사는 겁니다. 상거래라는 것은 쌍방이 동의하기 때문에 발생합니다. 언론사가 인링크가 옳지 않다고 생각하면 네이버에 기사를 팔지 않으면 됩니다. 독자는 네이버 인링크에 반대하는 언론사 기사를 네이버 인링크에서 봐야 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에 직면하게 됐습니다.


또 하나. 네이버에서 뭔가 키워드를 검색해서 기사를 찾았다고 칩시다. 사용자의 자연스런 UX는 기사 제목을 클릭하는 겁니다. 지금 네이버에서 기사 제목을 클릭하면 언론사 아웃링크로 빠집니다. 제목 옆에 언론사 이름 옆에 기사 발생 시간 옆에 잘 보이지도 않는 '네이버 뉴스'를 클릭해야 인링크에서 볼 수 있습니다. 저도 QUE를 운영하며 기사를 사 봤지만, 이 정도면 언론사를 엄청 배려해 준 겁니다. 돈 주고 산건데, 가장 중요한 공간을 언론사에 양보한 거잖아요.



그런데도 인링크에서 소비되는 기사가 아웃링크로 빠지는 기사보다 많습니다. 왜냐. 소비자들이 오랜 경험을 통해 '저 제목을 누르고 언론사 사이트로 갔다간 끔찍한 광고들의 함정에 빠질 것과, 도무자 보안을 담보할 수 없는 사이트에서 시간을 보내게 될 것'을 알았기 때문입니다.


네이버가 뉴스 시장을 독점한 건, 네이버에서 뉴스 보기가 제일 좋았기 때문입니다. 혹자는 네이버 뉴스 홈의 인위적 뉴스배열을 문제 삼으나, 언론사 웹사이트의 뉴스 배열이 더 믿음이 갔으면 소비자들이 그리로 갔을 겁니다.


아무튼, 조지는 건 언론사의 선택이니 관여할 바 아닙니다. 그렇게 네이버를 조졌으면 (다시 한번) 네이버에 기사를 팔지 않으면 됩니다. 그리고 검색이든 뭐든 아웃링크로 자사 사이트에 연결되게 하면 됩니다. 그러나 그런 기사를 쓴 뒤 '판매 중단' 결정을 내렸다는 언론사는 보지 못했습니다.


왜냐. 간단합니다. 언론사들은 사실 알고 있었습니다. 네이버는 자신들의 수익을 빼앗는 존재가 아니라 유지해주는 존재라는 것을. 저는 개인적으로 네이버가 없으면 대한민국 언론사의 절반은 문을 닫고, 나머지 절반은 수익이 절반 이하로 떨어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왜냐. 언론사 웹사이트에서 기사를 보는 소비자보다 네이버에서 보는 소비자가 훨씬 많거든요. 언론사들은 그렇게 자신들의 기사의 영향력을 유지하고 이를 기반으로 광고주와 광고 단가 등을 협상할 수 있지요.


그러면 언론사는 이걸 알면서도 왜 네이버를 조졌을까요. 이를 레버리지 삼아 다른 걸 얻으려 했을 겁니다. 콘텐츠 구매료를 더 받든지. 혹은 다른 광고를 더 받든지.


그러나 네이버는 기대에 부응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오늘 다음과 같은 조치를 발표했습니다.


언론사 입장에선 악수입니다. 메인 페이지를 언론사 편집으로 맡긴다, 이거 소비자가 직접 세팅해야 하는데 거의 아무도 안합니다. 수치도 들었는데, 끔찍한 수준입니다. 아웃링크 도입? 위에서 언급한데로 다수의, 특히 그간 어뷰징과 낚시 콘텐츠로 먹고 산 언론사에게는 끔찍한 결과가 될 겁니다.


네이버 입장에선? 이미 커머스 등 다른 수익모델을 충분히 확보한 네이버에게 '기사'는 그다지 중요한 아이템이 아닙니다. 제가 듣기로 네이버 뉴스 광고를 통해 벌어들이는 돈은 수천억원 수준(5000억원 이하)으로 들었는데, 네이버 전체 매출 연 5조원 대비 아주 큰 금액은 아닙니다. 이것 때문에 총수(는 아니라고 하지만)인 이해진이 국정감사에 불려가는 것 보다는, 뉴스 안하는 게 낫습니다.


사회 전체적으로는 좋은 결과가 될 겁니다. 이제 어뷰징으로 먹고 살던 언론사는 점점 쇄락할 것이고 자체 디지털 플랫폼에 투자하는 언론사만 사는 구조로 점점 바뀔겁니다.


다만 이번 사건을 대하는 언론사들의 태도가 솔직히 너무 실망스러웠습니다. 아직도 '조짐 - 떡고물'의 패러다임에서 벗어나지 못한 모습이었습니다. 어디 한군데라도 차라리 "너네가 한국의 주류 플랫폼이니 언론사 콘텐츠 구매 비용을 늘려 사회 '공기'인 언론에 기여해라"식으로 솔직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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