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HEROINES May 25. 2018

'약쟁이'가 만든 6조원짜리 기업

'힙스터 미디어 제국' 바이스 미디어

최근 페이스북을 살펴보다가 'VC가 투자한 기업 Top 30'이라는 기사를 보게 됐습니다. 1, 2위에는 익숙한 우버, 디디추싱 등이 있었습니다. 이제는 중국의 'Next Big Thing'이 된 진르터우탸오도 보였구요. 그렇게 쭉 내려가다가 분명히 아는데 여기 있으면 안될 것 같은 이름이 보였습니다. 'Vice Media'.


신문사 사내벤처 시절 뉴미디어를 공부할 때 잠깐 사이트를 열었다가 몸서리를 치고 닫아버린 기억이 있습니다. 주로 NSFW(우리 말로는 '후방주의', Not Safe For Work), LGBTQ, 마약 등 자극적인 주제의 콘텐츠를 다루는 사이트로만 기억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기업가치가 57억달러였습니다. 슬랙보다 크고 한국의 쿠팡보다 큰 기업이었습니다. 


해당 리스트에서 미디어 기업이라 불릴 수 있는 곳은 터우탸오, 핀터레스트, 바이스 미디어 세 군데 뿐입니다. 그 중에서 직접 콘텐츠를 생산하는 기업은 바이스 미디어 단 한 곳이었습니다. 어떻게 '쌈마이 사이트'로 밖에 보이지 않는 바이스 미디어는 가치 6조원의 기업이 됐을까요. 





바이스미디어는 Suroosh Alvi와 Shane Smith, Gavin Mclinnes라는 3인이 공동 창업했습니다. 1994년에 창업했으니 벌써 업력이 20년이 넘었습니다. '뉴미디어'라 부르기에는 어색합니다만, 레거시 미디어와는 차별점이 분명히 있습니다. 창업자들은 20대 중반 정도의 나이에 캐나다에서 Voice of Montreal 이라는 잡지를 인수해 VICE라고 이름을 붙이면서 사업을 시작했다고 합니다. 원래 셋다 '약쟁이'여서 이름을 VICE로 지었다고 하네요.


당초 음악, 마약 등 자극적은 소재로 캐나다에서 인기를 끌었습니다. 하지만 캐나다의 시장 규모가 작다는 것을 깨닫고 미국 뉴욕으로 이전합니다. 이 부분이 재밋는데, 청년들이 좋아하는 소재를 아주 high quality로 풀어내면서 미국에서도 입지를 넓혔습니다. 예를 들면 스트리트 패션, 스케이트 보드 같은 것을요. 흔히 젊은이들의 사이트는 구려도 된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데, 밀레니얼 세대야 말로 디자인에 가장 민감한 세대죠. 바이스는 이 점을 잘 간파한 것으로 보입니다. 지금도 사이트에 가보면 소재는 정말 자극적이고, 작법도 공격적인데 사이트 구성은 정말 깔끔합니다. 


2006년 일찌감치 동영상 시장에 진출했다고 합니다. MTV와 협업해 VBS.tv라는 회사를 설립했다고 하네요. '평범하지 않은' 주제의 다큐멘터리들로 인기를 끌었다는데, 출연자도 보통 창업자를 포함한 직원들인 경우가 많았다고 합니다. '남들이 주목하지 않는 시장에서 가성비가 높은 동영상 콘텐츠를 만드는 것'이라는 공식은 최근 붐을 일으키고 있는 유튜브, 트위치 등의 시장에서도 그대로 먹히는 공식인 듯 합니다.


웹사이트와 마찬가지로 주제들은 하나같이 자극적이지만 결코 보기싫지 않게, 새로운 관점을 담아 동영상을 만듭니다. 중요한 것은 '1인칭 시점'입니다. 철저하게 관찰자 입장에서만 보여줍니다. 판단은 독자나 시청자가 알아서 하라는 거죠. 이런 방식은 상당히 논쟁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데, 바이스는 속칭 '악인'의 시각에서도 1인칭으로 상황을 그리거든요. 이러면 독자들이 엄청나게 논쟁을 하게 됩니다. 사실, 세상에 선악을 무 자르듯이 구분할 수 있는 이슈가 어디 있겠습니까. 다큐들 좀 보면...살벌합니다...많은 논쟁을 불러일으켰던 The Islamic State를 한번 보셔도 좋습니다. (어떻게 취재했는지 알 수가 없습니다....ㅎㄷㄷ)


또 주목할만한 것은 버티컬 채널들인데, 정말 많습니다. 페이스북, 트위터, 인스타그램, 구글플러스, 그리고 자체 홈페이지에 각각 10개씩의 버티컬 채널을 두고 있습니다. 뉴스, 스포츠, 음식 등에 포커스가 맞춰져 있습니다. 전반적으로 'VICE'라는 단어를 들었을 때 하나의 문화적 현상이 나오기를 기대했는 듯 합니다. 좀 다른 얘기지만, 세다가 힘들어서 그만뒀는데 소셜 팔로워 다 합치면 족히 1억쯤 돼 보이더군요. 





요즘에서야 자리잡아 가는 '밀레니얼 중심 뉴미디어'를 정말 애진작에 구현해 놓은 곳입니다. 소셜 미디어도 극초기부터 자리잡아 사용자를 충분히 늘려놨네요.

이렇게 해 놓으니 2010년대 이후로는 말 그대로 엄청난 성장세를 구현합니다. 2010년 이후에만 6억달러 정도의 투자를 유치했다고 하네요. 이미 파이낸셜타임스나 워싱턴포스트의 10배 이상의 기업가치를 자랑하고 있습니다.


2013년엔 HBO에서 30분짜리 뉴스 프로그램인 VICE를 런칭하는데 이 프로그램은 에미상을 받았습니다. 탄력을 받아 VICE NEWS채널을 여는데, 컨셉이 분명합니다. 'under reported stories' 를 커버하겠다고 했는데요. 레거시 미디어와 차별점을 분명히 둔 겁니다. 제 3세계 국제뉴스 중에서도 시위나 폭력에 관련된 걸 처음에 많이 다뤄서 주목을 받았다고 하는데요. 위에 언급한 The Islamic State가 대표적입니다. 이미 기자가 100명, 특파원이 35명이라고 합니다. 많이 보이지만 이 정도 인원으로 매일 다큐성 동영상 뉴스를 업로드 할 수 있는 건 놀라운 효율로 보입니다.


인수합병과 협업도 바이스 미디어의 빠른 성장의 비결 중 하나로 보입니다. 아래 그림을 보면, 일일히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은 협업 관계를 맺고 있습니다. 해외 진출 국가도 50개가 넘고요.






자극적인 소재, 완전히 신선한 주제와 작법, 약자의 편을 대변하는 듯 하나 논쟁의 여지를 남겨놓는 편집 방향, 엄청난 수의 버티컬 미디어, 다양한 채널과의 협업, 소셜미디어의 적절한 활용, 하이퀄리티 지향, 수십가지 종류의 비즈니스 모델...이런 것들이 오늘날의 바이스 미디어를 만든 게 아닐까 생각합니다. 미국이니까 가능한 미디어로 보이기도 하지만, 소재를 떠나 비즈니스의 확장 전략이 정말 배울만 하지 않은가 생각합니다. 그렇게 많은 버티컬을 만들었지만, 잘 보면 당초 정신이나 철학에서 멀어진 것이 없습니다.  

(이 자료도 관심 있으신 분들은 보시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