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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ROINES Jun 06. 2018

아날로그는 챗봇을 완성시킨다.

고객만족이 최우선. 아날로그를 덧댄 뉴스 채팅서비스

인공지능 기반을 내세우는 서비스들이 많습니다. '챗봇'도 그 중 일부인데요. 어떤 서비스들을 써 보셨는지 모르겠습니다. 벌써 챗봇을 표방한 서비스들이 등장한지 2년이 넘었습니다. 그러나 '우와' 할만한 챗봇 서비스는 저는 아직 경험해보지 못했습니다. '시리'나 '빅스비' 등의 인공지능 기반 음성 명령 서비스도 마찬가지입니다. (음성명령이나 챗봇이나 원리는 같거든요.)


인공지능의 기본 원리를 알면 한계도 금방 실감할 수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사용자의 질문에서 키워드를 추출하는게 첫 단계죠. 그리고 딥러닝을 통해 질문의 다양한 변주들을 학습하는 것이고요. 그리고 그에 걸맞는 대답을 DB에서 골라서 소비자에게 전달하는 형식일 겁니다. 그런데 사람의 질문이나 말의 습관이라는 게 100% 정형화 되기는 불가능합니다. 그때 그때 요청사항도 다르고요. 그러다보니 인공지능 입장에서는 '학습'을 하기도 힘듭니다. 결국 마치 '자비스'를 만들어줄것만 같았던 각종 인공지능 서비스들은 몇몇 한정된 요청들을 해결해 주는 선에서만 제한적으로 사용되고 있죠. ("어디 가자". "뭐 시켜줘" 등등.) 한창 인공지능 스피커 붐일 때 유행 따라 몇개 샀다가 지금 집 한구석에서 먼지 수집기로 쓰시는 분 적지 않을 겁니다. 삼성 갤럭시의 빅스비 버튼은...이제 그냥 사용에 불편한 장애물 정도가 돼 버렸죠.


이게 뉴스 쪽으로 오면 더 어려워집니다. 뉴스 챗봇이란 일단 그날의 뉴스를 알려주는게 먼저인데, 그 뉴스의 주제라는 건 매일 다르거든요. 그러면 소비자의 반응도 다르겠죠. 딥러닝이 상당히 힘든 영역입니다. 





갑자기 좀 다른 얘기지만 '서비스에 대한 소비자의 기대와 만족도'에 대해 잠깐 짚고 넘어가겠습니다. 챗봇은 서비스 출시할 때 기대가 컸죠. 그래서 사람들이 막 샀죠. 그런데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큽니다. "이게 인공지능이야? 다 사기네 사기" 소리가 나오는 순간부터 서비스는 내리막길을 탈 가능성이 높습니다. (얼리어답터가 아닌 정말 일반인의 시각에서 보면 그렇습니다.) 


하지만 서비스의 한계를 충분히 알려주고(혹은 소비자가 자연스레 인지하게 해 주고) 이를 충실하게 구현한다면. 소비자는 이쪽을 더 선호한다고 생각합니다. 




또 하나만 다른 얘기. 요즘 뉴스 소비자들이 생산자에게 갖는 가장 큰 불만 중 하나는 "개인화" 입니다. 단순히 내가 좋아하는 뉴스들을 받고 싶다는 게 아닙니다. 좋아하는 주제에 대한 뉴스를 받아도, 그 뉴스는 그저 팩트만 나열하거나 아니면 (전혀 동의 안되는) 언론사의 관점만 가득 담아 준엄하게 꾸짖기만 합니다. 밀레니얼들은 묻습니다. "그래서 이게 나랑 무슨 상관인데?" 그래서 요즘의 뉴미디어들은 문체에서 부터 '개인화'를 담으려고 노력합니다. Vox Media의 WTF(What The FxxK) 원칙, AXIOS의 'Why it matters' 카테고리 등이 개인화를 시도하려는 노력의 일환입니다.


챗봇은 이 "나랑 뭔 상관인데"를 해결할 수 있는 좋은 수단입니다. 뉴스를 보고 궁금하거나 내 실생활에 적용할 방법이 떠오르지 않으면 물어보면 되거든요. 문제는 위에 제기한 이유 때문에 뉴스에 대해서는 'bot'이 제대로 답을 해 주지 못한다는 점입니다. 






요즘 미국에서 가장 핫한 뉴미디어인 TheSkimm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역발상을 들고 나왔습니다. 그냥 기자가 직접 답해주는 겁니다. (TheSkimm은 구글벤처스에서 1200만달러의 투자를 받았습니다.)


"그게 뭐야" 하실 수도 있습니다만. 사실 소비자가 원하는 건 이겁니다. 새로나온 아이폰에 대한 기사가 나왔다 칩시다. "그래서 이거 사 말아" 이게 소비자가 궁금한 것이거든요. 그러면 출시 전 행사장에서 만져본 기자에게 직접 느낌을 물어보면 좋습니다. 폰에 대한 니즈도 각각 다르기 때문에 질문도 제각각일테구요.


물론 문제는 기자들이 어떻게 일일이 답을 해 주냐입니다. 이를 위해 TheSkimm은 몇개의 layer를 뒀습니다. 일단, 당연히 유료구독자에게만 이 서비스를 해 줍니다. 그리고 먼저 전달한 뉴스에 대해서만 답을 해 주는데, 이런 식입니다.


1) 어떤 뉴스를 문자로 전달하고 알람을 띄웁니다.

2) 뉴스에 대해 1차적으로 설명하고 "이게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 지 궁금해?" 식으로 예상되는 질문을 유도합니다.

3) 답변을 정해진 시간에만 해 줍니다. 몇 시부터 몇 시까지 정해놓고 기자들이 직접 대답합니다.


출처: niemanlab 



TheSkimm이 외부에 공개한 뉴스레터 구독자는 700만명입니다. 구독료를 내면 캘린더에 뉴스를 띄워주거나 팟캐스트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이 숫자는 몇십만 정도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 정도의 고객을 대응하는 기자의 숫자는 10명 정도면 된다고 합니다. 


TheSkimm측은 "앞으로 20~30%정도는 Bot을 사용해 자동화 할 계획이 있다"면서도 "소비자가 만족할만한 경험을 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했습니다. 






QUARTZ의 앱도 채팅 형태의 구조를 띄고 있습니다. 얼핏 챗봇 같지만 잘 보면 이지선다형으로 계속 고르는 식입니다. 


뉴스를 띄워주고, "더 보고 싶어?"를 물어봅니다. "아니오"를 선택하면 다른 뉴스를 띄워주고 "더 보고 싶어"를 선택하면 해당 뉴스에 대한 더욱 자세한 내용을 보여줍니다. 대화는 아니지만 인터액션은 됩니다. 소비자는 보고 싶지 않은 뉴스는 그때 그때 치우고 넘어가고, 깊게 알고 싶은 뉴스만 골라서 볼 수 있습니다.



이 방법이 좋은 것은, 소비자 취향을 매우 효율적으로 학습할 수 있습니다. 분석이 쉽죠. 이런 이지선다형 답안에 대한 데이터를 모으면 굳이 딥러닝 까지 가지 않더라도 통계만 돌려도 사용자 취향을 학습할 수 있습니다. 그러면 점점 소비자가 좋아할만한 뉴스를 잘 알게 되고, 이를 통해 앱 사용 시간을 늘릴 수 있겠죠.


한국에서도 중앙일보가 쿼츠와 비슷한 컨셉의 '썰리'라는 서비스를 내놨는데요. 썰리와 쿼츠의 다른 점은 쿼츠는 최소한의 인터액션이 되는데, 썰리는 그게 안된다는 점입니다. 소비자가 할 수 있는 건 그저 뉴스를 펼치는 것이죠. 그냥 뉴스를 채팅 형태로 풀어낸 겁니다. (말로는 설명이 잘 안되는데, 둘 다 앱으로 다운받아 써 보실 수 있으니 써 보세요.) 이건 많이 다릅니다. 쿼츠는 일단 소비자의 반응을 통해 학습도 할 수 있고, 소비자는 최소한의 노력으로 자신이 보고 싶은 뉴스를 골라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썰리는 그냥 뉴스를 좀 다른 형식으로 보는 것 뿐입니다. 디자인에 상당히 공을 들인 티가 남에도, 그리고 컨텐츠가 상당히 좋음에도, 설계를 이렇게 한 점은 아쉽습니다. 차라리 그대로 베꼈으면 낫지 않았을까 합니다. 그렇다보니 출시 6개월이 넘어감에도 썰리 다운로드 수는 미미한 것 같습니다. 중앙일보라는 거대 미디어의 힘을 빌린 것 치고는 너무 아쉬운 수치입니다. 






또 갑작스레 블록체인 얘기를 해 보겠습니다. 저는 블록체인이 상당히 혁신적인 개념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 생활을 꽤나 많이 바꿀 것이라고도 생각합니다. 그러나 블록체인이 쓰일 곳이 있고, 쓰일 필요가 없는 곳이 있습니다. 오직 ICO를 위해 복잡한 말로 백서를 만들고 억지로 블록체인을 결합한 사업모델이 너무 자주 눈에 띕니다. 그런데도 그런 ICO에 몇백억, 몇천억이 몰리는 것은 정말 이해할 수 없는 일입니다. 


중요한 건 소비자가 만족하냐 입니다. 물론 BEP가 맞는 BM을 만들어서 지속가능하게 유지해야 하겠지만, 적어도 fancy해 보이는 기술을 억지로 쓰는 것 보다는 소비자 만족이 우선입니다. 천하의 구글벤처스가 기자들이 수작업으로 독자랑 소통하겠다는 뉴미디어에 1000만달러 이상을 투자한 데는 이유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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