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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ROINES Jun 14. 2018

티클 모아 태산 만들자.

뉴미디어 투자유치 사례 1. the athletic.

최근 미국에선 뉴미디어들이 수백~수천만달러의 투자를 유치한 사례가 연이어 발표되고 있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뉴미디어란 대단한 테크(블록체인, AI 등)의 도움 없이 '글쓰고 말하는' 저널리즘형 뉴미디어를 뜻합니다. 이들은 어떤 수익모델을 갖고 있는지 간단히 정리해 놓으려 합니다.


첫번째 사례는 스포츠 미디어 'the athletic' 입니다.


이 회사는 2016년에 창업했습니다. 이제 2년 반정도 밖에 안됐는데 최근 세번째 투자로 2000만달러를 유치했습니다. 창업과 거의 동시에 Y컴비네이터에서 인큐베이팅을 받았고, 시드로 230만달러, 시리즈A로 580만달러를 받은 뒤 지난 3월에 2000만달러를 받았습니다. 말 그대로 '엘리트 코스'를 밟았습니다. 아무리 미국의 스타트업 투자 규모가 한국과는 비교가 안된다고 해도 3년도 안된 회사가 이 정도 가치를 평가 받기는 쉬운 일은 아닐 것 같습니다.


어떤 대단한 사업모델을 갖고 있길래 그럴까요. ESPN과 스포츠일러스트레이티드도 사람 짜른다고 난리인데.


요약하자면 '티클 모아 태산' 입니다. 창업 모토가 "smarter coverage for die-hard fans." 입니다. 골수팬들을 만족시키는 것에서 시작하자는 거죠. 헬스장 체인에서 일하던 두명이 함께 창업했다고 합니다. '스포츠 전문가'였던 셈입니다. 


미국에선 지역 아마추어 스포츠가 상당히 활성화 돼 있습니다. 대학 농구 플레이오프 시즌을 'march madness'라고 부르며 전국이 열광하는 것이 대표적 사례죠. 그런데 이 지역 스포츠를 제대로 취재하는 언론이 없었던 겁니다.


'the athletic'은 이 점을 파고들었는데, "매니아들은 돈을 낼 것이다"라는 계산을 한 겁니다. 그래서 지역 기반의 훌륭한 스포츠 저널리스트를 모으고 제대로 기사를 쓴 겁니다. 그리고 유료 구독 모델을 택했죠. 지역 스포츠 뉴스를 보기 위해 돈을 내는 구독자를 모았습니다. 물론 이 지역 전문 기자들은 아마추어 스포츠 뿐 아니라 프로 스포츠도 씁니다. 더 자세히, 상세히 씁니다. 내가 만약 한화 팬이라면, 단순 경기 결과 뿐 아니라 덕아웃이나 프론트의 상세한 분위기 까지 읽을 수 있는 겁니다. 이렇게 지역별 티클을 모아 거대한 구독자 그룹을 만들자는 계산이었죠.



the athletic 웹사이트 캡쳐. 지역 별로 뉴스를 보기 편하게 해 놨습니다.




유료구독 모델인 만큼 광고는 없습니다. "광고, 팝업, 자동재생 비디오 없이 더 좋은 구독 환경을 제공한다. 낚시 기사도 없고 최고의 스포츠 기자들이 독립성을 가지고 제대로 된 기사를 쓴다"는게 창업자의 설명입니다. 콘텐츠는 취재기사, long form 피처 기사 그리고 팟캐스트로 구성돼 있습니다.


비즈니스를 처음 시작한 시카고 같은 동네에서는 그 지역에서만 2만명 이상의 유료구독자를 모아 BEP를 넘겼다고 합니다. 회사 측은 "전국적으로 six digit figure(십만 단위)의 유료 구독자를 갖고 있다"고 설명했지만 정확한 숫자를 밝히진 않았다고 합니다. 현재 미국과 캐나다에서 23개 지역을 커버하고 있는데, 이번 투자를 통해 연말까지 45개 지역으로 확대하겠다고 했다네요.


pay wall 구조도 좀 특이합니다. 한달 구독료가 8달러인데, 연간 구독료는 48달러입니다. 보통 연간 구독을 하면 한 30% 정도는 할인해 주기도 하지만, 여긴 절반만 받습니다. 그래서인지 "전체 구독자의 90%는 연간 구독을 갱신하고 있다"고 하네요.


이 같은 유료 구독 모델이 어려운 것은 콘텐츠의 질을 꾸준히 유지하는 것입니다. 그래야 사람들이 돈이 아깝다고 생각하지 않겠죠. 이런 스타트업에는 초기에 구독자들이 "어, 이런 것도 있어?"라며 돈을 내다가, 점차 시들해지는 경우가 많다는 겁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고급 기자들을 많이 모아야 하는데, 자금력이 부족한 스타트업은 이게 쉽지 않습니다. the athletic은 지분을 준다든지, 실적에 따른 성과급을 약속한다든지 하는 방법으로 기자들을 모으고 있다네요. 정말 좋은 기자들은 "무조건 전 직장보다 더 주겠다"는 식의 제안도 한다고 합니다. 최근엔 ESPN에서 해고당한 기자들을 많이 영입했다고 하네요. 외신 기사 댓글들을 좀 살펴봤는데 소비자들도 만족하는 분위기인듯 합니다. "나는 WSJ, the economist, the athletic을 구독해서 본다"는 댓글이 기억에 남네요. 


한국 시장에 그대로 적용하기는 불가능한 모델일 겁니다. 한국은 미국에 비해 프로스포츠 시장 자체가 턱없이 작고, 야구 외에는 그다지 팬도 많지 않기 때문이죠. 아마 스포츠는 더하고요. 하지만 지역 기반으로 고급 콘텐츠를 만들어 유료 구독자를 모아 이를 전국으로 확대하는 모델은 적용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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