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미디어 투자유치 사례 2. The Outline.
언론형 뉴미디어의 수익모델은 크게 둘로 나뉘어집니다. 하나는 돈 받고 콘텐츠를 팔거나(유료구독), 하나는 다량의 트래픽을 유발시켜 그 공간에 광고를 유치해 돈을 벌거나. 여러 '변주'는 있지만 이 둘에서 크게 벗어나지는 않습니다.
그런데 이 두가지 수익모델을 둘 다 추구하지 않는다고 주장하는 미국의 뉴미디어가 있습니다. 'The Outline' 입니다. 2016년12월에 설립돼 이제 갓 2년이 넘은 이 회사는 최근 515만달러의 투자를 받았습니다. 현재 회사가치는 2115만달러라고 합니다. 지난해 1100만달러 가치로 투자를 유치했다고 하니, 1년 새 기업가치를 두배 정도로 띄운 셈입니다.
뭘 다루는 매체길래...를 설명하기 전에 창업자를 먼저 짚고 넘어가겠습니다. Joshua Ryan Topolsky라는 77년생 형입니다. 원래 테크 블로그로 유명한 엔가젯의 편집장이었다가, Vox Media를 공동 창업했다고 합니다. 이후 Vox를 나와서 블름버그의 미래 전략을 짜는 역할로 잠깐 '대기업'을 들어갔다가 마이클 블룸버그와 한판 싸우고 지금의 The Outline을 만들었다 하네요. 당시 Topolsky는 블름버그의 웹 사이트를 구조를 상당히 극단적으로 바꾸자고 주장했고, 이에 대해 마이클 블룸버그가 반대해 크게 언쟁이 일어났다고 합니다.
한국에서는 기자가 창업한 사례가 정말 드물죠. 하지만 미국에서는 기자가 뉴미디어를 만들고, 또 그 뉴미디어에서 뛰쳐나온 기자가 새로운 뉴미디어를 만드는 사례도 적지 않습니다. Tololsky외에도 버즈피드를 만든 Jonah Peretti는 허핑턴포스트의 공동 창업자였죠. 나우디스 창업자인 Kenneth Lerer도 허핑턴 출신이고요.
마이클 블룸버그와 싸운 스토리도...한국의 예로 들면 중앙일보의 한 기자가 회사 정책방향에 대해 홍정도 사장과 언쟁을 하고 그리고 나와 창업했다 이런 건데요(그리고 그 사건 자체가 기사화가 되고요). 실력과 명성을 갖춘 '스타기자'가 존재하기 때문에 '오너'와 싸움하는 것도 가능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네 천조국 미디어 환경이 부럽다...이런 얘길 잠깐 한거고요.
다시, paywall도 없고 트래픽 장사도 아니면 뭘로 먹고 사는 매체인가...에 대한 문제로 돌아오겠습니다. The Outline은 속칭 '고급독자'들을 타깃으로 합니다. 콘텐츠 카테고리는 'power(권력), culture(문화), future(미래)'등 3개로 간단한데, 젊은 부자들이 관심가질 만한 것만 집중적으로 파겠다는 얘기입니다.
앱이 아닌 웹 베이스인데 아주 화려한 컬러의 그래픽과 사진으로 구성돼 있고, 특히 PC보다는 모바일에 최적화 돼 있습니다.(PC로는 보기 힘들어요...;;) '모바일판 고급잡지' 느낌을 구현한 건데요. 과거 한국에서도 이런 시도가 많이 있었는데 잡지를 그냥 스캔해서 모바일로 옮겨놓은 경우가 많았죠. The Outline은 모바일 웹이 독자 반응형으로 움직이는 등 모바일 환경에서 고급스럽게 보여지는 데 많은 공을 쏟았습니다.
이런 콘텐츠와 디자인을 통해 '평균 이상'의 독자들을 모은다는 거고요. 이러한 독자(데이터)를 기반으로 광고주와 직접 스폰싱 협상을 합니다. 트래픽을 기반으로 한 CPM 같은 모델을 취하지 않는거죠. 중간에 랩사 같은 것도 끼지 않는 거고요. 고급 독자를 타깃으로 한 광고를 내보내기 원하는 광고주만 모신다...이런 얘깁니다. 광고는 브랜디드 콘텐츠 형태로만 내보냅니다. 모바일에서 the outline을 보다 보면 꼭 브랜디드 콘텐츠를 보게 돼 있는데, 디자인이 다른 콘텐츠와 비슷해서 크게 이질감이 느껴지지 않습니다.
WSJ의 보도에 따르면 the outline이 맺는 1개 계약 금액은 평균 12만달러라고 하네요. 삼성전자, HP, GE 등이 광고주라고 합니다. 브랜디드 콘텐츠 100개만 유치해도 연매출 1200만달러네요. 직원 수는 30명이 안되던데, 충분히 해볼만한 구조입니다.
이번에 515만 달러의 투자를 받은 것에 대해 Topolsky는 "일부러 적게 받은 것"이라고 했다네요. 버즈피드나 바이스미디어 등 뉴미디어 업계 '선배'들이 최근 기대만큼 수익을 못 올리면서 기업 가치가 부풀려졌다는 평가가 나오는 점을 고려했다 합니다. "천천히 커 나가겠다"는 거죠. 창업 2년 반만에 515만달러 투자받으면서 "일부러 적게 받았다"고 말하는 간지도...참...좋아보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