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미디어 투자유치사례 3. The Skimm.
The Skimm은 여러가지로 재미있는 회사입니다. 페르소나(타깃 고객층) 설정에서도 그렇고, 비즈니스 모델 측면에서도 그렇습니다. 그리고 뉴미디어가 활성화 된 미국에서도 단연 돋보이는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비즈니스의 모든 측면이 '여성'에 맞춰져 있습니다. 이 회사는 최근 구글 벤처스 등으로부터 시리즈C로 1200만달러의 투자를 유치했습니다.
일단 창업자가 여성입니다. NBC 방송의 PD 였던 Danielle Weisberg 과 Carly Zakin 두명이 2012년에 창업했습니다. 투자자들 중에도 여성이 상당수 포진해 있습니다. 이번 시리즈C 투자에는 구글 벤처스 외에도 여성 의류 브랜드 'Spanx'의 창업자인 세라 블레이클리, 그레이 아나토미 등을 프로듀싱한 유명 PD 숀다 라임스, 모델 타이라 뱅크스 등이 참여했다고 하네요. '언니'들이 든든히 뒤를 봐준 셈입니다.
고객 페르소나는 '밀레니얼 여성' 입니다. 일반적으로 '언론'이라 하면 영향력을 기반으로 먹고 살기 때문에 어느 세대나 읽을 수 있는 범용의 콘텐츠를 생산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신문사에서 기자들을 교육시킬 때 "아무리 어려운 주제도 중학생도 이해할 수 있게 써라"라고 하는 것이 이런 맥락에서죠. 그러나 The Skimm은 일단 '여성'으로 절반을 줄였고, 그 중에서도 밀레니얼만 타깃으로 합니다.
페르소나가 분명한 만큼 그에 맞는 콘텐츠를 생산합니다. 쉽게 말하면 10대 20대 여자애들이 말하듯 기사를 씁니다. 남북 정상회담 때는 'Pinky promise'라는 표현을 쓰기도 했습니다. 글만 그런것이 아닙니다. 팟캐스트나 동영상도 여성의 관점으로 그 나이 또래들이 대화하듯 운영합니다. (이 동영상을 보세요. 남성이라면 절대 안할 컨셉이죠.)
내용을 아주 깊게 파지도 않습니다. Skimm이라는 단어 자체가 '훑어보다'라는 뜻을 내포하고 있거든요. 그렇지만 대충 하진 않습니다. 쉽게 재밋게 고급스럽게 풀어냅니다. 알아야 할 것은 충분히 알 수 있습니다.
단순히 여성을 타게팅하는 신기한 미디어가 아닙니다. 이 회사가 흥미로운 건 굉장히 탄탄한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이 비즈니스 모델은 콘텐츠와도, IT 기술과도 잘 연결돼 있습니다.
The Skimm의 콘텐츠가 주로 전파되는 통로는 뉴스레터입니다. 이 뉴스레터는 하루의 신문 역할을 제대로 합니다. 주요 이슈에 대해서는 나름 깊이있게 분석해주고, 아웃링크로 관련 뉴스 아티클로도 연결해 줍니다. 주요 이슈 외에도 그날 읽어볼만한 콘텐츠를 두루 추천해 줍니다.
콘텐츠의 경쟁력을 말로 설명하기는 힘듦니다. 대부분 사람들은 "글 쓰는거야 누가 못해"라고 합니다. 결과로 증명할 수 밖에 없는 건데요. The Skimm의 뉴스레터는 무려 700만명이 구독한다고 합니다. 그리고 매일 오픈율이 30%정도 된다고 합니다. 매일 210만명이 읽는 뉴스레터라는 얘기인데요.
여기서 잠깐 콘텐츠 전달 수단으로써 '이메일'에 대해 잠깐 짚고 넘어가겠습니다. Slack같은 서비스가 등장하면서 이메일이 한물 갔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이메일은 사람들이 수시로 접속하지 않는데다, 접근성도 메신저형 서비스보다 떨어지기 때문인데요. 맞는 얘기입니다만 이를 돌려 설명하면 이렇게 됩니다. "이메일은 하루에 한번은 들어가며, 들어가면 반드시 읽는다."
다시 The Skimm의 예를 듭시다. 210만이란 수도 적지 않지만, 이 사람들은 대부분 이 콘텐츠를 처음부터 끝까지 읽는다는 얘깁니다. 더군다나 여기는 타깃 고객층이 명확합니다. 밀레니얼 세대 여성을 타깃으로 하는 광고주 입장에서는 아주 매력적인 광고 전달 수단입니다. 그렇다면 The Skimm입장에서는? 랩사 등을 거치지 않고 광고주와 직접 컨택해 광고를 유치할 수 있습니다. 시장의 CPM 단가 등에 얽매일 필요가 없다는 얘기입니다.
비즈니스 모델과는 약간 다른 얘기인데요. The Skimm의 뉴스레터는 설계가 매우 좋습니다. 매 섹션마다 소셜 미디어에 공유하는 버튼을 만들어놨고, 10명 이상에게 뉴스레터를 추천하면 '스킴 엠버서더'로 선정해 각종 혜택이나 선물을 줍니다.
여튼 뉴스레터는 무료로 볼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광고를 붙여도 됩니다. The Skimm은 구독 환경에 전혀 지장이 없도록 광고를 배치합니다. 광고 섹션에 붙인 아웃링크도 The Skimm이 직접 만든 브랜디드 콘텐츠 입니다. 일단 이를 통해 하나의 탄탄한 수익모델을 확보합니다.
뉴스레터는 무료인데 앱은 무료가 아닙니다. 정기구독을 해야 합니다. 정기구독을 하면 뉴스레터와 크게 다른 콘텐츠를 볼 수 있느냐. 그렇진 않습니다. 대동소이합니다. 그럼 누가, 왜 앱을 정기구독한단 말이지?
앱은 일종의 '뉴스 비서' 느낌을 줍니다. 매일 읽어야 할 콘텐츠 들을 알아서 정리해주고 알려주는 건데요. 일단 뉴스레터에 담긴 콘텐츠들을 깔끔하게 정리해주고, 필요할 땐 알람도 보내줍니다. 또 주요한 뉴스나 인물의 경우 팟캐스트로 정리해 주는데, 10분 남짓으로 이슈에 대해 깔끔하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가장 주요한 기능은 캘린더, 즉 달력입니다. 달력에 주요 이벤트를 기재해주고 이를 클릭하면 이에 대해 간단한 내용이나 뉴스를 펼쳐주는 겁니다. 남북 정상회담, 월드컵 등 굵직한 이슈들이 포함됩니다. 자신이 원하는 주제를 설정할 수도 있습니다. 이 달력을 통해 세상 돌아가는 걸 한 눈에 알 수 있는 겁니다.
최근엔 새로운 서비스를 런칭 준비중이라고 밝혔는데요. The Skimm측과의 1:1 채팅입니다. 밀레니얼들이 원하는 '뉴스 개인화'의 극단이라고도 할 수 있겠는데요. 왜 기사를 읽고 나서 여러 궁금증을 가져 본 분들이 많으실 겁니다. 그런데 기자한테 이에 대해 물어보기는 참 어렵죠.
The Skimm은 이같은 고객의 Needs에 직접 대응하기로 했습니다. 유료 구독자에게는 채팅창을 열어서 취재 기자들이 직접 답을 해 주는 거죠. 다만 수시로 하는 건 아니고 정해진 시간에 알람을 보내고 그 때 신청하는 사람을 대상으로만 질의응답을 받아준다고 합니다. 올해 중에 이 서비스를 시작할 예정이라고 하네요.
구독료는 한달에 2.99달러, 1년에 29.99달러입니다. (신문보다 훨씬 쌉니다!, 이렇게 편리한데!)
이 외에도 유튜브 등을 통해 동영상도 꾸준히 올리고 있습니다. 뉴스 콘텐츠라기 보다는 뭔가 '여성 예능' 스러운 느낌입니다. 남자인 제가 비유하는 게 맞는 지는 모르겠지만 sex and the city의 뉴스 버전을 보는 듯 하달까요. 이미 정, 재계의 최고급 스타들이 The Skimm 동영상에 출연하고 있습니다. 뉴미디어지만 그만큼 폭넓게 영향력을 뻗치고 있다는 얘기입니다.
이번에 투자받은 돈은 주로 유료 독자들을 위한 서비스 강화에 투자한다고 합니다. 특히 구글 벤처스가 투자한 만큼 구글과의 비즈니스 연계도 기대할 수 있겠죠.
The Skimm을 리뷰하면서 든 생각은 '비즈니스의 기본에 충실했다'는 겁니다. 분명한 페르소나를 정하고, 페르소나에 적합한 제품을 만들고, IT와 콘텐츠를 적절히 융합하고, 다양한 수익원을 통해 안정된 성장을 꾀하고. IT 플랫폼 비즈니스를 하는 사람이라면 당연히 해야 할 일인데, 이를 제대로 해 냈다는 느낌입니다.
여성이 주도해서 만든 언론이라는 점도 신선합니다. 정확히 찾아보진 못했지만 미디엄 페이지 등을 뒤져본 바로는 직원들도 절반 이상은 여성인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