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미디어 투자유치사례 4. The Axios.
요즘 한국 언론에서도 "미국 인터넷 미디어 악시오스에 따르면" 이라는 표현을 심심치 않게 봅니다. 저도 국제부 기자 생활을 꽤나 길게 했지만, 불과 2년 전까지만 해도 찾아볼 수 없는 표현이었죠. 왜냐면, 악시오스는 2년 전엔 없었거든요.
2017년 1월에 만들어진 매체입니다. 그리고 창간 그해에만 3000만달러의 투자를 받았습니다. 3000만원이 아닙니다. 처음에 1000만달러, 두번째로 2000만달러. 초기 투자자들이 거의 그대로 두번째 투자에 참여했습니다.
제가 존경하는 김 모 선배가 "뉴미디어 중에 투자 받은 놈은 종종 있는데 돈 벌었다는 놈은 없더라"라고 하셨습니다. 이들은 돈도 벌었습니다. 언론에 공개한 바로는 창간 7개월만에 1000만달러의 매출을 올렸다고 합니다. WSJ 발인데 설마 뻥은 아니겠죠.
뭐길래? 열심히 뒤져봐도 특별한게 없습니다. 웹사이트 디자인이 좀 특별하긴 하나, 그게 뭐 그리 대수로워 보이지는 않습니다. 실제로 별 거 없습니다. 이들이 주장하는 바는 단순합니다. "언론은 썩었다. 그래서 우리가 만든다. 제대로. 독자를 위해, 그리고 광고주를 위해."
이 미디어를 제 언어로 설명하는 건 별 의미가 없어 보입니다. 설명이 잘 안되거든요. 일단 이들이 웹사이트에 올려놓은 'The Axios Menifesto'를 보시는 게 나을 것 같습니다. (발로 번역했으므로 번역의 퀄리티는 대충 눈감아 주세요.)
매니페스토.
우리는 모두 쿨하고 안전한 직장을 떠나 이걸 만들었다. 같은 믿음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언론은 망가졌다. 그리고 너무 자주 속인다."
기사는 너무 길다. 지루하다. 웹사이트는 혼돈의 카오스다. 광고주와 독자는 속는다. 내용없는 헤드라인과 가치 없는 팝업 때문에 짜증난다. 많은 언론이 가짜 헤드라인과 가짜 갈등과 심지어 가짜 뉴스로 돈을 번다.
포드가 제대로 된 아름다운 트럭을 파는 대신 F-150 엔진의 소리와 디자인에만 집착하고 있다고 생각해봐라. 그게 디지털 미디어들이 하는 짓이다. 그들은 기자가 원하는 데로 기사를 쓴다. 독자에게 최고의 경험을 선사하는 대신 짧은 이슈를 만들거나 매출만 끌어올리려고 기사를 쓴다.
우리의 계획은 간단하다. 독자들과 광고주를 위해 깨끗하고 효율적이고 믿을만하게 악시오스를 만든다.
독자가 최우선이다.
독자들이 원하는 것은 분명하다. 편견 없고 헛소리 없는 믿을 수 있는 콘텐츠, 효율적인 전달. 우리는 철저하게 검증한다. 그리고 공유할 수 있도록 한마디로 요약한다. 더 읽고 싶으면 읽어도 되고 아니면 그것만 봐도 된다. 우리의 아젠다는 "사람들이 더 똑똑하고 빠르게 정보를 보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 플랫폼, 페북, 애플 뉴스에서 끊기지 않고 뉴스를 보게 만들었다.
Elegant efficiency
읽고 보고 듣는 모든 것을 독자 친화적으로 한다. 배너 광고, 클릭 유발 요소들 없다. 뉴스 스트림을 통해 끊김 없이 뉴스를 볼 수 있다. 우리의 디자인 구루 Alexis Lloyd는 이를 Elegant efficiency라고 이름 붙였다.
언제나 스마트하게
스마트한 사람은 스마트한 콘텐츠를 원한다. 많은 사람들은 심각한 뉴스나 정보를 보려하지 않는다. 우리는 스마트한 사람에게 집중한다. 트래픽 유발을 위한 어떤 시도도 하지 않는다. 우리는 최고의 소셜 전문가를 고용하지만, 그들에게 트래픽 유발이 아닌 페북이나 링크드인 같은 플랫폼에서 좋은 콘텐츠를 소비자에게 전달하는 역할을 맡긴다.
BS(아시죠? 뭔뜻인지.)를 팔지 않는다.
우리는 싸고 효과를 측정 가능한 네이티브 애드 프로그램을 만든다. 우리 플랫폼과 페북에서 자연스럽게 독자에게 노출된다. 이를 통해 광고주가 멋지고 측정가능한 가치를 받도록 한다.
Smart Brevity
콘텐츠를 소비하면 할 수록 시간은 부족하고 관심은 자주 바뀐다는 걸 깨닫는다. 우리는 이런 수요에 맞춘다. 짧은 시간에 더 의미있는 경험을 하게 한다. 제대로 시간을 쓰게 한다.
언제나 뛰어나게.
언론은 힘든 비즈니스지만, 분명 비즈니스다. 권리나 자선, 취미가 아니다. 우리의 믿음은 간단하다. 크게 생각하고 큰 약속을 하고 독자들이 보내준 성원에 제대로 반응하면 우린 성공할 것이다.
기사를 제외하고 악시오스의 가장 특이한 점은 웹사이트 구성입니다. 위에서 언급한데로 페북처럼 타임라인으로 구성돼 있고, 모든 기사에는 요약본이 제공됩니다. 독자는 scroll down하면서 한눈에 기사의 핵심내용을 보면서 넘어갈 수 있습니다. 더 깊은 내용을 원하면 go deeper를 누르면 됩니다. 굉장히 효율적입니다만. "이게 그렇게 대단한가..." 싶은 생각도 듭니다.
가장 큰 특징은 기사입니다. 기사를 정말 간결하게 씁니다. 독자 입장에서 필요없는 정보는 다 뺍니다. 같은 내용이라도 다른 언론보다 대부분 짧게 씁니다. 기존 언론들이 관성적으로 언급하는 것들을 과감히 삭제합니다. 6하 원칙도 무시합니다. 예를 들어 인물기사인데 제목에 이름을 쓰지 않는 경우도 있습니다. 채용된 사람보다 채용된 회사가 더 중요한 경우 등에서 그렇습니다. 모든 원칙을 떠나서 보는 독자만 생각합니다. 사실, 제품을 만들 때 너무 당연히 고려해야 하는 요소입니다.
창업자가 한끗발 하긴 합니다. 전 폴리티코 창업자인 Jim Vandehei, 폴리티코 백악관 출입기자 Mike Allen 등 폴리티코 출신들이 창업했습니다. 이들이 정, 재계의 영향력 있는 인물을 많이 인터뷰 합니다. 하지만 한국 관점에선 "그래봐야 기자(라고 쓰고 기레기라고 읽는...)지" 싶긴 합니다. 그리고 아무리 날고 기어봐야 워싱턴포스트나 뉴욕타임스 못 따라 갈거고요.
어떤 성과를 냈을까요? 가장 최근에 알려진 수치들이 지난해 11월 투자 받을 때 WSJ의 기사 뿐이어서, 최근의 정보는 아닙니다만.
뉴스레터는 11개가 있습니다. 지난해 말 WSJ 기사 기준으로 20만 구독자가 있고 오픈율은 52%라고 합니다. 나쁘지 않지만, 직전에 쓴 The Skimm의 700만에 비하면 초라한 숫자입니다.
PV도 아직 선배들에 비하면 한참 부족합니다. 포스트가 월 PV가 1억 정도고 폴리티코가 2000만인데 악시오스는 1000만을 넘지 못해 보입니다. 이것만 해도 대단하긴 하나...2018년 중에는 초고가 유료구독모델을 내겠다고 합니다. 기업 CEO나 전문가들만을 위한...근데 이건 아직 소식 없고.
그런데 지난해 창간 직후 7개월간 native ad로만 1000만달러를 벌었다고 합니다. 이들 중 상당수의 광고주와 연장 계약을 맺었다고 하니. 허허. 무슨 묘수를 부린 건지. 트래픽의 질이 좋은 거겠죠.
투자자 빵빵합니다. 뉴욕과 LA 베이스의 Greycroft partners가 1, 2차 모두에 참여했고. NBC Universal도 마찬가지고. 개인으로는 월마트 회장인 Greg Penner와 드림웍스 CEO인 Jeffrey Katzenberg 등이... ㅎㄷㄷ.
아무리 돈이 넘쳐흐르는 미국이라고 해도 창업 첫해에 3000만달러의 투자를 유치하는 건 흔치는 않은 일이라고 합니다. (전 잘 모르고, 잘 아시는 분이 그럽디다.) 미국의 투자 펌들과 개인들은 왜 이 회사에 투자를 한 걸까요? 거기서도 투심위 하고 다 했을텐데. 이렇다할 테크 베이스도 없는데.
물론 전에 창업한 폴리티코의 성공 경험이 많은 것을 설명해주긴 합니다. 폴리티코의 실적은 공개돼 있지 않으나 최근 구독료로 벌어들이는 돈이 전체 매출의 50%를 차지하게 됐다는 기사는 나왔습니다. 월 PV가 2000만인 회사가 구독료로 매출의 절반을 벌어들이고 있다...대충 매출액이 상상이 되고, 이는 만만치 않은 숫자입니다. 이런 미디어를 만든 사람이나 더한 성공도 거둘 수 있다고 생각할 수 있겠습니다. 허나, 그래도 창업 첫해에 3000만달러라니.
저는 최근 투자받은 뉴미디어들의 사례를 정리하면서 힘 있는 개인투자자가 많다는 점에 주목을 했습니다. 왜 이들은 여기에 투자를 할까요? 단순히 단기에 큰 돈을 벌 수 있는 venture investment일까요? 개인적으로는...너무 교과서 같은 얘기지만 정말 '변화'를 원하기 때문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미디어, 언론은 바뀌어야 합니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한국이나 미국이나 크게 다르지 않을 겁니다. 그리고 정보를 보고자 하는 시장은 분명히 있습니다. 그러면 그 변화의 필요와 당위에 베팅하는 건 아닐까 생각을 해 봤습니다. (물론 재산이 몇천억이 있으니 그 중 몇십억 쯤 쉽게 할 수 있겠지만.) 같은 맥락에서 제프 베조스가 워싱턴포스트를 돈 벌려고 산 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