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ng Leader들이 원하는
콘텐츠의 요건

시간을 사자.

by HEROINES

많은 해외의 뉴스 스타트업들이 밀레니얼 중에서도 Leader들을 타깃 고객으로 삼습니다. (쿼츠가 대표적입니다.) 밀레니얼 Leader라면 스타트업의 간부 이상급, 대기업에서 승진이 빠른 30대 차장 부장급, 컨설턴트 등 전문직 종사자 등이 해당됩니다.


왜 그럴까요. 이 질문에 답하려면 사람들이 콘텐츠를 왜 보는지를 생각해봐야 합니다. (여기서의 콘텐츠는 만화 등 재미를 위한 콘텐츠가 아닌 정보성 콘텐츠입니다.) 정보를 보는 이유는 뭔갈 알기 위해서겠죠. 그럼 누가 뭘 알고 싶어할까요 혹은 알고 싶어하는 욕구가 강할까요?


상대적으로 젊은 층이 알고 싶은 욕구가 강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변화를 갈망하기 때문입니다. 일반화 시킬 수는 없는 얘기입니다만 40대 중반 이상은 자신의 직장에서 안정된 지위를 누리고 있을 가능성이 많습니다. 변화에 대한 갈망이 크지 않습니다. 반면 20대는 취직을 위해 30대~40대 초반은 성공, 승진 등의 목적을 위해 뛸 때입니다. 그러려면 뭘 알아야 합니다. 그래서 콘텐츠에 대한 니즈가 큽니다. 일전에 올렸던, 밀레니얼이 뉴스를 많이 본다는 글도 같은 맥락입니다.


욕구 다음에 필요한 것은 구매의지죠. 구매의지는 아무래도 현재 수중에 갖고 있는 재산에 비례합니다.(다른 변수도 있겠지만 일반적으로 그렇다는 얘기입니다.) 고로 아직 직장에 들어가지 못했거나 취업이나 창업을 했어도 초기 단계인 20대 보다는 어느 정도 돈을 번 30대 이상이 구매의지가 높다고 볼 수 있습니다.


물론 여기서 나이의 구분은 큰 의미는 없습니다. 제 주변에도 20대에 이미 큰 성공을 거둔 사람도 있고, 50대에도 변화를 열망하며 무섭게 콘텐츠를 소비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밀레니얼 리더 보다는 '영 리더(Young Leader)'라는 말을 더 좋아합니다. '나이와 상관없이 젊고 변화를 갈망하며 그를 위해 무언가를 구매할 능력이 되는 사람'. 이게 제가 내린 Young Leader의 정의입니다. 그래서 그들이 뭘 원하나 생각하고 정리해 봤습니다. 아래 적은 글은 100% 제 사견일 뿐 어떤 권위를 가지고 있지 않고, 저게 100% 맞는 얘기도 아닙니다.


치료제와 영양제


타깃 고객층이 정해졌다면 이들이 내가 하고자 하는 분야에서 어떤 상품을 원하는 지를 알아야 겠죠. 그래서 주변에 제가 아는 10여명의 Young Leader들에게 설문 조사를 했습니다. 물론 "니가 원하는 콘텐츠는 뭐야"라고 묻진 않았고요. 아래의 질문들을 던져봤습니다. 제가 만든 질문도 있지만, '스타트업 바이블'이라는 책이서 시장 조사용으로 추천한 질문을 참조했습니다. 심심하신 분들은 한번 답해보세요.


- 인생의 욕구와 동기는

- 걱정과 두려움은

- 롤모델이나 영웅은

- 여가와 외식 스타일은

- 선호하는 매체나 사이트, TV 프로그램은

- 구매 의사결정 기준은

- 자신의 개성이나 독창성은

- 요즘 가장 궁금한 것은(뉴스? 정보 중에서)

- 한은이 금리를 올리거나 동결한 배경은 궁금한가

- 어떤 대기업의 투자, 인사와 관련된 단독 보도는 궁금한가

- "이 정보를 알면 현재 재테크 방법을 약간 바꿔서 1년에 100만원 정도의 금전적 이득이 있다" 궁금한가

- 베조스의 발언이나 발표 관련 기사가 있다면 궁금한가

- "업무를 빨리할 수 있는 10가지 방법" 식의 콘텐츠가 궁금한가

- 최근 산 책은 뭔가, 한달에 몇 권 사나

- 최근 본 영화는 뭔가

- 스마트폰으로는 뭘 제일 많이 하나

- 책이나 콘텐츠 값으로 한달에 얼마 쓰나

- 전혀 부담없이 한달에 소비할 수 있는 돈, "에이 이 정도면 뭐...버린다 셈 쳐도 아깝지 않은 돈"이 얼마쯤 되나

- FT, 블름버그비즈니스위크, 이코노미스트, 뉴욕타임스, 하버드비즈니스리뷰, 월스트리트저널 중 어떤게 가장 호감이 가나(안봤어도 됨. 느낌으로라도)

- 하루에 가장 여유있는 시간이 언제인가


반쯤 심심풀이로 해 본 일인데 재미있었습니다. 응답자의 80%는 비슷하게 답했기 때문입니다. 비슷한 타깃을 대상으로 했기 때문에 당연한 결과일 수도 있겠습니다만, 그만큼 특성이 분명하다는 얘기도 됩니다.


운동에 비유해볼까요. 욕구는 "운동을 잘하는 것"이겠죠. 운동을 잘하려면 스스로 열심히 연습하면서 좋은 영양을 섭취해야 합니다. 연습을 열심히 하는 건 스스로 할 일입니다. 팔만한 물건은 '영양'입니다. 콘텐츠라면 '영양제 같은 콘텐츠'가 필요합니다.


두려움은 뭘까요. 갑자기 다치거나 뭔가 잘못 판단해서 운동을 못하게 되는 거겠죠. 이런 불행한 일은 발전하는 것 보다 훨씬 찰나에 일어납니다. 예를 들어 내가 벤치프레스를 50kg들다가 100kg으로 올리는데는 6개월이 걸리겠지만, 바벨이 손에서 미끄러져서 부상을 당하면 100kg은 그 순간 0kg이 됩니다.


이걸 어떻게 막아줘야 할까요. 그립을 어떻게 쥐고 자세를 어떻게 해서 무게를 들어올릴지를 알려줘야 합니다. 이건 영양제와는 다릅니다. 영양제는 하루 쯤 걸러도 그만이지만 이건 잘못 지나쳤다간 큰일납니다.


콘텐츠로는 어떤 사례가 있을까요. 예를 들어 갑작스런 미국의 금리 인상으로 환율 시장이 요동치고 있는데, 무역회사의 사장이 이걸 모르고 수출입 계약을 맺으면 큰일납니다. 제 주변의 누군가는 이걸 '진통제 같은 콘텐츠'라고 표현했습니다. 치료제도 괜찮겠죠. 살려면 매일 먹어야 한다는 뜻입니다.


영양제 중에서도 예외가 있습니다. '롤모델'과 관련된 콘텐츠입니다. '팬심'은 콘텐츠 구매 욕구에 정말 큰 부분은 차지합니다. 그리고 Young Leader는 모두 누군가의 팬입니다. 앞서 변화를 이끌어 성공한 사람을 보고 자신도 그렇게 되고 싶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죠. 그래서 이 시대의 롤모델과 관련한 콘텐츠는 항상 잘팔립니다.


'큰그림'과 '작은 그림' 차이도 있었습니다. Young Leader들은 대부분 큰 그림에 관심이 있었습니다. "요즘 가장 궁금한 것은"이라는 질문에서 저는 "경쟁사 동향"정도의 답변을 기대했는데, 정말 약속이나 한 것 처럼 많은 분들이 "트럼프, 김정은 등으로 이어지는 국제 지역 정세의 결말"이라고 답해주셨습니다. "업무 잘하는 10가지 방법" 류의 콘텐츠에 관심있다고 대답한 사람은 없었습니다.


결론적으로 '치료제와 영양제, 그 중에서도 제일 중요한 건 롤모델, 그리고 큰 그림'이라는 키워드를 뽑아낼 수 있었습니다.


시간을 사라


지금도 시중에서 치료제, 영양제 다 구할 수 있습니다. 한국의 뉴스 콘텐츠가 전반적으로 선진국에 비해 질이 떨어지지만 구하고자 마음 먹으면 그래도 좋은 콘텐츠가 충분히 있습니다.


그런데 이들은 이런 걸 못찾는다고 합니다. 왜냐. 정말 모래사장에서 바늘찾기기 때문입니다. 물론 시간이 있으면 찾을 수 있습니다. '시간'이 문제입니다. 변화를 갈망하는데다가 이미 일정수준의 성공을 거둔 Young Leader들의 시간은 비쌉니다. 모래사장에서 바늘 찾고 앉아있을 시간이 없습니다. 이들은 어떤 플랫폼이 혹은 콘텐츠가 자신의 시간을 아껴준다면, 그것을 살 수 있습니다. 얼마의 가격에? 자신을 위해 아껴준 시간 값보다 조금 싼 가격에. 그래도 비싸겠죠. 왜냐하면 그 시간 값이 비싸니까.


그러면 어떻게 해야 최대한 시간을 아껴주는 콘텐츠를 만들 수 있을까요. 생각나는데로 몇 가지 나열해 봤습니다.


군살 덜어내기+정해진 양식(UI)


시간을 아껴주려면 당연히 콘텐츠에서 쓸대없는 부분을 빼야 합니다. 짧아야 한다는 뜻이 아닙니다. 길어야 할 건 길어야죠. 그러나 최대한 짧아야 합니다. 100장의 가치가 있다면 100장도 좋으나, 100장을 80장으로 줄일 수 있다면 줄여야 합니다.


줄이는 것은 어렵습니다. 기술로도 어렵고 고정관념을 깨는 것도 어렵습니다. "글에 이런 건 꼭 들어가야지"라는 고정관념이 의외로 많습니다. 대표적인 게 6하원칙이라고 생각합니다. 신문은 이 6하원칙을 목숨처럼 지킵니다. 그러나 소비자가 6하원칙, 언제 어디서 누가 무엇을 어떻게 왜를 꼭 다 궁금해 할지는 생각해 봐야 합니다. 그건 콘텐츠마다 다릅니다. 예를 들어 신문에서 습관적으로 쓰는 표현이 있습니다. "그는 기자와 만나 8일 말했다." 시점이 아주 중요한 글이 아니면 여기서 '기자와 만나'도 '8일'도 중요치 않습니다. 이런 표현이 소비자의 시간을 일곱 글자만큼 빼앗아 갑니다. (이 글은 엄격한 잣대로 보지 마세요...막 쓴 거니까요...)


정해진 양식도 중요합니다. 시간은 아끼는 것도 중요하지만 예상할 수 있는 것도 중요합니다. "내가 지금부터 이 일을 하면 얼마의 시간이 더 소비될까"를 아는게 중요합니다. 알면 예상하고 준비하고 대응할 수 있습니다. 그걸 알게해 주려면 콘텐츠를 표현할 때 일정한 형식이나 UI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짧은 건 짧은 것 끼리, 긴 건 긴 것 끼리 모아놓는 것도 방법이고요. 이미 몇몇 뉴미디어가 시도했듯 "앞으로 몇 글자 더 읽으면 됩니다"를 표시해 주는 것도 좋습니다.


글은 여전히 유효하다. 팟캐스트도. 동영상은 글쎄.


"동영상의 시대에 무슨 뻘소리냐"라고 하실 분들도 있겠습니다. 저도 확실친 않은데 제가 만나본 분들은 그랬습니다. 이것도 시간과 관련된 문제입니다.


만약 어려서부터 좋은 독서 훈련을 받았고 학창시절 공부를 잘 했으면 각각 나름의 '속독술'을 갖고 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런 사람들이 Young Leader가 됐겠죠. 그들은 같은 양의 정보라면 글로 보는 게 영상으로 보는 것 보다 빠릅니다. 그래서 여전히 시간이 비싼 사람들은 글을 선호했습니다. 정보성 콘텐츠라면 더더욱 그랬습니다. 자신이 정보를 취사 선택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글은 동영상보다 낫습니다. 읽다가 아니다 싶으면 건너뛰고 넘어가도 되니까요.


팟캐스트도 선호도가 높았습니다. 이동시간을 활용하기 좋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정보성 콘텐츠라면 굳이 영상일 필요가 없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영상이 뉴스성 콘텐츠에 담긴 정보를 전달하는 데 큰 역할을 못하기 때문일 수도 있겠습니다. 저녁 뉴스를 영상 없이 봐도 이해하는데 큰 문제는 없죠.


결국은 콘텐츠.


위에 적은 내용 중에 뭐 새로운 건 없습니다. 쿼츠 스타일북이나 악시오스 매니페스토에 나온 내용들도 많고. (진통제, 영양제 론은 심지어 제 아이디어도 아닙니다.)


포장과 형식은 매우 매우 중요합니다. 저는 콘텐츠 비즈니스를 하면서 포장과 형식을 신경쓰지 않으면 필망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다고 콘텐츠의 중요성이 떨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예전에는 콘텐츠만 좋으면 됐지만 이젠 둘 다 잘해야 합니다.


여튼 콘텐츠는 엄청 중요합니다. 잘 쓰고 잘 만들어야 합니다. 특히 정보성 콘텐츠인데 Young Leader들을 대상으로 한다면 그들의 눈높이를 맞출만한 컨텐츠여야 합니다.


어려운 과제입니다. 내용과 형식을 둘 다 충족시키는 콘텐츠여야 합니다. 전문적이지만 쉬워야 되고, 깊이가 있으면서도 모바일에서도 읽기 편해야 합니다. 그러면서 가르칠려고 들지 말고 설명해줘야 합니다. 항상 그렇지만 주의 주장을 내세우는 건 설명하는 것 보다 훨씬 쉽습니다. Young Leader들은 자신들이 인사이트를 뽑아내려 하지 누구에게 배우려 하지 않습니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언론은 썩었다. 내가 바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