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이 떠나는 것이 아쉬워 글을 끄적입니다. #1
아무 일도 안 하고 침대에만 누워있고 싶다가도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순간들이 있다.
최근에 그런 순간들이 몇 번 있었다.
1. 엄마와의 전화 통화
내 월급은 서울에서 자취하기 많이 부족하다.
월세와 보험금 그리고 휴대폰 비를 내고 회사에서 점심을 사 먹고 데이트를 하고 영화 몇 편보고 유니클로에서 옷 한 두벌 사면 월급이 순식간에 사라진다.
이 중 가장 큰 문제는 보험금이다.
전 회사 지인분이 갑작스러운 암으로 인해 젊은 나이에 돌아가셨다. 이후 건강 그리고 보험에 대한 관심이 시작되었다. 이런 고민을 부모님께 드리니 부모님이 덜컥 월 20만 원짜리 보험을 내 계좌와 이름으로 들어버리셨다. 부담은 있었지만 전 회사는 지금보다는 월급이 좀 더 받았다. 그래서 감당할 수 있었다.
문제는 지금이다.
회사를 옮겼지만 월급이 부족했다. 이를 들키지 않으려 용돈도 안받고 보험금을 직접 내보려고 했지만 돈은 순식간에 사라져 버렸다. 결국 부모님께 이에 대해 말씀드렸고 내 월급은 결국 부모님께 까발려졌다.
"아이고 이럴 거면 그냥 제주도 내려오지.. 그 돈 받고 아등바등 살 필요가 있겠니.."
고향을 뒤로하고 타지에서 아등바등 살아가는 청년들이 꼭 한 번씩 듣는 소리일 것이다. 나는 '걱정마요...'라고 말했지만 씁쓸함은 꽤 오래갔다. 물론 전 회사를 다닐 때도 부모님은 걱정하셨다. (부모님에겐 공무원이 최고니까.) 그래도 일이 재밌다는 소리를 하면 "그래.. 재밌으니 됐다."라고 하셨다. 근데 1년 만에 회사를 그만두니 재밌다면서 왜 벌써 그만뒀냐는 소리가 들려왔다.
"열심히 살아야겠다."
그렇게 다짐을 해보았다. 월세와 보험금 내가 낼 정도로 열심히 살아야겠다. 부모님께 용돈을 받지 않고 용돈을 드릴 수 있도록 열심히 살아야겠다. 친구들이 설날, 추석 보너스를 부모님께 드렸다는 소리를 나도 해볼 수 있도록 노오력해야겠다.
2. 몸무게를 알아버린 순간
몸이 점점 무거워지는 게 느껴졌다. 두려움에 체중계를 늘 거부했었고 추석 연휴, 고향 집에 내려가 체중계 위에 그냥 호기심에 1년 만에 올라섰다.
90kg?? 그래도 주 2~3회 운동을 하는데 90kg??
어색한 숫자는 아니다. 20살 재수를 마치고 체중계를 올라갔을 때 나는 90kg이었다.
재수를 시작하기 전 73kg이었으니 많이 불었다.. 그렇게 대학교 가기 전까지 미친 듯이 살을 뺐고 다시 73kg으로 돌아왔다. 8년 만에 다시 90kg를 마주한 나는 오싹했다. 그 날 저녁부터 러닝을 뛰기 시작했다. 부모님도 집에 오랜만에 왔는데 쉬라는 소리가 없다. 나가서 뛰고 오란다.
요즘 주 7일 중 6일은 운동을 한다. 야근을 하면 단 10분이라도 집에서 홈트레이닝을 한다. (일주일하니까 1kg빠지더라... 샹... 나이드니까 더 힘들다.) 홈트레이닝을 위해 쓰고 있는 앱은 'FitDay'와 'RunDay'다. 나중에 이 두 앱만을 위한 글을 써보도록 하겠다.
아무튼 10kg를 빼면 여자 친구가 에어팟을 선물해준다고 한다.
"열심히 살아야겠다."
그렇게 다짐했고 차근차근 노력하고 있다. 내가 군것질하는 것을 본다면 한심하게 바라봐줘라. 어차피 소심해서 그렇게 보지 말라고 말도 못 한다.
3. 쇼미 더 머니 777 '나플라'
나는 쇼미충이다. 매주 금요일이 기다려지는 이유 중 하나는 쇼미 더 머니 777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번 쇼미에는 내가 좋아하는 '나플라'와 '루피'가 나온다.
1화를 보고 나플라의 실력에 놀라지는 않았다. 당연히 개쩌니깐...
근데 인터뷰를 보고 뒤통수가 띵~했다.
래퍼 평가전을 마치고 무려 1,830만 원을 받은 나플라에게 진표 형이 물었다.
"좀 부담스럽지 않나요? 사람들이 다음 무대를 엄청 기대할 텐데?"
나플라가 대답을 한다.
"그게 저의 직업 아니겠습니까"
1편이 끝나고 그 주 내내 이 대답이 머리를 맴돌았다. 이 말이 나에게는 어떤 의미인지 나는 어떤 상황에서 저런 답을 할 수 있을까 고민을 했다.
"야근이 싫지 않으세요?" "아이디어 안나오면 자괴감들지 않으세요?" "클라이언트의 무례한 부탁이 힘들지 않나요?"
이런 상황이 처음에는 떠올랐다. 하지만 이런 질문에는 "그게 저의 직업 아니겠습니까"라고 답하기 싫었다. 저런 질문에 저렇게 대답을 하는 것은 내 업을 너무 무시하는 대답인 것 같다.
한 광고회사에서 신입을 뽑는 공고를 올렸다고 한다. 근데 놀랍게도 30대 중반 업계 경험이 있으신 분들이 지원을 많이 했다고 한다. 그 소리를 듣고 '이 일 못하겠다.'라고 나는 생각했다. 경력직을 뽑는 것도 아니고 돈을 많이 줄 수 있는 자리가 아님에도 30대 중반 지원자가 많다는 게 충격이었다. 사실 나도 10년 뒤에 신입사원을 뽑는다는 공고에 이력서를 넣을까 무서웠다. 그래서 솔직히 그만두고 공무원을할까 고민했다. 적어도 60세까지는 포폴을 쌓으려고 아등바등할 필요가 없으니..(공무원을 비하할 생각은 없다.. 우리 부모님도 공무원이시니..)
근데 곰곰이 돌아보니 그게 내 직업이었다. 도전하고 새로운 것에 대해 궁금해하고 끊임없이 자기 고민을 하고... 나를 알려야 하는.
즉 계속해서 인풋을 넣고 아웃풋을 어딘가에 알려하는 게 내 직업이라고 생각했다.
고민 끝에 나는 나플라의 답을 인용할 수 있는 절호의 질문을 찾았다.
"계속해서 보이지 않는 인풋을 쌓아야 한다는 게 힘들지 않으세요?"
"그게 저의 직업 아니겠습니까"
나에게 저런 질문을 할 사람은 없겠지만 나 스스로 힘이 들고 지칠 때, 나플라를 한 번씩 생각해보려고 한다.
돌아오는 다음주도 나는
"열심히 살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