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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ote Oct 30. 2018

최근 술자리에서 나눈 대화 둘

주말이 떠나는 것이 아쉬워 글을 끄적입니다. #2

회사가 홍대라 간혹 점심시간 또는 퇴근 후,

회사분들 또는 지인과 간단히 술잔을 기울인 경우가 종종 있다.


술은 젬병이지만 술 마시며 나누는 대화를 즐기기에 오늘도 술을 마셨고 대화를 나눴다.

사실 온전한 정신이 아니기에 희미하지만 그렇게 술자리에서 나눈 주옥같은 대화들을 기록하고 싶었다.


1. "10을 일할 줄 안다면 7만 일하고 3은 나를 위해 써라."

지난주 고생하는 우리 팀을 위해 회사의 높으신 분들이 밥과 술을 사주셨다.

오겹살을 차분히 굽다가 처음에는 카스로 음주를 시작했고,

보해 소주를 가게에서 발견하신 부사장님은 신이 나셔서 소주를 시키셨다.

부사장님은 보해 소주에 대한 애착이 있으셨다. (아끼는 클라이언트라고 하셨다.)

그렇게 소주를 기울이다 부사장님은 말씀하셨다.


"우리 10을 일할 줄 알면 7만 일하자. 7만 일하고 나머지 3은 자기 자신을 위해 쓰자"


단순히 요령껏 일하자! 정도에 말씀이구나..라고 생각을 했다.

그러고 계속해서 부사장님은 대화를 이어가셨다.


"그렇게 일하면 자연스럽게 13만큼 일할 수 있는 사람이 되는 것 같아. 그때가 되면 우리 다시 13중에 10만 일하자. 나머지 3은 자기 자신을 위해 쓰자."

응?? 10이 끝이 아니라 13??


"그렇게 되면 16만큼 일할 수 있는 사람이 돼. 그럼 우리 13만 일하자. 중요한 건 나를 위해 쓰는 시간을 남겨두는 거야. 근데 그게 도움이 돼."


사실 디테일한 대화 내용은 기억이 나지 않지만. 대화 내용은 10 중 3은 나를 위해 쓰면 13이 되고, 13 중 3을 나를 위해 쓰면 16이 되고, 그렇게 우리는 온 힘을 다하지 않아도 어느새 10을 충분히 쓸 수 있는 사람이 된다는 의미였다.


물론 10을 온전히 다 써야 하는 순간이 있다. 10을 사용하지 않으면 도저히 끝나지 않을 것 같은 순간. 부사장님도 말씀하셨다. 당연히 10을 온전히 몰입하는 순간도 필요하다고. 그러나 사람이 매일 10을 몰입할 수는 없으니 3에 대해 고민을 해보라고.


2. "짜니까 나오더라"

정말 싫어하는 말이다. 짜니까 나오더라. '실무진을 짜고 쪼면 괜찮은 아이디어가 결국 나와!' 라는 슬픈 주장이 맞다는 것을 우리 스스로 증명해버리기 때문이다.
새로운 광고주가 들어오고 나는 아이러니하게도 매일 9정도 을 살고 있다. 지금은 그래야 하는 순간이다. 지금 9를 쏟지 않으면 9만 할 수 있는 나는 17을 해야 하고 20을 해야 하는 순간이 올 것만 같기에..


팀원들과 술 한 잔 마시면서 그런 얘기를 했다.

"정말 인정하기 싫지만 그리고 화가 나지만 짜니까 나오더라."

그리고 이어지는 대화

"우리는 젖은 수건의 물기를 온 힘을 다해 짰다고 생각하는데 다른 사람이 봤을 때는 아직 물기가 남아 있나 봐.. 근데 또다시 짜 보니까 물이 뚝뚝 떨어지네... 근데 그 젖은 수건을 짜는 내 손은 너무 아려.."


사실 우리는 알고 있었다.

짜면 나온다는 사실을.


치약도 다 썼다고 생각이 들지만 돌돌 말아서 영혼까지 끌어모으는 것이 인간이 아닌가.

더 쪼잔한 사람은

치약의 끝부분을 가위로 잘라내어 치약 몸통 표면에 묻어 있는 부분까지 긁어내는 것이 인간이 아닌가.


하지만 손이 너무 아프다.


아직은 참을만하다. 내 손가락에 굳은살이 박혔나 보다.

얼마나 더 갈지는 모르겠지만 이번 일만 마무리되면 3은 날 위해 쓰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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