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그대로 동행 Nov 04. 2022

내신 등급보다 더 중요한 이것

속상해 고개 숙인 아이를 보며

고등학교 중간고사 기간이 끝났다.

입시에 반영되는 내신시험이라 아이들이 고생을 많이 했다. 수학에 약한 문과형 아이인 둘째 주호는 이번에 수학을 잘 봤다고 나름 신이 났었다. 서술형 한 문제 빼고 다 맞아서 내심 1등급을 기대했다.


그런데 그 서술형  한 문제가 하필 문제 오류였단다. 아이는 내심 재시험을 기대하는 눈치였다.


그런데 저녁식사 시간에 침울한 표정으로 말한다.

"엄마, 재시험은 없대요.  오늘 교무실에서 수학선생님과 얘기했는데 재시험 보면 선생님이 교육청 징계까지 받아야 한대요. 선생님이  이대로 넘어가자고  하셨어요. 그런데 문제 오류라면서 5명에게는 정답이라고 해줬다니... 좀 억울해요. 그럼, 저는 등급이 떨어지잖아요."


덤덤한 목소리로 속상한 마음을 토로하던 아이의 눈가에 차츰 이슬이 고인다.

" 마음이 많이 아팠지만 선생님 입장을 고려해서  알았다고 했어요.  재시험 보게 해달라고  우기고 싶었지만 어제 주일 예배 말씀이 '권세에 순종하라'였잖아요. 점수를 생각하면 아쉽지만 선생님의 권세에 순종하기로 했어요.   

제가 교무실을 못 떠나고 많이 우니까 선생님이 미안하다고 안아 주셨어요."


침울한 얼굴로 애써 울음을 참는 아이에게 나는 태연한 척 가장을 한다.

" 그래. 내신등급보다 더 중요한 일을 네가 해냈네. 선생님의 권세에 순종하는 게 네 점수를 따는 것보다 더 중요한 일이니 잘했다.

선생님도 그럴만한 이유가 있으셨겠지.  네 마음이 많이 아팠겠지만 다음에 분명 더 잘 해낼 거야."


가녀린 아이의 어깨를 토닥인 뒤 등을 돌려

내 가슴을 쓸어내린다. 아이가 얼마나 치열하게 열심히 공부해왔고, 내심 기대했었는지 누구보다 잘 알기에 좋은 결과로 성취감을 느꼈으면 했다.


 중학교까지 공부를 하지 않다가 고등학교에 올라가면서 잘하고 싶다고, 누구보다 열심히 해온 아이의 모습을 생각했다. 내신 등급 차이에 따라 희비가 엇갈리는 삭막한 고교 교실에서 어렵게 택한 그 선택의 무게.  


신등급보다, 점수 몇 점보다 네가 더 중요한 선택을 했음을 이해한다. 네 양심에 따랐으면 그걸로 충분하다. 그 모든 과정이 결국은 너의 삶을 정직하고 신실한 궁극의 승리로 이끌어 주리라 믿는다.

살아가는 데에는 결과보다 과정이 더 중요한 거란다.


각 사람은 위에 있는  권세들에게 복종하라   
권세는 하나님으로부터 나지 않음이 없나니 모든 권세는 다 하나님께서 정하신 바라.  
ㅡ롬 13:1


한 줄의 말씀에 순종하기 위해 분투했던 아이를 보며,  나는 그렇게  살려 노력해 봤는지 반문해 본다.


학교와 연락해 보라고 댓글로 조언을 해주신 동훈쌤 작가님의 말씀을 참조해서 학교와 연락을 했고 담당 선생님이 사과하셨습니다.

원래 부모님께 사과를 할까 고민하셨다네요.


이의제기를 할 수 있지만 아이가 이미 합의한 사안이니 사과를 받는 선에서 마무리 했습니다.  


자신의 일처럼 진심어린 공감과 격려. 조언해 주신 작가님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