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회의 영어문제는 교육의 문제만이 아닙니다. 부모의 유학이나 해외근무, 경제력으로 어린 시절부터 영어를 접한 사람들은 쉽게 영어능력을 갖추나, 국내에서 일반 사람들은 자신의 노력만으로 영어를 공부해서 그들만큼의 실력을 갖추기가 녹록지 않습니다.
English divide 라고 하지요.
영어 실력의 차이로 사회, 경제적 격차가 커지는 현상입니다. 2001년 스위스 제네바 대학교의 프랑수아 그랭교수에 따르면 스위스에서 영어를 유창하게 하는 사람과 못하는 사람의 연봉 차가 남자 30.7%, 여자 21.6%에 이른다고 합니다. 인도의 경우도 영어를 잘하는 1억 명과 못하는 10억 명 사이의 경제적 격차가 극명하게 갈리지요. 세계 100위권 대학 중 영어권 대학은 75개이고 인터넷 정보의 70%는 영어로 되어 있습니다. (출처: 잉글리시 디바이드(안준성 저) ) 우리나라도 어린 시절부터 영어 유치원 등을 보내며 영어 교육에 얼마나 심혈을 기울입니까?
오늘날에는 이 영어의 문제가 바로 글쓰기에도 적용이 됩니다. 글쓰기가 점차 학습 격차를 벌리는 척도가 되고 있습니다.
이전에 객관식 사지선다형으로 아이들의 학습능력을 측정했다면 오늘날에는 중학교부터 수행평가를 실시합니다. 성적의 30%가 반영되는 수행평가는 80-90%가 글쓰기로 측정됩니다. 심지어 코로나 때는 예체능 과목도 수행평가를 글쓰기로 측정했습니다. 학교에서는 아이들에게 글쓰기를 정식으로 가르쳐 주지 않습니다.
아이들 스스로 알아서 글을 잘 써야 합니다.
맞춤법, 띄어쓰기는 물론이고 글씨도 잘 써야 선생님께 잘 읽힙니다. 내용이 문제에 부합되어야 하는 건 기본입니다. 현장에서 아이들을 가르쳐 본 경험상 요즘은 중학생 아이들도 맞춤법 , 띄어쓰기를 잘 못하는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글씨체가 안 좋은 아이, 한 줄 글도 제대로 못쓰는 아이들을 많이 보아 왔습니다.
중학교 때 수행평가가 예비 연습이라면 고등학교 수행평가는 본격적으로 입시와 관련된 내신성적과 직결되며 중학교 때와는 비교도 안될 정도로 훨씬 난이도가 올라갑니다.
지정된 책에 대한 작품 분석은 물론이고, 사회 문제 등에 대한 보고서 작성, 발표 등 어른들이 감당하기도 벅차 보이는 주제가 나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심지어 영어도 작문형, 수학도 논술형으로 푸는 문제로 평가합니다.
고교시절에 지필평가가 끝나면 시작되는 수행평가를 준비하느라 고등학생들은 간혹 밤을 새기도 합니다. 이런 이유로 주요 과목은 미리 선행을 해야 한다고도 말합니다. 왜냐하면 교과 공부에 할애하는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하기 때문이지요.
수행평가뿐 아니라 교내외에서 실시하는 거의 모든 대회는 글쓰기와 연결됩니다. 보고대회, 토론대회, 독후감 대회 등 수상을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아이들이 글쓰기를 잘해야 합니다.
앞으로 고교 학점제가 도입되면 교과 평가에 글쓰기의 중요성은 더욱 높아질 것입니다.
학점제 도입으로 아이들이 선택하는 그 많은 과목을 정량 정성 측정해야 하므로 수능과 같은 시험은 앞으로 없어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럼, 과연 무엇으로 측정할까요? OECD 30개국 중 아직도 객관식으로 시험을 시행하는 나라는 우리나라와 일본 두 나라뿐입니다. 일본은 2025년까지 객관식 시험을 없애는 게 목표입니다. 그럼, 앞으로 우리 아이들은 어떤 시험을 치르게 될까요?
대학에 들어가서는 리포트, 논문을 써야 하고, 졸업 이후 직장을 들어가서는 보고서, pt를 작성해야 합니다. 사업을 한다면 사업계획서,공부를 한다면 연구보고서 등을 써야합니다. 우리 아이들의 삶은 전반적으로 글쓰기와 연관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러나 학교에서는 이런 글쓰기를 심층적으로 가르쳐 주지 않습니다. 아이들이 알아서 배워야 합니다. 그래서 어린 시절에 독서, 글쓰기를 배운 아이들이 그렇지 못한 아이들과 학년이 올라갈수록 격차가 벌어집니다. 간혹 잘하는 아이들은 혼자서도 잘하지만, 게임과 동영상에 길들여져 통 읽기와 쓰기를 하지 못해 온 아이들에게 이런 글쓰기의 여정은 상당히 곤혹스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