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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대로 동행 Feb 07. 2023

부자 작가가 많아지는 세상

한 시인의 얘기를 듣고

친한 지인 두 명과 맛난 차 한잔을 하며 여자들의 단골 메뉴인 남편 얘기를 나눈다.     

갑자기 옆의 K  남편 얘기에서 급 아주버님 칭찬으로 옮겨 간다.


" 우리 아주버님이 시댁에 월 200만 원씩 용돈을 주시잖아. 우리가 그 덕에 얼마나 편한지 몰라."

" 직업이 뭔데? 돈을 많이 버시나 봐."

"직업? 작가... 시인이야."


헉, 갑자기 입에서 의도치 않았던 놀라움의 감탄사가 나온다.   고정관념인지 우리가 흔히 시인이라면 돈을 적게 버는 것으로 알고 있는 직업이 아닌가?

(물론 모든 시인이 그렇다는 건 아니니 오해하지 말아 주시기 바랍니다. 분명히 고정관념이라고 밝혔습니다.)


"시인이 그렇게 돈을 많이 버는구나. 몰랐네."

"베스트셀러가 얼마나 많은데... 파주 출판단지에 본인 건물까지 올렸어. 오죽하면 취미가 세계여행이야.

글감 찾는다고 한 번씩 여행을 다니시더라고. 결혼은 안 했지만 그렇게 자유롭게 사니 부러워."


조카들을 살갑게 챙겨주고, 부모님께는 효자이면서 언제든 원할 때마다 여행을 떠나고, 자유롭게 글을 쓰며 산다는  그 시인이 참 부러웠다.   이름이 낯익지만 그의  작품은 통 읽은 기억이 없어 급히 네이버 검색으로 찾아보니 나름 수십 권의 책을 출간한 유명 시인이 맞았다.

" 사람들에게 강연도 하고, 책이 나올 때마다 사주는 열혈 독자들이 있어서 돈을 잘 벌어. 베스트셀러가

몇 권이니 그렇게 벌만도 하지. 게다가 성격은 얼마나 자상하신데. "


대학 졸업할 때쯤, 진로에 대해 고민하다가 조심스럽게  작가로 등단할 준비를 하고 싶다고 말했을 강경하게 반대를 하셨던 엄마의 모습이 떠오른다.


 물론 그때 엄마의 가르침은 탁월했다. 지나고 보니 나는 젊음을 바쳐 작가의 길을  고수할 정도의 소질도, 열정도 없던 사람이다. 다행히 부모님이 원하시는 대로 취업을 했고, 전혀 글을 쓰지는 않았지만 나름 열심히 살았다.


그때는 솔직히 작가가 되면 배를 곯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있었다. 글을 쓰고, 책을 내고, 사람들에게 인정받기까지 얼마나 지난한 과정을 거쳐야 하나.

40대 후반이 되어서야 아이들과 독서, 글쓰기를 하면서 비로소 잊혔던 꿈을 떠올렸고,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이제야 한 글자씩 내 글을 쓰며 진작 글쓰기

한 길을 팠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회한도 느꼈다.


그런데 그 시인은 문예창작과를 졸업한 이후 30여 년을 한결같이 시를 써왔다.   세상의 평판과 인정, 물질적 보상에 연연하지 않고 묵묵히 한 우물을 파온 그의 열정과 분투에 비춰 그가 누리는 것들은 당연한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문득, 고집스럽고 성실하게 한 우물을 파오지 못한 나의 인생에 대한 막연한 후회가 든다.

그러면서 마음 한 편으로 고개를 쳐드는 속물적인 생각.


'작가가 그렇게 돈을 잘 버는 직업인 줄 알았더라면... 끝까지 도전해 볼 걸 그랬나?'

역시, 사람은 돈에 약하다.


나는 진작 포기했으나 부자 작가들이 많아진다는 건 우리 사회를 위해 분명 건강하고 좋은 일이다.  

 사람들이 더 많이 시를 읽고, 책을 찾아 , 부자 작가들이 더 많아지는 세상을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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