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초에 신문 기사에서 '배부르면 시 안 써질까 봐, 하루 한 끼만 먹기도 해요'라는 제목으로 한 시인의 책이 소개된 기사를 보았습니다. 고명재 시인의 첫 시집 '우리가 키스할 때 눈을 감는 건 '(문학동네) 이 출간 당일 초판 1500부가 모두 팔리고 곧이어 2000부 중쇄에 들어간다는 기사였습니다.
신인작가의 첫 책으로는 이례적이라고 씌워 있었는데 진지하고 사색적인 인상을 풍기는 그 시인의 시구 중 '그대로' 단어가 마음에 진하게 와닿았습니다.
이전부터 새해에는 필명을 바꿀 생각으로 제가 글을 쓰는 목적을 고민했습니다. 의식하지 못했는데 저는 글을 쓰고 사람들과 나누는 것을 즐긴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다른 작가님들의 글을 읽으면서 마치 정겨운 친구와 소식을 주고받듯 제 가슴이 나름 설레고 있더라고요. 그래서 댓글과 라이킷으로 제가 전할 수 있는 최대한의 안부와 온기를 전합니다.
그래서 필명에'동행'을 넣어서 짓고 싶었던 차에 그의 시에서 제 마음을 울린 단어 '그대로'를 넣기로 했습니다.
삶은 실상 크고 작은 동행이 모여서 이뤄지는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우리를 불행하게 만드는 모든 근원은 결국 서로 다름을 인정하지 않는 것에서 시작된다고 볼 수 있지요.
종교, 민족, 사상 등의 다름을 인정하지 못해서 인류는 얼마나 많은 전쟁과 분쟁을 치러 서로를 불행하게 했나요? 개인적으로 저는 자녀와 남편, 주변 사람들이 다르다는 것을 인정하지 못해 혼자 토라지거나 등 돌려서 귀한 인연을 놓친 적도 많았습니다. 타인을 바꾸려다가 내가 먼저 탈진하고 실의에 빠지기도했지요.
결국 나만 바뀌면 되는 것을, 너무 많은 힘을 소모적인 데 써왔구나 하는 후회가 밀려왔습니다. 타인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함께 가면 될 것을....
있는 모습' 그대로' 인정하는 것에 인색했기에 자녀를 비롯해서 내 주변 사람들의 가슴과 삶에 얼마나많은 생채기와 아픔을남겼는지 모릅니다.
새해에는 상대의 모습그대로 인정하고 함께 동행하기를 소망하는 마음으로 필명을 바꿨습니다. 글을 통해동행하는 행복을 올 한 해도 여러분과 풍성히 나누고 싶습니다.
저의 필명이 바뀌었다고, 다른 사람이라 생각지 마시고 이전의 '환호성맘'이 이제 엄마의 울타리를 벗어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