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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대로 동행 Jan 23. 2023

우리 집보다 맛있다

명절날 떡국을 먹으며

설날 시어머님과 함께 맛난 떡국상을 차려 아침을 먹고 예배를 드린 뒤 친정으로 향한다.  

모처럼 완전체로 찾아온 맏딸 가족을 두 팔 활짝 벌려 맞아 주시는 엄마, 편찮으셔 자리에 누워 계시지만 딸네 가족을 보고 환한 웃음으로 맞아 주시는 아빠.


아직 오지 않은 동생네 가족을 기다리며 엄마와 정갈하게 차린 떡국을 먹으러 상에 둘러앉는다.

 떡국에 각종 전, 나물, 고기가 잔뜩 차려있는  상 앞에서 마냥 행복에 겨운 아이들의 수저질이 분주하다.

막내 주성이가 떡국을 입이 터질 듯 담아 먹으며 한 마디 한다.

"외할머니 떡국이 제일 맛나요. 우리 집보다 맛있어요. 친할머니네 떡국보다도  맛있어요."

눈웃음을 살살 흘리며 외할머니를 추켜 올리는 손주의 말에 엄마는 한껏 흥이 난다.


그런데 막내의 말에 이어 남편 왈

"응. 친할머니네서 먹은 그 떡국 엄마가 만든 거야. "

아빠의 기습 말에 두 눈이 동그레진 막내 주성 왈

"어쩐지.... 엄마가 만든 거였구나."


'주는 대로 먹어라'라는 우리 집 가훈을 따르느라 평소 좀처럼 반찬 투정을 않는 아들의 속내가 여실히 드러나는 순간.

그렇구나... 엄마 밥이 맛 없었구나....


네가 그 뜨끈한 떡국에 담긴
엄마 마음을 알기나 해?

아들의 말에   반박하고 싶은 말을 끄억끄억 눌러 삼키며 나는 조용히 맛난 떡국을 한 그릇 뚝딱 비운다.

그러면서 속으로 다짐하길  '올 겨울방학에는 기필코 아들에게 요리를 가르치리라.'

요리를 하면, 그간 엄마가 그 한 접시를 만드느라 얼마나 수고를 다하는지  조금이나마 이해하리.


그리고 언젠가 우리 막내도 엄마의 투박한 음식을 그리워할 날이 오겠지.

그러면서 드는 생각 '내년 설에는 레시피를 바뀌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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