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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대로 동행 May 28. 2022

공감을 고민하다

너의 마음에 가 닿을 수만 있다면

초록이 아빠가 돌아가셨다.

우연히 마주쳤던 초록이 엄마의 얼굴이 예사롭지 않아 이상하다고 생각하던 차였다.

‘초록이 아빠, 심장마비로 돌아가셨어. ' 

지인이 담담히 얘기해 줬다.

그 말을 듣자마자 사지가 얼어붙었다.


초록이네는 우리 아파트 같은 동에서 시부모님과 같이 산다. 중 1 초록이 10세, 3세 남동생이 둘이다. 초록이 엄마는 사업상 멀리 떨어져 사는 아이들 아빠를 대신해서 혈기왕성한 아이들 셋을 혼자 양육하느라 늘 고군분투했다.

햇살같이 맑고 선한 아이들, 그리고 인자한 할아버지, 할머니와 착하고 무던한 초록이 엄마. 그들의 곁을 지켜줘야 하는 아이들의 아빠가 세상에 없다니ᆢ 


그날  이후 수 일간 나는 밤마다 고통스러워 잠을 못 이뤘다. 그 가정을 생각하면 자꾸 눈물이 나와 매일 그 가정을 위해 기도했다. 그러면서 상대에게 깊이 공감하는 것이 때로는 고통스러운 것임을 깨달았다.

  

나는 어려서부터 공감력이 떨어졌다.  세 딸 중 첫째로 태어나서 상대의 눈치를 볼 일이 별로 없었다. 그래서 가족이나 주변 친구들의 마음을 상처 주고 아프게 했다. 사람들의 아픔을 느끼면서 공감 능력이 떨어지는 내가 쉽게 던진 말이나 행동으로 상대가 얼마나 많은 피를 흘렸는지 깨달았다.


상대 입장에서 생각하기를 부단히 의식하고 노력했다.   공감 능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가장 절실히 느낀 시간은 아이들을 키우면서부터였다.

아이가 아프거나, 기뻐하거나, 혹은 불편해하는 등의 모든 순간이 전적으로 엄마의 공감 능력을 필요로 했다. 평생 공감 능력이 부족하다고 스스로 생각했는데 아이를 키우면서 나는 내 안의 공감력이 자연스럽게 만개하기 시작함을 느꼈다.


아이가 힘들거나 움츠리거나 아플 때 나 역시 아이의 마음을 심장으로 느끼며 고통스러웠다.

단 하루라도 아이의 아픔을 지고 내가 대신 살아주고 싶어 몸부림쳤다. 아이가 기쁘거나 흥분해서 방방 뛸 때 보는 나마저 함께 하늘을 나는 듯 행복했다.   그 공감 능력이 내가 만나는 또래의 엄마들, 이웃들, 친구들,동료들확장되었고, 어느새   관계들 속에 행복해하는 내 모습을  발견했다.      


너의 마음에 가 닿을 수만 있다면....


브런치를 하면서 다시 공감에 대해 생각했다. 나만의 글이 아닌 상대가 공감하는 글에 대해서 처음으로 고민하기 시작했다. 다른 사람들의 글을 읽고 공감해서 함께 눈물짓거나 웃는다.

글이 지닌 가장 위대한 순기능 중의 하나가 타인과 공감대를 이루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도 그런 글을 쓰고 싶어 고민하기 시작했다. 어떻게 하면 사람들과 진정성 있게 나눌 수 있을까? 함께 공감하고 느낄 수 있을까? 생각하면서 글에 대해 이전보다 더 깊고 다양한 고민을 한다. 나는 이 고민들이 브런치를 하면서 얻은 수확 중의 하나라고 본다.


그런 의미에서 진솔한 글로 사람들의 공감을 이끌어내는 탁월한 작가님들의 글과 그 노고를 존경한다.


내가 경험하지 않은 일에 대해 상대의 심정을 완벽하게 이해하는 건 불가능하다.

대신 나는 최대한 사랑하는 사람들의 곁에 있고 그를 위해 나의 시간과 눈물을 들여 기도한다.   그것이 내가 표현하는 공감이고 사랑이다.

오늘도 공감을 고민한다.


공감은 내가 대접받고 싶은대로 사람들을 대하도록 한다.   '소방관의 선택'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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