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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대로 동행 Jun 11. 2022

더 이상 반짝이지 않더라도

배경이 되는 삶

그럼, 아저씨의 삶의 이유는 뭔가요?  
그건 내가, 지금, 여기 존재한다는 그 자체야.    존재한다는 것, 그것은 나 아닌 것들의 배경이 된다는 뜻이지.

안도현의 소설 '연어'에서 주인공 연어는 자신이 거슬러 올라가야 하는 강과 이렇게 대화한다.


브런치에 올린 글들을 보고 평가를 해달라니 동생이  조심스레 말한다.

언니, 언니의 글이 더 이상 반짝반짝하지 않아. 옛날에는 반짝이는 게 있었는데 이제 없네. ’     


예전에는 내가 재능이 있다고 생각했다.

많은 대회에서 상을 타고 초등학교 때는 책을 썼다.

글을 쓸 때마다 칭찬을 들었고, 나도 나의 글에 만족했다. 그러나 어느새 나는 원래 글을 잘 쓴다는 자고 함이 마음을 차지하면서 나의 글도 빛을 잃었다. 바쁘고 피곤하다는 핑계로 오랫동안 글을 쓰지 않았다.


그러다 브런치를 하면서 이 세상에 정말 글 잘 쓰는 사람들이 이토록 많구나 느꼈다. 맛깔나게 자기 일상을 풀어놓으면서 사람들을 압도하는 필력에 주눅 들 때가 많았다. 별것 아닌 일상이 저렇게 눈부신 글로 나올 수 있구나 경탄했다.


글을 쓰고자 브런치를 시작했는데 도리어 글을 그만 쓰고 싶다는 자괴감마저 들었다. 그러나 이를 통해 자신에 대해 겸손하게 되었다. 내 글이 실상 별거 아니라는 것, 그리고 내가 더 이상 글을 잘 쓰지 못한다는 것을  아프지만 인정하게 됐다.


나에게 재능이 최고조이고, 좋은 직장, 싱싱한 젊음과 열정이 있던 때,  반짝임이 절정에 달했던  때에 정작 나는 별로 행복하지 않았다.

마음속 가득한 욕망을 성취하기 위한 갈급함으로 매일 분투했고 지쳐갔다. 내가 지닌 것들이 얼마나 아름답고 귀한 것들인지 느낄 새도 없이 소진되었다.


그러나 정작 살아온 날이 살아갈 날보다  많아져 몸도 노쇠하고, 직장도 퇴사하고, 재능은 다 소진된 지금 아이러니하게도 나는 가장 행복하다.

삶에 영원한 것이 하나도 없다는 것을 인정하면서 비로소 자유하고, 내가 추구했던 야망에서 해방되었다.


우주를 유영하는 별들도 한 때의 찬란함을 잃고 초라하게 추락하는 때가 있다. 내 삶의 별도 차츰 빛을 잃고 아름다운 추락을 준비한다.

이제 더 이상 내 삶은 반짝이지 않더라도 내 안의 하나님 사랑은 영원히 반짝임을 믿는다.  


내 주변의 가족도, 물질도, 일도, 가까운 사람들도   언젠가 모두 이별할 것이다.

지금 최선을 다해 서로 사랑하고 누리다 때가 이르면 아름답게 이별해야 한다.


이 세상에 영원한 하나님 사랑 안에서 나 아닌 모든 것들의 배경이 되는 삶을 꿈꾼다.


내 삶의 가장 반짝이는 시간은 지금부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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