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에서 새 신자팀 팀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새로 등록한 새 신자에게 5주 동안 직접 손글씨로 엽서를 써서 보내 주는 사역이다. 매주 수요일 오전마다 10여 명의 팀원들이 차와 다과를 놓고 옹기종기 모인다. 엽서 담당이 자신이 써온 엽서를 낭독하고 나면 함께 엽서에 얽힌 뒷이야기 등을 나누다가, 자연스럽게 자신들의 이야기로 옮겨서 각자의 삶 속 얘기들을 함께 나누고 헤어지곤 한다.
수 년째 하는 사역이지만 잘 알지도 못하는 단 한 사람을 위한 엽서를 한 달여간 쓴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지금까지 80대 어르신, 20대 청년들, 30대 새신랑 등 다양한 연령층의 사람들에게 엽서를 써왔지만 한 번도 엽서 쓰기가 수월한 적이 없었다.
엽서를 쓰면서 나는 단 한 사람을 위한 글이 불특정 다수를 겨냥한 글보다 훨씬 어렵다는 것을 절감했다.
소설기 김영하가 자신의 아내만을 위한 소설을 써서 선물했다는데, 그가 아내를 엄청나게 사랑하고 있다는 증거라 생각한다.
대중을 위한 소설만큼 그녀 한 사람을 위한 소설에도많은 공이 들어가지 않았을까?
내가 이번에 엽서를 쓰는 상대는 50대 자매님이었다.
그녀는 아직 결혼을 안 하고 혼자 사는데 얼마 전 큰 수술도 치렀다. 다행히 병이 나았고, 교회에 와서 새 신자로 등록을 했다.
그녀에게 엽서를 쓰기 위해 나는 한 달 동안 아주 많이 그녀 생각을 했다.
어떤 얘기를 들려줄까, 어떻게 인사를 할까... 등을 고심하다가 한 자 한 자 꾹꾹 눌러썼다.
내 엽서를 읽는 그녀 모습을 직접 볼 수는 없지만 혼자서 그 모습을 상상하곤 했다.
그러면서 깨달았다.
단 한 사람을 위한 글은 그를 진심으로 사랑해야 제대로 쓸 수 있다는 것을....
그녀의 얼굴조차 몰랐다가 2주 전쯤 처음으로 먼발치에서 사람들과 인사를 나누는 여윈 그녀의 모습을 보았다. 그때 나는 마치 오래전부터 알았던 사람인 양 달려가서 인사하고 싶은 마음을 느꼈다. 그러나 엽서를 쓰는 사람은 당사자에게 자신을 알리면 안 되기에 조용히 걸음을 돌렸다.
오늘 마침내 그녀를 향한 마지막 엽서를 썼다. 날씨와 안부 얘기부터 시작해서 나의 일상 얘기를 조금 쓰고 오래도록 함께 하면 좋겠다는 인사를 남겼다.
엽서 내용은 평범한 아줌마의 이야기지만 그 한 줄 한 줄이 그녀를 향해 얘기하는 진짜 의미를 알기나 할까?
엽서를 쓰는 나날 동안 당신 생각을 많이 하고, 건강을 회복하기를 기도했습니다. 당신이 행복하면 좋겠습니다. 당신을 하나님의 마음으로 사랑합니다.
작가 이지성은 수많은 고전을 필사하면서 , 고전을 쓴 작가들의 공통점은 바로 인류를 향한 사랑임을 발견했다고 한다.
우리가 사랑할 때, 상대가 공감할 수 있는 진정으로 좋은 글을 쓸 수 있음을 믿는다.
나는 의무적인 사역으로 글을 쓴다고 생각했는데, 정작 내가 글을 쓰는 시간은 그 사랑을 배운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