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냥 좋았던 시간을 지나 내가 경험하는 브런치라는 신세계에 제대로 입문했는지 점검차 글을 올렸었다.
그때 구독자가 4명이었는데, 불과 3-4 개뿐인 나의 부족한 글을 보고 구독을 눌러주셨던 그분들이 눈물겹게 고마웠던 생각이 난다.
당시 나는 정여울 작가의 글을 인용하며 불특정 다수의 대중 독자가 아닌 단 한 사람을 떠올리고
그 사람이 온 마음을 다해 나의 글에 공감해 주기를 바라며 글을 쓰겠다고 마무리했었다.
2개월이 지난 지금 그 한 사람의 공감을 얻기 위해 나름 최선을 다해 주 2-3회씩 글을 쓰고 올렸다.
브런치를 한 건 순전히 우연이었다.
작년 말 10여 년 간 재택으로 일했던 회사에서 해고당하고 허전한 마음을 가누기 힘들었다. 무역회사에서 통번역 일을 했는데 코로나가 길어지면서 일감도 줄고 더 이상 내 자리를 유지하기 힘들다 했다. 독서논술 선생님 일을 병행했기에 마음이 추스러질 줄 알았는데 의외로 마음이 공허하고 슬펐다.
브런치는 그런 내게 새로운 활력소가 되었다.
한 번의 낙방 이후 절차 부심해서 마침 코로나로 격리된 동안 글을 써서 모았다가 응모를 했다. 작가가 된 뒤에는 sns 도 안 해 온 나에게 그야말로 신세계가 펼쳐졌다.
브런치를 2개월 하면서 내가 겪은 변화는
첫째, 글감을 찾아 일상을 더 자세히 관찰하며 소중히 여기는 습관을 갖게 되었다. 정기적으로 글을 쓰다 보니 평소에 틈틈이 글감을 모은다. 그래서 일상의 빛나는 순간이나 좋은 책, 영화를 보면 바로 메모를 하고 시간 될 때 글로 남긴다. 전에는 무심히 지나쳤던 이야기들이 브런치를 하면서 글로 재탄생되는 과정은 삶의 신선한 기쁨이 된다.
둘째, 정기적으로 글을 쓰고, 또 다른 사람들의 글을 읽으면서 나의 모습과 삶을 돌아본다. 브런치에는 사람들이 현재를 살아가는 생생한 날것의 모습들이 넘친다. 각 작가들이 느끼는 삶에 대한 단상, 일상의 얘기들은 나의 가슴에도 깊은 울림을 던진다. 그런 작가들의 글을 읽으며 영감과 깨달음, 소소한 웃음, 교훈 등을 얻는다.
그러면서 나의 삶에 적용하고 , 사람들과 대화하는 듯한 정갈한 글들과의 만남을 통해 나는 그 거울로 내 삶과 영혼을 비추고 나날이 조금씩 성장한다.
셋째, 다양한 만남으로 세계관이 넓어졌다. 그동안 일상에서 내가 함께 해온 사람들은 정해진 범주의 사람들이었다. 브런치를 통해서는 각기 다른 연령, 배경, 직업, 환경을 가진 사람들을 만난다. 다양한 사람들을 사회에서 만나려면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나, 브런치에서는 그 다양한 사람들의 생각을 클릭만으로 글들을 통해 만나고, 원하면 댓글이나 구독을 통해 진솔한 대화를 나눌 수 있다. 편견과 취향을 배제하고 열린 마음으로 글을 통해 다양한 사람들과 소통하면서 그동안 틀 안에 갇혀 있던 나의 세계관과 사람에 대한 이해도 이전보다 광범위하게 넓어짐을 느낀다.
넷째, 생각의 전환을 이룬다. 큰애가 고3이 되어 진로나 진학 문제로 충돌하면서 힘겨운 시간을 보내곤 했다. 브런치를 하며 나만의 시간을 가지면서 아이와 거리를 두고 바라보게 된다.
수업 준비를 하다가 머리 아플 때 다른 사람들의 글을 읽으며 생각을 정리하고 다시 힘을 받는다.
브런치는 내 마음속 비밀의 방이다.
나의 내밀한 얘기들을 글로 옮겨서 다정한 글벗들과 소곤소곤 나누며 새로운 눈으로 보기를 배우는 방. 지금까지의 변화는 순전히 나의 주관적인 것이기 때문에 누군가에게는 다른 의미로 다가올 것이다.
다만 나는 지금까지 해온 대로 묵묵히 단 한 사람을 위한 글을 쓴다는 생각으로 나만의 진솔한 글을 쓰기로 다시 다짐한다. 내가 언제까지 이 비밀의 방을 유지할지 모르지만 적어도 내밀한 방에 거하는 동안 영혼과 삶이 한 층 더 풍요로워질 줄 믿는다.
발견을 위한 진정한 탐험은 새 풍경을 찾아다니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눈으로 보는 것이다. -마르셀 프루스트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 중 -
나는 오늘도 새로운 눈으로 보기 위해 글을 쓴다.
* 프로 필명을 이전의 '환호성 맘'으로 바꿉니다. 제가 찾아가도 이름 의아해 하지 마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