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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대로 동행 Jul 19. 2022

이번 생에는 반려동물을 못키워요

주북이로 만족하기

아이들이 커가면서 늘 소원하는 것 중의 하나가 예쁜 강아지를 키우는 것이다. 그럴 때마다 나는 너희 키우기도 버거워서 강아지는 도저히 키울 수 없다고 손사래 친다.


대신 아이들 방 베란다에 주북이라고 불리는 거북이를 한 마리 키운다.

아이들의 이름이 주환,주호, 주성이다보니 주자 돌림으로 우리집 거북이는 자연스럽게 주북이가 되었다.

주북이

막내 주성이가 도맡아서 주북이를 열심히 키웠는데 말도 없고 뚱한 거북이가 영 재미 없나 보다.


가끔 나에게 강아지 한 마리 키우게 해달라고 사정을 한다. 아이들이 반려동물을 키우고 싶어하는 마음을 이해 못하는 바는 아니지만 어릴 때 키우던 개가 교통사고로 죽은 것을 본 이후 트라우마 때문에 나는 강아지를 키우는 게 영 달갑지 않았다. 또 우리 집의 아들 셋을 키우기도 버거운데 강아지까지 내가 도맡아서 키우는 것은 엄두가 안났다.


아이들은 대신 집안에 강아지 인형을 몇 개씩 사놓고 각가 이름을 붙여놓고 놀곤 한다.

그런 아이들 모습을 보는 게 안스러워 한 마리 키울까 하는 생각도 했다.


막내 동생이 전화가 와서 햄스터를 키우다가 죽은 얘기를 해줬다. 햄스터가 죽어서 조카가 많이 슬퍼했다고 하길래 내친 김에 나는

 "나도 반려동물을 한 마리 키울까 하는데 어떻게 생각해?"하고 물었다.


동생은 갑자기 정색을 하더니 급구 만류한다.

"언니, 나도 그런 생각 했는데 지금은 아니야. 진작에 키웠다면 모를까 .  지금 반려동물을 키우면 한 10여년 키울텐데 그 사이 애들 독립하고, 언니도 갱년기 지나서 늙어갈 건데 나중에 그 동물이 죽으면 그 슬픔을 어찌 감당할려고 그래? 반려동물도 가족이야. 나중에 죽으면 가족이 죽는 것과 같아. 그때를 생각하면 지금 시작 안하는 게 좋다고 봐 ."


동생의 말을 들으니 마음에 겁부터 났다.

그래. 이제 키우기 시작하면 아무리 새끼라도 10여년 살다 갈텐데, 그 동안에 우리 아이들은 한 명씩 집을 떠나 독립을 할 수 있고, 나는 갱년기를 지나서 본격적인 노화가 오겠지. 함께 늙어가는 건 괜챦지만 키우던 반려동물이 나보다 먼저 간다면..... 생각만 해도 가슴이 울컥했다.


아무래도 이번  생에는 반려동물을 못키우겠다.

다음 생애에서 내 나이가 좀 더 젊을 때라면 모를까.


재작년 아버님의 투병과 죽음을 지켜본 이후 죽음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가족과 주변 사람들의 죽음을 겪는 것만도 버거운데, 반려동물의 죽음까지 겪는다면 나의 영혼이 버티기 힘들  같다.


아쉽지만 강아지를 향한 아이들의 꿈은 이쯤에서 포기시켜야겠다.  우리 집의 넷째로 이미 굳건히 자리매김한 주북이로 위로를 삼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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