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요새 애들이 이상해요. 선생님이 뭐라고 시켜도 말을 안 듣는 애들이 많아요. 오늘 한 친구는 숙제를 안 해 와서 선생님이 남아서 숙제를 하라고 했는데 자기 학원 가야 한다고 가버렸어요. 그런데 친구랑 pc방으로 들어가더라고요. "
걱정스레 말하는 아이 앞에서는 태연한 척했지만, 속으로는 적잖이 놀랐습니다. 숙제를 안 해 온 것도 잘못인데 남아서 하라는 요구에 그렇게 태연히 거짓말을 하고 간다는 게 도통 이해 되지 않았습니다.
무거운 마음을 안고 신문을 보는데 초등생에게까지 얻어맞는 교사가 5년간 1100명이라는 기사를 보고 충격을 받았습니다. 지난달 양천구 한 초등학교 6학년 담임교사 A 씨는 교실에서 같은 반 남학생 B군에게 수십 차례 맞아서 전치 3주의 진단을 받았다고 합니다.
문제는 이 학생은 지난 3월에도 선생님을 폭행한 적이 있는데 이번에 또 그랬다는 겁니다. 더군다나 이 학생의 부모는 아이가 정신적으로 아파서 그런 거니 양해를 해달라고 했답니다. 부모도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하지 못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오죽하면 경기 수원의 한 초등학교 교장은
"선생님 때리는 학생이 매년 한 명씩 나온다"라고 얘기하겠습니까?
문제는 이런 학생들의 폭행 앞에서 교사들은 속수무책이라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제자에게 폭행당해도 '아동학대'로 고소당할까 봐 대응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심지어 초등학생 6학년 남학생은 데이트하는 담임선생님께 "야 이 X신아 뜨거운 밤 보내"라는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냈다고 하는데 도대체 우리 아이들에게 선생님은 무슨 의미인 걸까요?
구시대 사람인 제 얘기를 해서 죄송하지만, 제가 학교를 다니던 시절에는 선생님이 그야말로 하늘과 같은 존재여서 지금 생각하면 참 무모한 체벌 등을 당하긴 했지만, 그럼에도 존중하고 따르는 풍토였습니다.
적어도 그 시절에는 학생들이 선생님께 반발하거나 폭행하는 건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가정에서 부모의 권위를 존중하듯, 학교에서 선생님의 권위는 우리가 절대 존중해야 될 존재였기 때문입니다.
저는 지금도 이해할 수 없는 체벌로 힘들게 했던 선생님도 계시지만, 반면 학생들을 진심으로 아끼고 혼신을 다해서 가르쳐 주셨던 훌륭한 선생님들도 많이 기억합니다.
그런 선생님들의 이해와 가르침이 있었기에 그 이후 성인이 되어서도 그 기억이 따뜻하게 가슴에 남아 있습니다. 그래서 작금의 선생님을 향한 폭행이나 성희롱등의 행태가 가슴을 칠 정도로 안타깝고 슬픕니다.
지금 입시를 준비하는 큰애가 한때 교사의 꿈을 저에게 조심스레 얘기했었습니다. 주변 사람들은 아이에게 정말 교사가 잘 어울리겠다고, 시키라고 저에게 권유했지만, 저는 섣불리 아이의 꿈에 대해 공감을 표할 수 없었습니다.
왜냐하면, 아이가 앞으로 교육현장에서 맞부딪히게 될 많은 갈등과 혼돈의 상황들이 머리에 오버랩되었기 때문입니다. 마음이 여리고 소심한 아이가 부푼 꿈을 안고, 지난한 고생 끝에 교사가 되어 학교에 입성했을 때 막상 자신의 학생들로부터 무시나 조소를 당할 때, 힘든 학부모들을 상대할 때 얼마나 상처 입고 힘겨워할지 생각나서 아무 말도 할 수 없었습니다.
권위를 존중하는 법을 가르치는 건 아이들 양육의 중요한 일부라고 생각합니다. 가정에서 부모의 권위를 존중하는 아이들이 학교에서 선생님들의 권위를 존중할 수 있고, 그런 아이들이 자라서 회사의 상사, 조직의 윗사람, 국가의 지도자를 존중하면서 원활한 사회생활을 하고, 그럴 때 공동체가 제 기능을 다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자신을 가르치는 학교의 선생님을 무시하고 폭행하는 아이들이 사회의 구성원으로 진출할 때 자신의 동료나 윗사람을 존중하기를 기대하는 건 무리가 아닐까요? 그리고 그런 무시와 폭행이 만연할 때 우리 아이들이 살아갈 사회는 어떻게 될까요?
정성국 한국교총 회장은 "교사를 폭행하는 건 교사 개인의 인권과 교권을 침해하는 것은 물론이고 이를 지켜보는 다수 학생에게 정서적 학대를 가하는 것이며 교육현장을 무너뜨리는 일"이라고 했습니다.
아이들이 교권 침해의 현장을 지켜보며 정서적 상처를 입고, 선생님이 아이들의 폭행으로 사명감을 잃고 교직을 떠날 때 정작 가장 큰 피해는 누가 입게 될까요?
제 주변에는 얼마 전 어렵다는 임용고시를 통과해서 한 중학교에 배정받은 지인의 딸이 있습니다. 자신이 꿈꿨던 선생님의 삶과는 너무도 큰 괴리감에 학교 생활이 힘들다는 하소연을 듣고 마음이 아팠습니다.
한때, 불타는 사명감, 아이들을 향한 사랑으로 교직을 꿈꾸고 온갖 지난한 과정을 거쳐 교단에 선 선생님들을 향해 사랑과 존중으로 대하도록 가정에서부터 지도해야 합니다. 제도적으로도 교권을 보장할 수 있는 정책이 세워져야 합니다. 그래야 우리 아이들도 사랑과 존중을 받으며 제대로 교육받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오늘 글을 쓰면서 안타까운 뉴스를 하나 더 보았습니다. 불과 23세에 불과한, 갓 교직에 입성한 선생님이 초등학교 교실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뉴스였습니다.
누가 이 20대의 여린 선생님을 죽인 걸까요?
부푼 꿈을 안고 교직을 시작했다가 정작 자신이 가르치는 교실에서 목숨을 끊은 선생님의 심정은 얼마나 비통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