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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대로 동행 Mar 26. 2024

엄마, 은 좀 사주세요

진짜 투자는

"엄마, 통장의 제 돈으로 은을 좀 사주세요."

중3 막내 성이가 비장한 표정으로 잠자리에 들어갈 늦은 시간 나에게 와서 부탁을 한다.


왜냐고 물으니

"앞으로 은이 뛸 거래요. 지금 은이 쌀 때 사놔야 이담에 돈을 벌지요. 은 자원은 한정적인데 앞으로 쓸 곳은 많대요."

사뭇 심각하게 설명하는 주성이의 표정을 보며 속으로 터져 나오려는 웃음을 간신히 참고 나는

어서 자라고 방으로 보냈다.


다음 날 아침,  은에 대해서는 까맣게 잊고 있었는데 식사를 차려주는데  성이가 평소와는 달리 집요하게 다시 은에 대해 묻는다.

"엄마, 은 사주시는 거 알지요?"


성이가 어려서부터 모은 세뱃돈 등을 내가 통장을 만들어서 모아줬더니 이제 한 300 넘는 목돈이 모아졌다. 성이는 지금 그 돈을 어떻게 투자할지 나름 머리를 굴리고 있다.


나는 성이에게

"아빠와 의논해 보고. 은을 살지, 금을 살지, 주식을 살지 생각해 보자."라면서 대충 무마하려 하는데 이번에 성이가 쉬이 물러서지 않는다.


"요새 금은 비싸대요. 그냥 은 사주세요. 주식은 잘 모르니 머리 아파요. 알았죠?"

이 녀석 이번에는 쉽사리 물러날 기세가 아니다. 제법 집요하게 은 타령을 하는데 이유가 궁금해 물어봤다.

"너 갑자기 웬 은 타령이야? 뭔 일 있었어?"


엄마의 말에 성이는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자신의 폰을 들어서 무언가 열심히 찾더니 내 앞에 쓱 내민다.

"엄마, 이거 보세요. 요즘 은값 동향이에요. 앞으로 더 오르면 어쩌려고 그래요?"

성이가 내민 폰을 보니 무언가 그래프가 꼬물꼬물 보인다. 은값 동향이라고 한다.

매일 핸드폰으로 게임만 한다고 야단 쳤는데 언제 이런 투자 정보를 찾아 다녔나 싶어 속으로 적잖이 놀랐다.


나는 성이의 생각외의  열정에 조용히 꼬리를 내리고 "알았어. 일단 밥 먹고 오늘은 학교에 가자."라고 마무리를 지었다.


성이는 옷을 입으면서도 열심히 중얼거리며 궁리를 한다.

"음. 은을 사자면 돈이 한 20 모자랄 것 같은데 이 돈은 형 다이어트 두고 내기 건 돈이 있으니 형이 다이어트에 실패해서 내가 20을 타면 바로 해결되겠네. 그리고 이제 엄마한테 용돈도 좀 타야겠다."

성이의 혼잣말이 웃겨서 "형 다이어트 실패하라고 지금 빌고 있냐?"라고 핀잔을 주고 학교를 보냈다.


그날 오후 학교에서 돌아온 성이가 돈 벌 궁리를 하느라 주변을 기웃거린다.

나는 성이에게 일감을 주기 위해 집에서 키우는 거북이(이름 주북이) 수조의 물을 갈아주라고 시켰다.

그러자 성이는 볼멘소리로 "엄마, 거북이 물 갈아주는 게 얼마나 힘든지 아세요? 형 시키세요."라고 하는 게 아닌가.


이때다 싶어  목소리를 낮게 깔고  성이에게 말했다.

"만원 줄까 했는데.... 두 번 갈아주면 만원. 오케이?"

그러자 성이가 놀란 눈을 하며 묻는다.

"엄마, 요즘 돈 없다면서 좀 헤프시네요. 나 만원도 주고..."


나는 성이와 은밀하게 눈을 맞추며 말했다.

"이렇게 한 푼 두 푼 모으는게 은을 사는 것보다 더 중요한 거야. 알았어? "


엄마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성이가 고개를 끄덕이며 "엄마, 물 갈아 줄께. 만원 꼭 주세요." 한다.



막둥이 성이야!


엄마는 네가 투자에 눈 뜨고 돈 버는 데에 관심 있는 거 참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경제 관념을 갖고 살면 성이 앞으로의 미래에도 많은 도움이 되겠지.


다만, 은에 대한 관심 못지 않게 네가 일상에서 버는 작은 용돈, 사소한 씀씀이도 의식하고 제대로 관리하는 사람이 되길 바란다.  


돈에 대한 투자를 꿈꾸는 만큼, 미래, 일상에 대한 투자도 곰곰이 생각하면 좋겠다.

그런 의미에서 거북이 물도 갈아주고, 시험 공부도  하면서 일상을 충실히 살아내는 것도 중요하겠지?


엄마 또 꼰대같이 말한다고?

그래, 엄마  꼰대다. 부인하지 않는다.

이 세상에는 꼰대도 필요하고 라떼도 필요하다. 왜냐하면 다 나름의 쓸모가 있기 때문이다.



이제부터  열다섯살 네 인생, 야무진  인생 투자계획.  

같이 세워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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