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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대로 동행 Jul 09. 2022

글쓰기의 자세를 배우다

기도처럼 글 쓰는 아이

올해 중 1이 된 막내아들 주성이가 거의 매일 늦게까지 잠자리에 들지 않는다. 밤 12시가 넘도록 책상에 불을 밝히고 끙끙거리길래 무엇을 하나 가보았다.      노트에 무언가 열심히 끄적이길래 다가가서 보니 공부를 하는 건 아니다.


키가 작아서 신경 쓰이는데 잠자리에 늦게 드는 게 마음에 걸려 나는 일찍 불 끄고 자라고 역정을 냈다.     

그러자 한참 노트에 끄적이던 주성이가 고개를 돌려 말한다.


”엄마, 지금 소설 쓰는 중이잖아요.   글이 생각날 때 빨리 써야 해요.     머리에 생각이 떠오를 때 쓰지 않으면 잊어버린다고요. 여기까지만 쓰고 잘게요. “

사뭇 진지한 표정으로 말하는 주성이의 표정을 보며 나는 갑자기 숙연해진다.     


이제 고작 14세, 엄마와 3년째 독서논술 수업을 하면서 글쓰기를 처음 배운 주성이가 함께 책 읽고 글을 쓰며 작가의 꿈을 키우더니 늦은 밤 시간, 혼신을 다해  글을 쓰는 모습이 나보다 낫다.    


생각을 쥐어짜고, 적합한  표현을 떠올리며 글을 써나가는 과정은  어른에게도 만만치 않은 고통일 수 있는데 그것을 기꺼이 감내하는 어린아이의 모습이 눈부셨다.

     

나의 글쓰기는 어땠을까?

나는 14세 어린 소년만큼 글쓰기를 순수하게 사랑하며, 고단한 하루 끝의  잠을 미뤄가면서까지 치열하게 써왔나?

글감이 떠오른 순간을 놓치기 싫어서 피곤을 무릅쓰고 연필로  노트에 한 자 한 자 진지하게 나만의 이야기를 펼치기 위해 분투해 봤나?     


내면을 사랑한 이 사람에게 고뇌는 일상이었고 글쓰기는 구원을 향한 간절한 기도의 한 형식이었다.
-카프카의 비문중-     

학교, 학원을 다녀오느라 꽉 찬 일상을 마치고 이제 막 잠자리에 들어야 할 때 머릿속 떠오른 이야기를 놓치기 싫어, 늦게까지 노트와 연필을 들고 씨름하는 14세 아이.   

  

글쓰기에 필요한 자세를 나는 세상 위대한 작가들로부터가 아니라 간절한 기도처럼 글을 쓰는  14세 내 아이에게서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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