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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대로 동행 Aug 01. 2022

왜 엄마를 불쌍하다고 해

한 마디의 힘

모처럼 친한 교회 사람들과 1년 동안 지속해 온 모임 활동을 마무리하는 회식을 했다.

모두 9명인 우리 모임에는 40-60대까지 다양한 연령, 배경, 가정환경, 자녀를 가진 사람들이 모인다.


 그중에는 나와 같이 아들 셋을 키우는 장군이 엄마도 있다.   함께 얘기를 하다가 아이들 키우는 얘기로 화제를 옮겼다. 장군이 엄마가 자신은 이제 위의 두 아들이 중학생이 되면서 초등 저학년인 막내만 데리고 다니니 이전보다 한가로워졌다고 얘기한다.


나는 격하게 공감하면서 나도 고교생인 두 아들은 떼어놓고 주로 중 1 막내를 데리고 외출이나 나들이를 간다며 함께 웃었다.


장군이 엄마는 자신이 아이들 세 명을 데리고 전철을 탄 적이 있는데 어떤 할머니가 기특하다고 용돈을 줘서 받아본 적이 있다고 했다.

나는 아이들 어릴 때 어쩌다 전철을 타면 사람들이 항상 자리를 양보해 주더라는 옛날 얘기를 꺼내며 함께 웃었다.     


지금은 아이들이 커서 함께 다닐 일이 많지 않지만 예전에 올망졸망 삼 형제를 데리고 거리를 나가면 사람들이 흡사 연예인을 보듯이 우리를 주목하곤 했다.

그런 때면 나는 사람들의 시선과 말에 대한 아이들의 반응을 주목하곤 했는데 아직 어리고 성격이 무던한 둘째, 셋째는 별 상관 안 하고 돌아다니는데 유독 큰 애는 사람들의 주목에 항상 주눅 들어하곤 했다.


심지어 엘리베이터를 같이 타면 어르신들은  나의 등을 어루만지며 아들 셋을 키우느라 얼마나 고생이 많냐고 친절한 위로의 말을 건네 주시곤 했다.


 지각하는 우리 아들을 보고 5층 아저씨는 친절하게도  본인의 차에 태워 직접 학교까지 데려다주시고 ,8층 할머니는 가끔 간식을 건네 주셨다.

내 몸집이 키가 작고 왜소해서인지 사람들의 눈에는 더 안스러워 보이나 보다.

  심지어 나의 엄마까지도 당신 딸을 놓고 저 몸집으로 이 덩치들을 어찌 감당하냐며 혀를 차곤 하셨다.     


하루는 큰 애가 에게 다가오더니 사뭇 진지한 표정으로 토로한다.

 왜 사람들이 다들 엄마를 보며 불쌍하다고 해? 그렇게 얘기들을 하니까 우리가 되게 못된 아들 같잖아. 난 그게 정말 불만이야. 엄마가 왜 불쌍해? 아들 셋이 어때서? ”     


무언가 한참 억울하다는 듯이 울먹이는 아이의 표정을 보고 나는 애써 웃음을 참았다.

사람들이 말하는 진짜 의미를 이해하기에 우리 아들은 아직 한참 어리다.


키우는 것도 힘들지만 나중에 엄마 편이 하나도 없을 것에 대해 사람들이 건네는 위로의 말임을 나는 익히 안다.   엄마가 정작 힘들 때 친절하게 다가와 말을 건네거나,  편들어  딸이 없는 것에 대한 안타까움의 표현일 수도 있다.


그러나 이제 고등학교 3학년에 불과한 아들이 어찌 그 속까지 알겠나?

 그저 사람들이 건네는 말들 때문에 자신이 괜히 엄마를 힘들게 하는 존재가 된듯한 불편함을 느낄 뿐이다.

우리가 무심코 남을 생각한다고 건네는 위로나 공감의 말들이 정작 타인을 불편하게 하지는 않나?   곁에서 함께 얘기를 듣는 사람의 마음에 상처를 남기는 건 아닌가 생각해 본다.


나는 가끔  나의 글을 쓰는 것보다 댓글을 쓰는 게 더 어렵다는 생각이 든다.  

내가 과연 공들여 글을 쓴 작가분의 마음을 진정으로 이해하고 있는지, 나의 댓글이 내가 의도한 진정성을 제대로 담고 있는지, 어렵게 건넨 나의 한 마디에 그분이 혹여 불편하지는 않을지  고민한다.     


아들의 말을 들으면서 타인에게 건네는 한 마디의 말, 한 줄의 글, 무심코 지어 보인 표정이 그 상대의 마음에 어떤 파장을 일으킬지 항상 의식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우린 늘 무엇을 말하느냐에 정신이 팔린 채 살아간다.   하지만 어떤 말을 하느냐보다 어떻게 말하느냐가 중요하고,  어떻게 말하느냐보다 때론 어떤 말을 하지 않느냐가 더 중요한 법이다.  
                              ㅡ이기주 '언어의 온도'중ㅡ



 애들아, 엄마는 전혀 불쌍하지 않은 ,너희들로 인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엄마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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