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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대로 동행 Jun 29. 2022

인생이 바닥을 칠 때

오늘 하루를 살자

누구에게나 인생의 바닥을 칠 때가 있다.

               

 엄마 , 나에게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 없어요?”

뜬금없이 큰애가 시험 끝나고 오더니 엄마를 부른다.

무슨 일인지 아이 앞에 앉으니 사뭇 비장한 표정으로 말한다.     

“ 엄마, 인생을 끝내야 할 것 같아요. 더 이상은 힘들어서 못하겠어요.”

고3 아이들은 기말고사 기간이다. 무더운 여름에 수시 원서 접수 전 마지막 내신 시험을 힘겹게 치른다.


오늘 시험을 치르고 온 아이는 온몸에 힘이 빠져 지친 표정으로 말한다.     

왜 인생을 끝내고 싶냐 물으니 아이는 힘없이 대답한다.

인생이 뜻대로 안 돼요. 제 지쳤어요. 마지막으로 내게 할 말 있으면 해 주세요.”

참았던 울음보를 터뜨리며 엉엉 우는 아이에게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말을 찾는다.


“ 살다 보면 희망이 없어 보이는 바닥을 칠 때가 있어.  너는 그걸 좀 빨리 겪은 것뿐이야. 네가 바닥이라 생각하면 이제 치고 올라갈 일만 남았네. 오늘 하루만 살자. 하루만 견디면 내일은 또 달리 보일 거야. ”


고1 때까지 줄곧 우등생이었던 아들은 고2때 많이 아파서 공부를 내려 놓았다. 3학년에 올라가면서 다시 열심히 하려 했지만 이제 성적이 오르지 않는다. 아들은 그 1년간의 공백이 억울하고 아프다.

그런 아이를 바라보며 나는  속으로만 서러운 울음을  꾸역꾸역 삼킨다.     


나는 그 나이 때 내가 부족하다는  모르고 살았다.  

몸과 마음이 지치는 때도 있었지만 어쨌건 친구들과 열심히 공부했고, 무탈하게 대학을 졸업했다. 인생에 대해 별로 고민하지 않았다.


인생의 바닥을 친 건 그로부터 한참 뒤였다.

남들이 부러워 하는 대기업에서 최고가 되고 싶어 스트레스를 이겨가며 일을 하다 종종 수면제의 도움을 받아 잠을 이루곤 했다.

어느 날 출근길에 이건 아닌데.... 삶이 지옥 같다는 생각을 했다. 아이를 유산한 것을 계기로 주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회사를 그만둔 뒤 , 결혼하고, 아이 낳고 사업을 한다고 벌였다가 8년 만에 처참하게 실패하고 접었다.

40을 목전에 둔 그 상황에서  인생이 참하게 바닥을 쳤다. 광야에 홀로 버려진   고통스러운 시간을 맞았다.


그때 깨달았다.     


한 번도 제대로 실패하지 않았기에
내가 많이 교만했다는 것을...
인생이 주는 엄중한 회초리를
이제야 아프게 맞고 있다는 것을...   
  

40이 다 돼서 맞는 회초리가 너무 고통스러워  서럽게 울고, 온몸이 아팠다.

회초리의 상흔에서 벗어나기까지 근 10년이 걸렸다.  40대  후반이 돼서야 이제 내 몸에 맞는 옷을 입은 듯, 인생이 편안하고 따뜻하게 여겨졌다. 젊은 시절 이루고자 했던 모든 야망은 수포로 돌아갔지만, 대신 나날이 커가는 아이들을 보면서 평범한 일상을 누리는 게 얼마나 경이로운 은혜인지를  깨달았다.


이제 만 18세, 인생을 채 알기도 전에 자신이 느낀 암담한 현실의 벽 앞에서 절망하는 아들의 흔들리는 어깨를 바라본다.


'아들아, 바닥을 쳤구나. 일찍 너의 한계를 절감하고, 바닥을 쳤구나.'


그러나 이조차도 하나님은 아름답게 사용하실 줄 믿는다. 언젠가 인생의 힘든 고비들을 만날 때마다 네가 겪은 오늘의 절망을 꼭 기억하고 다시 일어나거라.   우리가 실상 아무것도 아님을, 약함 투성 이임을 인정할 때  인간은 역설적으로 가장 나답고 아름다운 삶을 살 수 있단다.   

   

네가 어떤 모습이건 엄마는 너를 있는 그대로 사랑한다. 하나님도 널 그렇게 사랑하신단다.

조금 힘들어도 지금 서러운 그 눈물이 얼마나 빛나는 별이 될지 언젠가 알게 될 거야.

오늘 하루를 살자.


실패해도 괜찮아.

어떤 상황에도 나는 네 곁을 변함없이 지키며,

 널 위한 기도를 쉬지 않을 것이다.


오늘 아침, 함께 식탁에 앉아 아들이  말한다.

" 엄마, 다시 열심히 해볼게요ᆢ"


우리가 이루어 낼 수 있는 유일한 기적은 계속 살아내는 거예요. 매일매일 연약한 삶을 보존해 가는 거예요.  - 눈먼 자들의 도시 중-

우리의 기적은 오늘도 계속된다.


수험생과 함께 지나는 터널이 생각보다 아프고 힘들지만, 우리 인생이 바닥을 치는 순간도 하나님 안에서는 모두 선하게 이뤄질 줄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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