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 BGM I Ginger root - Le Chateau
결국 회사를 그만뒀다. 10여 년 만에.
육아로 인한 퇴사는 아니다.
마음속에 피어난 불씨가 쉽게 꺼지지 않았다.
그 불씨는 퇴사에 대한 욕구였고, 성장에 대한 갈증이었다.
브런치 첫 글(2023.2.24)을 발행한 이후에도,
회사를 향한 애정과 증오가 뒤범벅되어 2년여의 시간을 치열하게 보냈다.
’물경력’을 의식하면서 ‘물경력‘이 되지 않으려 부단히 노력한 시간들이었다.
여러 프로젝트에 도전하며 난 좋은 아웃풋을 내기 위해 필사적이었다.
그 시간들 속에서도 이미 답은 정해져 있었다. 결론은 ‘퇴사’라는 걸 알고 있었다.
하지만, 온갖 ‘미련‘ 속에 나는 현실과 타협하기 바빴다.
어떤 날은 무너졌다가, 또 어떤 날은 맞서고, 때로는 바보같이 기대하고.
호기롭게 사직서를 끄적이다가도 “날 잡지 않으면 어쩌지?”, “퇴사하고 다시 그리워지면 어떡하지?”라는 생각에 마우스 커서만 화면 위를 떠돌기도 했다.
그렇게 또 한참의 시간이 흘렀다.
퇴사를 곱씹으면서도 내가 ’나’를 외면했다.
당장의 도전이 두렵고 나 자신에 대한 불안함과 불확실한 미래 때문이었다.
그리고 익숙한 환경, 친한 동료들, 쌓인 연차, 회사 내 입지 등 장기근속과 맞바꾼 결과물이 왜 이렇게 아까운지.
생각해 보면, 난 항상 퇴사하고 싶어 하면서도 회사에 남을 이유를 찾았던 것 같다.
미련이었다. 이 미련은 현실에서 도망치지 못하도록 매 순간 내 발목을 잡았다.
그런데 결국에 나는 퇴사를 했다.
이 회사에서의 근속이 내 성장을 저해한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하면서부터 퇴사는 시기의 문제였을 뿐이었다.
혹자는 나한테 말했다. “버티는 사람이 이기는 거야.”
물론 맞는 말이다. 버티는 것만큼 대단한 일도 없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버티기 또한 버틸 가치가 있는 곳에서 버텨야 하는 게 맞다. 그게 내가 내린 결론이었다.
10여 년이란 기간 동안 나도 이 회사로부터 배우고, 취할 것들은 다 취했고, 앞으로의 근속은 오히려 나한테 마이너스가 되는 시간임이 분명했다.
화려한 스펙 없는 평범한 워킹맘이 겪을 사회는 상상 이상으로 험난하겠지만, 그 안에서 내 자리는 만들면 되는 거고, 거기서 버티는 시간이 더 값질 것 같다.
사회생활 14년 만에, 그렇게 난 무직이 되었다.
소속이 사라지니 모든 행정서류상에는 난 직업 없는 무직으로 소개된다.
참 낯설다. 아침의 분주함과 출퇴근을 걱정할 필요가 없어진 이 일상이. 은행 업무볼 때 자연스레 직장인과 근로소득이란 키워드를 넣었던 당연함이 사라졌다는 것이. 이 어색함은 적응하는데 시간이 좀 걸릴 것 같다.
아직 이뤄낸 게 없는 백수 상태이기에 퇴사 소감을 ‘만족한다’고 답할 수 없겠지만, 적어도 그 회사를 퇴사한 결정을 ‘후회하지 않는다‘고 자신할 수는 있다.
이 글을 읽는 퇴사를 고민 중인 당신에게.
퇴사는 나처럼 모든 미련을 남김없이 떨쳤을 때, 뒤도 돌아보지 말고 하는 것이 후회 없으렷다.
순간의 우발적 감정이 아닌 회사와 나 사이 연결된 인연이 완벽히 끊어짐을 느꼈다면, 주저말고 탈출하자.
내가 미련 따위 남기지 않고 퇴사하게 된 이유는
다음 스토리에서 풀어내 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