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 BGM I 브로콜리너마저 - 앵콜요청금지
“뒷골이 땡긴다는 느낌이 이런 거구나”
어느 날, 사고 치고 온 상사에 분노가 치밀자
순간 혈압이 오르고 눈앞이 핑 돌았다.
그랬다. 내 몸이 먼저 반응했다.
극도로 스트레스를 받는 날은 부정적 감정이 우리 집 창문까지 스며들었다.
반복되자 내 기력은 소진되고, 달려오는 아이들을 보며 미소 지을 힘조차 나지 않았다.
아래에서 위로 물줄기처럼 올라오는 듯한 뒷골의 찌릿함.
단전에서부터 올라오는 깊은 빡침이 무슨 뜻인지 단번에 알게 됐다.
“나 이러다 건강에 문제 생기겠는데? “
정신이 번쩍 들었다.
그래서 이번에는 ‘나’만 생각하기로 했다.
회사에 대한 애정, 동료에 대한 책임감, 현실적인 재정 걱정.
그 모든 것을 내려놓고 내 건강, 내 정신, 내 삶의 방향에 집중하기로.
가장 먼저는 나를 갉아먹던 상사부터 끊어내야 했다.
나르시시스트적 언행, 감정적인 결정, 책임 전가.
더는 함께할 이유가 없었다.
언제부터인가 뒷골이 당기고, 혈압이 오르는 날이 잦아졌다.
이 환경이 내 몸과 마음을 병들게 하고 있다는 자각이 찾아왔다.
여기서 더 버티면 언젠가는 크게 아플 수도 있겠다는 두려움이 스쳤다.
내가 팀장으로서 책임을 나눠가졌다 생각해서일까.
직속 상사는 사고 치면 늘 내 뒤에 숨기 바빴다.
새로 바뀐 상부는 변덕스럽게 방향을 틀며 기획해 둔 사업들을 허공에 흩날렸다.
매년 하던 일조차 원점 재검토로 멈춰버렸다.
‘근거‘ 제시용 보고서를 쓰며 흘려보낸 하루하루가 아까웠다.
돌이켜봐도 참 무의미한 시간이었다.
“애도 있는데, 워라밸 지키며 다니기엔 여기가 괜찮지 “
“다 거기서 거기야, 새로 적응하려면 쉽지 않은 거 알잖아”.
퇴사를 고민할 때마다 날 잡던 말들.
정확히는, 그 말 뒤에 숨은 내 두려움이 날 붙잡았던 거였다.
하지만 여전히 출구는 없었다.
결국, 내 몸이 SOS를 보냈다.
그 순간 깨달았다.
지금까지 쌓아온 모든 것을 아까워하지 말자고.
회사 타이틀로 이어진 인맥은 결국 회사가 사라지면 다르게 변한다.
실제 내 인간관계도 옥석 가리기를 한 번 더 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버릴 건 버리고, 취할 건 취하자.
이 생각을 하니, 아까울 것도 아쉬울 것도 없었다.
사실, 아무리 이상한 상사라도 적당히 맞춰주면 그만이다.
또다시 버티려면 버틸 수 있었지만,
이번엔 버티고 싶지 않았다.
이 버팀이 내 성장에 무슨 의미가 있을까.
매 순간 고민하게 되더라.
여기서 정년까지 버틴다고 해도, 나에게 남는 건 뭘까.
결국, 더 무거워진 책임과 점점 희미해지는 존재감뿐 아닐까.
연봉, 처우, 업무 방식까지 다 계산해 봤다.
여기 남아 있는 것이 손해라는 결론이었다.
좋은 동료들 덕에 버틴 시간도
지난 10년으로 충분했다.
사회적으로 늦었다면 늦은 40대라고 하지만,
50대에 시작하는 것보단 빠르지 않을까.
내 정신건강을 갈아 넣어 얻는 이 회사의 명함이
내 인생에 어떤 가치를 남길까, 끝없이 고민했다.
결국, 답은 하나였다.
퇴사였다.
그게 내 퇴사 시그널이었다.
그건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온 게 아니었다.
매일 내 몸이 보내던 경고, 매 순간 내 마음이 보내던 신호였다.
나는 이제야 그 신호를 읽었다.
이제, 그만하라고.
결국 워킹맘의 퇴사는 이렇게 찾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