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 칠판에 대고 생각 연필로 낙서하기

by Plato Won
분당 서울대 병원 탄천길
자전거 안장을 베개 삼아

휴일 저녁 느즈막에

자전거를 끌고 어스렁 어슬렁거리다

돌 침대 하나 발견했네


돌 침대에 걸쳐 누워

자전거 안장을 베개 삼아


하늘 칠판에 대고

생각 분필로

낙서를 시작하네


하늘 칠판이라

공간도 넉넉하니

낙서줄은 왔다리 갔다리

두서없이 삐뚤 삐뚤 이어지네


생각 연필이

몽당연필 될 리는 없을 것이고

하늘 칠판도 꽉 찰리도 없을 것이니

오늘 낙서는 밤새 이어지겠구나


인류 최초의 언어는 낙서이고

인류 최고의 언어도 낙서라고

했으니


오늘 낙서가 언젠가는

인류를 밝히는 등불은 못 되어도

호롱불은 될 수 있는 낙서이지는

않을까 심히 궁금증이 더 해 가네


대문호 헤밍웨이도

첫 글이 형편없이 초라해서

수천 번을 고쳐 쓴다했으니


하늘 칠판에 대고 생각 연필로

낙서하는 쯤이야 주눅 들어

쓰겠는가


습작이든 낙서든

다 시작은 초라하고

민망 하기 짝이 없으니


생각 연필이 몽당연필 될 때까지

하늘 칠판에 마음 놓고 낙서하리


뭉게구름이 내 낙서를 어찌 알고

지우개로 지우고 지나가는 넉넉한

휴일 저녁이네


뭉게구름은 아는 것일까

내 낙서가 뭉게도 된다는 것을



Plato W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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