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의 제물론, 사물을 가지런히 하면 하나다.

장자의 제물론, 사물을 가지런히 하다.

by Plato Won
Plato Won 作,크게 보면 하나다.
Plato Won 作세상은 변화무쌍한 것 같지만 크게 보면 도진개진이니 아웅다웅 싸울 이유가 없다.


장자의 내편 두 번째 주제는 제물론(齊物論) 편이다.

'가지런할 제, 물건 물, 이론 론,

사물을 가지런히 하다.'는 의미다.


'사물을 齊한다'는 것은 '하나로 한다'는 것으로

여기서 하나란 다른 사물을 획일화한다는 뜻이 아니라

다양함 속에서 조화와 일치를 찾는다는 의미다.


동일한 것이 보기에 따라 크기도 하고 작기도 하다.

이것은 옳고 그르다는 시비(是非)를 넘어 세계를

제일(齊一), 제동(齊同), 여일(如一)의 세계로 바라

보는 것이다. 가지런히 하나고 가지런히 동일하고

같이 하나라는 인식의 관점이 제물론 정신이다.

이는 양극의 조화, 대립을 초월한 세계에서

사물을 보는 정신을 말한다.


인간은 인식의 한계로 사물의 시시비비를 따지고,

이분법으로 갈라치기 한다.


따라서 이것이든 저것이든 구분 짓는 것에서 벗어나 세상만물을 가지런히 하여 하나의 조화로 보는 대범함을 가지라는 것이 장자가 제물론 편에서 우리에게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다.


인간이 숙명처럼 뒤집어쓰고 있었던 시비의 굴레를

벗고, 대붕처럼 구만 리 창공을 날아가는 자유를 누릴

것을 장자는 우리에게 권하며 오상아(吾喪我)

와 호접몽 이야기를 전한다.


<오상아(吾喪我) 나는 나를 장사 치르다>


남쪽 서에 사는 자기라는 사람이 책상에 기대어

앉아 하늘을 쳐다보며 긴 한숨을 내쉰다.

이에 제자 안성자유가 물었다.

"스승님 어찌 된 일입니까?"책상에 기대앉아 계신

분이 이전의 스승님이 아니신 듯합니다."


이에 스승 자기(子基)가 말한다.

"잘 보았구나. 지금 나는 나를 장사 지니고 나를

잃어버렸다. 그런데 너는 어떻게 그것을 알았느냐"


장자는 소요유 편에서는 북쪽의 물고기 곤이

대붕이 되는 이야기로 시작했고 제물론 편에서는

남쪽에 사는 자기라는 사람이 자기를 잃어버린

오상아(吾喪我, 나 오, 잃을 상, 나 아) 이야기로

시작했다.


두 편다 내용은 다르지만 '변화'라는 주제를 다루고

있다. 다만 소요유 편의 대붕 이야기는 외형적 변혁을

다루고 있다면, 제물론 편은 내면의 변혁을 다루고

있다.


자기가 말한 나를 장사 지내고 잃어버렸다는

오상아의 표현은 나를 비워서 새롭게 태어났다는 은유적 표현이다.


오상아(吾喪我)는 장자의 제물론 편의

핵심 사상이다. 내가 나를 스스로 장사 지내고 이전의

나를 비움으로 새롭게 태어났다는 것은 내가 기존에

가진 인식의 한계를 버리고 세상을 새로운 시각으로

본다는 의미다.


여기서 吾(나 오)와 我(나 아)는 같은 '나'이나 같은

'나'가 아니다. 작은 자아에서 풀려나 본래의 자아,

큰 자아로 새롭게 태어났음을 대비시키고 있다.

이것은 철저한 내적인 변화를 말한다.


일상의 이분법적 의식에서 벗어나 초이분법적 세계,

전혀 다른 새로운 세계로 진입했음을 의미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이전의 나는 장사 지내야만 한다.

의식의 변혁은 그 정도로 쉽지 않다. 죽을 만큼 고통을

동반하고 두려움에 떨어야 가능한 변혁이다.

그런 의식의 변혁이 있어야 만물을 가지런히 해서

하나로 볼 수 있는 힘이 생긴다는 이야기를

장자는 '오상아'를 통해 전하고 있다.


<내가 나비인가, 나비가 나안가? 호접몽 >


"어느 날 장자가 꿈에서 훨훨 날아다니는

나비가 되어 유유자적 재미있게 지내다 꿈에서 문득 깨어났다. 그때 장자는 장자가 나비가 되는 꿈을

꾼 것인지, 아니면 나비가 장자가 되는 꿈을 꾼 것인지

알 수가 없었다. 장자와 나비 사이에 무슨 구별이 있는가"


호접몽은 장자 편에서 잘 알려진 나비꿈 이야기다.


장자는 꿈에서 나비가 되어 훨훨 날아다녔는데,

꿈에서 깨어나서야 그것이 꿈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러나 꿈에서 깨어나서 다시 곰곰이 생각해 보니,

나비가 꿈을 꾸어 그 꿈속에서 장자가 되어 살아가면서

자기가 나비라는 생각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문을 갖게 된 것이다.


장자가 호접몽 이야기를 통해 전하고자 하는 핵심

키워드는 '물화(物化)' 만물의 변화다.


물화라는 것이 도대체 무엇일까?

장자가 보는 세계는 모든 사물이 이것과 저것으로

갈려 각자로 존재하는 그런 세계가 아니다.

장자가 보는 세게는 오히려 모든 사물이 서로 얽히고설킨 관계, 서로 어울려 있는 관계, 꿈에서 보는 세계와 같이 서로가 서로가 되고, 서로에게 들어가기도 하고 서로에게서 나오기도 하는 "꿈같은 세계'이다.


따라서 장자와 나비 사이에는 장자가 나비가 되고

나비가 장자가 될 수도 있는 만물이 상호 합일하고

상호 침투하는 세계로, 만물이 상호 연관되어 있고

상호 의존하는 세계를 말한다. 이것이 물화다.


궁극적으로 이런 세계는 '나를 죽이고 장사 지내는

오상아(吾喪我)의 상태'에서 체득할 수 있는 세계로

아집, 편견, 자기 중심주의, 단견, 오만 등을 버릴 때

가능하다.


장자는 제물론 편에서 말한다.


"이것은 저것에서 오고, 저것은 이것에서 비롯되니

서로 구분 짓지 말고 가지런히 하면 하나로 보인다.

인간의 허술한 인식의 잣대로 서로 구분 짓고 싸우는 愚를 범하지 말고 소통하고 연결해라. 어차피

이것은 달리 보면 저것이고 저것은 이것에서 비롯된 것이다"라고


장자의 제물론 편은 장자 중에서 가장 난해한

부분으로 불교의 연기(緣起)와 맥을 같이 한다.


인생 일장춘몽으로 생각하면,

내가 꿈속에서 나비가 되어 하늘을 날아다닌 것이나, 나비가 사람이 되어 꿈을 꾼 것이나 무엇이

다른가?


장가가 아웅다웅하는 우리들에게 속삭인다.


"인생 크게 보면 윷놀이에서 도나 개나 별반 차이가

없는 도진개진이니 아웅다웅 구분 짓고 갈라 쳐

내편 네 편으로 싸움질이나 하면서 짧은 시간

허비하지 마라. 서로 상극, 양극단 같아도

가지런히 하면 만물은 하나다."



Plato W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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