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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노자와 장자,서양철학 한방에 보내는 다이너마이트

1-4, 패럴랙스 인문 아트 시리즈 7편 노자와 장자

by Plato Won
Plato Won 作

"道可道 非常道,名可名 非常名

도가도 비상도.명가도 비상명."


"道가 道라고 말해진다면 그것은 항상 그러한 道가 아니며, 이름은 이름으로 말해진다면 항상 그러한

이름이 아니다."


노자 도덕경의 첫 구절이다.


서양철학이 2,500여 년의 세월을 거쳐 비로소

깨닫기 시작한 문제를 노자는 2,500여 년 전에

이미 이 한 마디로 해답을 제시하고 있었다.


이성, 논리, 언어를 통해, 고대 그리스의 형이상학

철학은 세상의 불변의 본질을 찾고자 헤매고 다녔다.


플라톤은 세상을 눈으로 보이는 가시계와 지성으로만

볼 수 있는 가지계의 이분법으로 억지로 제단 해서 나누고, 이데아를 통해 세상의 불변의 진리인 본질을

추구하였다.


서양철학은 플라톤 철학의 각주에 불과하다고

영국의 철학자 화이트 헤드가 이야기했으니, 이후

서양철학은 이런 플라톤 철학의 큰 줄기를 따라

세상을 본질을 이성과 논리, 언어라는 도구를 사용

해서 그 해답을 찾고자 2,500년을 헤매였던 것이다.


그러나 노자는 이미 2500년 전에 이성, 논리,

언어의 근본적 한계를 지적하며, 언어로 명명하지

않고 직관, 통찰, 은유로서 세상을 이해하려 한

최초의 철학자다.


이는 언어란 자의적이고 가변적이어서 언어 밖,

외부세계를 지칭할 수 없으며, 그 자체로는 아무런

의미도 가지지 못한다는 현대 구조주의 철학의

시발점이 되었던 언어학자 소쉬르의 주장과 정확히

일치한다.


불변의 진리를 어떤 언어로 개념화하는 순간,

그 불변의 진리는 더 이상 항상 진리가 될 수 없다는 것이 노자의 도덕경 첫 구절 '도가도 비상도 명가명 비상명'이고, 2500년 간 이어져온 이성과 논리와

언어의 틀에 갇힌 서양철학을 구조해낸

현대 구조주의 철학의 핵심 사상인 것이다.


도가(道家) 사상은 노자와 장자의 '道'사상을

묶어서 표현한 말한다.


道란 우주의 생성원리로, 인간은 자연의 이치에 따라

살아야 하며, 인간의 유한한 지식으로 무한한 세상을

섣불리 제단 하지 말고 무위자연의 자세로 살아가야

한다고 논하는 사상이다.

도가사상은 절대가치를 부정한다. 사물의 가치는

결국 동등하며 속세를 초탈하여 유유자적한 삶을

추구한다. 모든 차별과 분류는 인간의 유한한 지식에

기인한 것으로, 구분 짓는 삶 자체가 허례허식일

뿐이다. 이 허례허식이 인간의 만사를 조급하게 하고,

경쟁하게 만드는 잘못의 근원이라고 말한다.


사마천의 <사기>에 공자가 노자를 만나는 장면

을 이렇게 기술하고 있다.


"달리는 짐승은 그물을 쳐 잡을 수 있고,

헤엄치는 물고기는 낚시를 드리워 낚을 수 있으며

나는 새는 화살을 쏘아 잡을 수 있으나,

바람과 구름을 타고 하늘을 나는 용은 도저히 어쩔 수 없다. 나는 오늘 노자를 만났고 그는 마치 용과 같은

존재였다."


노자는 지배계급 편에서 어떻게 하면 국가의

통치와 운영을 원활하게 할 수 있는가 하는 필요에서

출발한 철학인 반면, 장자는 피지배계급 편에서

그들의 주체적 삶을 위해서 어떤 태도로 인생을

살아가야 하는지를 고민한 철학이다.


중국의 역사서인 사마천의 <사기>에서 노자와 장자가

'노장사상'으로 지칭되고는 있으나, 노자와 장자는 '道'라는 사상을 전개하는 대상과 방식이 사뭇 다르며

노자와 장자는 철학적 계보를 잇는 스승, 제자의 관계도 아니고 , 살았던 시대도 200년 이상 간극이 있으므로 노자와 장자를 노장사상으로 함께 묶어 표현하는 것에는 강한 의문을 제기하는 학자들이

다수 존재한다.


노장사상이라 하면 대부분 노자의 철학으로 이해하고,

장자는 노자의 철학을 이어받아 재미있는 에피소드로

풀어낸 이야기쯤으로 오해를 받는데, 장자가 들으면 무척이나 섭섭해 할 일이다.장자의 철학은

엄연히 독자적인 구성을 지니고 있다.


중국 사상사의 대가로 불리는 크릴은 "이 세상에서

지성이 뛰어나게 예리한 사람들이 여러 언어로 많은

철학서를 지었는데, 그중에서 <장자>가 가장 훌륭

하다."라고 평할 정도다.


실존주의 철학자 하이데거, 노벨 문학상을 받은

헤르멘 헤세도 장자를 읽고 "내가 아는 중국 사상

서적 중에서 가장 명료하고 매력 있는 책"이라

평하고 있다.


장자는 장자를 통해 기발한 상상력과 표현,

자유분방한 해학과 풍자와 상징을 통해 우주와 인생의 깊은 뜻을 일깨워 주는 철학자다.


중국 사상은 여러 갈래로 나뉘지만, 그중 가장 중요한

사상은 유가와 도가사상이다. 유가는 공자가 창시해

맹자에 의해 선양되었고, 도가 사상은 노자와 장자가

대표 철학자다.


노자는 공자(BC.551~478)와 같은 시대의 인물로

사마천의 <사기>에 의하면 그의 성은 이(李), 이름은

이(耳)이며 본래 초나라 출신이었지만 주나라에

들어가 사관을 지냈는데, 그때 공자가 찾아와

道를 물은 적이 있다고 사마천의 사기는 소개하고

있다.


훗날 세상이 어지러워지자 노자는 관직을 버리고

주나라를 떠났는데 그가 함구관을 통과할 때 그곳을

지키던 관령 윤희의 간곡한 부탁으로 자신의 사상을

정리해 남기게 되었는데, 그것이 바로 노자의 도덕경

원문이다고 알려져 있다.


노자의 중심 사상은 無爲인데, 이는 유가 사상의

爲, 또는 人爲를 부정하고 비판한 것으로 출발한다.

이때 爲와 人위는 作爲, 즉 억지로 무언가를 하려는

것을, 無爲는 억지를 버리고 자연스럽게 행위하는

것을 말한다.


때라서 노자의 철학은 한마디로 無爲自然으로

정리할 수 있다.


장자의 장자는 노자에 뿌리내리고 있으나, 어떤

면에서는 전혀 새로운 사상을 전개하고 있다.


사마천의 사기에 따르면 본명은 '주'이고 (장주)

출생지는 송나라에 속하는 '몽'이라는 곳인데.

그곳에서 하급 관리로 일한 적이 있다고 소개한다.


장자(BC369~BC 289)가 언제 나서 언제 죽었는지 정확히는 알 수 없으나 맹자와 동시대를 살았던

사람으로 한때 하급관리로 일한 적이 있었다고 하는데, 자유분방하고 기개 넘치는 장자는 그 자리에

오래 머물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때의 경험을 통해 세속을 유지하는 제도가

얼마나 모순에 차 있는지, 그제도에 순응하며 사는

삶이 얼마나 답답한지를 알게 되었고 옛 책들을 광대하게 섭렵하여 장자 사상을 펼쳤다.


노자가 자신의 철학을 간략한 문구로 개념적으로

서술한 데 반해, 장자는 우화 이야기를 통해

사상을 상징적으로 전개하고 있다.


노자의 도덕경이 수십 번을 곱씹어 이해하고 인식

해야 하는 고전이라면, 장자의 장자는 상상의 나래를 펴,이해하고 느끼고 깨달아야 하는 고전이다.


꿈속에 나비가 나타나 장자가 나비인지,

나비가 장자인지 스스로에게 되물었던 장자의

호접몽은 삶이 꿈인지, 꿈이 삶인지를 되묻는

말이기도 하다.


그러나 진정 장자가 호접몽을 통해 전하고자 하는

이야기는 '나의 정체성과 나와 타자와의 관계성'에

대한 이야기다.


"나와 타자와 구분이 없음과 동시에 나와 타자와

구분이 있음 모두를 통해 나는 만들어진다."


장자는 이를 물화(物化)라고 표현한다.


이러한 타자와 내가 구분되지 않는, 구분되는

관계를 통해 나의 정체성이 생성되는 과정을

장자는 '<여물위춘 (與物爲春>이라고 말한다.


"타자와 더불어 봄이 된다."


나와 타자가 구분 될 수도 안 될 수도 있으니,

굳이 구분 짓지 말고 함께 즐기며 잘 사는 지혜를

말하고 있는 것이다.타인과 더불어 사는 삶이

윤리이고 도덕이고 철학의 본질인 행복 아닌가.


철학은 세상의 진리와 본질에 대해 끊임없이

질문을 해대는 학문이고, 그 최종목적은 행복을

위한 일체의 하위 행위인 것이다.

.

플라톤의 이데아 사상도, 아리스토텔레스의

니코마코스 윤리학도 서영 철학의 윤리학과 도덕,

정의, 인식론, 형이상학의 끝자락에는 항상 행복이라는 단어가 있다.


인간이 행복해지기 위해 서양철학이 2500년 동안

내리 사유하고 질문하며 지금 이 순간까지

헤매고 있을 때, 2300년 전 장자는 그 해답을

나비 한 마리를 통해 우리에게 툭 던진다.


"내가 나비인지, 나비가 나인지 구분하기

쉽지 않으니 타자와 더불어 봄을 즐겨라."


노자는 '道可道 非常道, 名可名 非常名'으로

장자는 '與物爲春'으로 2500년 전통의 서양철학사를 한방에 무너뜨리는 다이너마이트,대 철학자 아니던가.


노자와 장자는 망치를 든 전복의 철학자 니체를

한 걸음에 뛰어넘는 디이너마이트를 든 철학자다.


Plato W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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