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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lato Won Nov 24. 2022

3-1,소요유,인생은 한바탕 신명나게 놀다가는 놀이터

Plato Won 作

3-1. 소요유, 자유롭고 즐거운 삶


춘추 전국 시대 사상가들의 저서 중에서 가장 풍성하면서도 방대한 스케일을 보여 주는 『장자』.

장자가 집필했을 거라 추정되는 ‘내편’은 7개

으로 나뉘는데, 첫 장인 「소요유」는 둘째 장인 「제물론」과 함께 장자 철학의 핵심을 이룬다.


 「소요유」는 ‘노닐 소(逍), 멀 요(遙), 놀 유(遊)’, 즉 ‘어슬렁거리면서 논다’는 의미로, 그가 추구했던 절대 자유의 경지를 함축적으로 표현한 말이다.


“북쪽 바다 검푸른 곳에 크기가 수천 리나 되는 거대한 물고기가 살고 있었는데, 그 이름은 ‘곤(鯤)’이다. 어느 날 곤은 등의 너비가 수천 리나 되는 ‘붕(鵬)’이라는 거대한 새로 변했다. 한번 기운을 모아 힘차게 날아오르면 그 날개가 마치 하늘에 드리운 구름과도 같았다. 풍랑이 일면 이 새는 하늘 연못이라는 이름의 남쪽 바다로 날아간다. 이를 본 매미와 비둘기는 ‘우리는 날아 봤자 겨우 느릅나무 가지에 이르거나, 거기에도 못 미쳐 땅에 떨어지곤 하는데, 무엇 하러 9만 리나 남쪽으로 날아가는가.’라며 비웃었다.”


「소요유」의 첫머리를 장식하는 곤과 붕의 우화는

‘작은 지혜에 머물지 말고 깨달음을 통해 큰 지혜로 나아가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매미와 비둘기는 인간의 좁은 시야와 편견을 상징하는데, 이들은 자신의 무지를 알기는커녕 오히려 위대한 존재인 붕을 비웃는다. 매미와 비둘기, 곤과 붕이 각자의 특성을 존중하고 자신의 처지에 맞추어 산다면, 굳이 남의 생김새나 행동을 비웃을 이유가 없다. 주어진 수명대로 살아가는 자연계의 존재들과 달리, 인간은 자신만의 기준으로 순서를 정하고 우열을 매겨 차별과 경쟁을 불러왔다. 세상을 보다 넓고 큰 시각에서 바라보려면 사물에 대한 편견을 버리고, 의미를 하나로 규정하려는 태도도 지양해야 한다.


장자는 도를 깨우친 사람, 즉 최고 경지에 오른 사람을 지인, 신인, 성인이라 부른다. 지극한 경지에 도달한 지인(至人)은 자신을 고집하지 않고, 신의 경지에 도달한 신인(神人)은 공적에 연연하지 않으며, 거룩한 사람인 성인(聖人)은 명성에 목숨을 걸지 않는다. 이들은 세상 어느 것에도 구속되거나 의존하지 않고, 자연과 더불어 즐겁고 자유롭게 살아간다.


도를 아는 사람들은 남들이 쓸모없다고 하는 것에서 진짜 쓸모를 알아보는데, 이것이 장자의 ‘무용대용(無用大用)’이다. ‘쓸모 없음이 가장 큰 쓸모’라는 이 말은 작은 쓸모에 집착하지 말고 도의 눈높이로 사물을 바라보면 어느 것 하나 버릴 게 없다는 뜻을 담고 있다. 장자는 친구이자 선배인 혜시가 재목으로 가치가 있는 나무만이 쓸모 있다고 주장하자, 그늘을 만들어 사람들을 쉬게 하는 것도 나무의 쓸모라고 반박한다. 이 같은 유연한 사고방식은 인간에게도 적용할 수 있다. 인간의 가치는 세상이 중시하는 지식과 권력만으로는 평가할 수 없기 때문이다.


우리는 인간인 이상, 형식의 틀에 갇히기 마련이다. 과거의 경험에, 주변의 관습에, 생각의 한계에 갇힌다. 장자는 그런 인간의 한계를 훌훌 털어버리고, 하늘 높이 날아올라 대붕이 되어 보라고 권한다. 편견이 없는 유연한 사고방식과 넓은 시야를 바탕으로 결과가 아니라 과정 그 자체를 산책하듯 놀이하듯 즐길 줄 아는 삶의 태도, 이것이 바로 장자가 말하는 소요유이다.


인생은 한바탕 신명나게 놀다가는 놀이터라,

놀이터에서 굳이 이것과 저것을 구별하며

편협된 잣대로 세상을 제단할 필요가 있겠는가,

절대 자유는 형식의 틀에서 벗어나 하늘 높이

나는 대붕이 되는 것이다


Plato W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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