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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lato Won Nov 24. 2022

3-2,제물론,구분 짓지 마라.가지런히 하면 하나다.

Playo Won 作,이래봐도 저래봐도 자연은 하나다


3-2. 사물을 가지런히 하면 하나다

         / 사물에 대한 평등한 시각


「제물론」의 ‘제물’은 가지런할 제(齊物論), 물건 물(物), 즉 사물들을 가지런히 하여 하나로 만든다는 뜻이다. 세상 모든 존재가 하나라는 인식은 만물이 절대적으로 평등하다고 보는 ‘만물제동(萬物齊同)’의 원리로 이어진다. 큰 것과 작은 것, 옳음과 그름, 너와 나, 인간과 자연 등의 구별과 대립을 초월하여 만물이 가지런히 하나라는 ‘제일(齊一)’, 가지런히 동일하다는 ‘제동(齊同)’, 한결같다는 ‘여일(如一)’의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것이 진정한 도라 할 수 있다.


“마음을 괴롭혀 억지로 하나가 되려 하고, 자연이 본래 하나임을 알지 못하는 것을 조삼(朝三)이라 한다. 사육사가 도토리를 나누어 주면서 ‘아침에 세 개, 저녁에는 네 개씩 주겠다.’라고 하자, 원숭이들이 모두 화를 냈다. 그래서 다시 ‘아침에 네 개, 저녁에는 세 개를 주겠다’고 하자 원숭이들이 모두 기뻐하였다.”


「제물론」에 나오는 조삼모사(朝三暮四)의 일화이다. 조삼모사는 ‘간사하고 얕은 꾀로 남을 속이는 행위’를 가리키는 말로 널리 쓰인다. 이와 달리 장자는 도의 한결같음을 설명하고자 이 우화를 인용하고 있다.


하루에 받는 도토리의 양은 동일한데도 원숭이들이 화를 냈다가 금세 기뻐한 것은 사물의 한쪽 면만 보았기 때문으로, 인간들이 시비를 따지는 것도 마찬가지 이유이다.


장자는 이처럼 사람들이 제각기 살아가면서 이루어진 마음을 ‘성심(成心)’이라 불렀다. 일상적 편견이라고도 할 수 있는 성심은 현명한 사람부터 어리석은 사람에 이르기까지 모두가 지니고 있다. 그래서 장자는 성심 그 자체가 아니라 그것을 자신의 스승으로 삼는 태도를 경계한다. 성심에 집착하다 보면 자신의 의견만을 절대시하면서 타협은 고사하고, 소통의 가능성마저 무시하게 되기 마련이다.


장자는 사물의 양면을 두루 고려함으로써 전체를 볼 줄 아는 태도를 ‘양행(兩行)’이라 불렀는데, 이것과 저것이 구분이 사라진 상태가 도추(道樞), 즉 ‘도의 지도리’이다. 지도리가 문을 여닫을 수 있도록 문과 벽 사이를 연결해 주는 고리라면, ‘도의 지도리’는 옳고 그름을 연결해 주는 고리로서 원의 중심 같은 역할을 한다. 원 중심에서 둘레에 이르는 거리는 어디서나 같듯이, 도의 지도리에 머무르면 그 둘레에 있는 모든 옳고 그름을 공평하게 대할 수 있다.


인간과 인간, 인간과 자연의 완전한 소통을 꿈꾸었던 장자는 호접몽 우화에서 장자가 나비가 되고, 나비가 장자가 되는 변화를 ‘물화(物化)’라 불렀다. 그는 이 세계를 만물이 서로 얽히고설켜 있어서 서로가 서로에게 들어가기도 하고 서로에게서 나오기도 하는 그야말로 ‘꿈같은 세계’로 본다. 만물이 서로 합일하고 침투하며, 서로 연관되어 의존하고 있어서 장자가 얼마든지 나비가 될 수 있고, 나비도 장자가 될 수 있다.


장자가 ‘사물은 저것 아닌 것이 없고 이것 아닌 것이 없다’고 한 이유도 이 때문이다. 나의 관점에서 보면 내가 ‘이것’, 상대방이 ‘저것’이지만, 상대방의 관점에서는 그 반대가 된다. 결국 이것과 저것, 삶과 죽음, 옳고 그름은 모두 동시에 생겨난다. 그래서 성인은 자기만 옳다는 생각을 버리고 타인과 사물을 텅 빈 마음으로 대하며, 시비를 화합시키고 자연에 순응하여 살아간다.


서로 다른 나와 너, 이것과 저것이 궁극적으로 하나가 되는 물화의 경지는 아집과 편견, 오만, 인간 중심적 사고를 과감하게 버려야만 다다를 수 있다. 자신을 비우고 새롭게 태어나려면 과거의 나와는 완전히 결별해야 하기에 장자는 이를 오상아(吾喪我), 즉 과거의 자신을 죽이고 장사 지내는 일에 비유한다.

그는 성심을 지닌 작은 자아와 큰 자아의 대비를 통해, 기존에 지녔던 인식의 한계를 버리고 세상을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는 것을 은유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죽을 만큼의 고통과 두려움을 동반한 의식의 변화를 거쳐야만 비로소 만물을 가지런히 해서 하나로 볼 수 있는 힘이 생긴다.


이것과 저것으로 구분하지 마라.세상만물 가지런히

하면 모두 하나다.장자의 제물론은 만물을 가지런히

하여 하나로 볼 때 비로소 새로운 세상을 만날 수

있다 하였다.


Plato W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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