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을 모르는 자, 애플에 들어올 수 없다.
한 겨울 새벽의 창가 밖은 추위와 어둠으로 오싹한
느낌을 주기도 하지만 사색하기 적당한 고요함을
안기기도 한다.
어릴 적 기억, 수정동 산 599번지,
어릴 적 살던 집 주소가 문득 떠 오른다.
산의 중턱을 잘라 만든 도로,
산복도로 위에 집들이 빼곡히 있는 동네
멀리 부산 앞바다가 훤히 내려다 보이는
전망 최고의 명당 중 명당(?),
산 599번지가 내가 어릴 적 살던 집 주소이다.
중학생인 나는 매월 초가 왜 그리
기다려 졌을까?
월간조선, 신동아,
그때 돈으로 2,000원짜리
월간잡지가 왜 그리 보고 싶었을까?
정치 뒷이야기로 가득한 내용은 뒤로 하고
'People'이라는 인물 코너가 그리도
재미 있었고 기다려졌다.
산 599번지에 살던 중학생의 관점에서,
성공한 사람들의 스토리텔링은
그렇게 재미 있었고, 부러웠으며, 닮고 싶은
롤모델 이였다.
또래 친구들이 무협지에,
만화에 열광할 때
나는 그런 허무맹랑한(?) 이야기를 해 대는
책들은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그리스ㆍ로마 신화 이야기도
나에게는 재미 있다기 보다는,
현실에서는 도저히 이루어질 수 없는
귀신 씻나락 까먹는 소리 쯤으로 들렸다.
15 소년 표류기,
그 책은 너무 재미 있어 밤새 읽었던 기억이 난다.
아마 책 속의 그런 모험들이
현실 세계에서 실현 가능하다는 생각이
들었던 이유 일 것이다.
그렇게 어릴 적 나의 독서 습관은
왜곡되어 있었고 독서를 하는 진정한 이유와 목적을
몰랐던 것이다.
지금 생각하면 아쉬운 대목이다.
당연히 성인이 되어서도
현실과 동 떨어져 있다고 생각한
플라톤 국가론, 아리스토텔레스 정치학,
하이데거의 존재와 시간,니체의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같은 철학 책들은
전혀 나의 관심 대상이 아니었다.
할 수 없이 읽어 두어야 할 것 같아 읽었지만
전혀 감흥이 없었고 필이 오지도 않았다.
꽤 잘 나간다고 생각하고
시건 방을 떨던 그즈음,
어느 한 순간
나의 삶의 인생 굴곡은
예사롭지 않은 기울기를 그리며 추락하기 시작했다.
결코 평범하지 않은 경험들이 있었다.
극심한 우울증을 동반한 공황장애,
모든 것이 끝난 것 같고
누군가 나를 해칠 것 같은 착각
깊어지는 자괴감, 그리고 극심한 스트레스,불면증 등등
갑자기 삶의 앞길이 도대체 보이지 않았던 시간들,
몇 년을 그렇게 천장 만 바라보고 사는
멍 때리는 시간이 있었다.
그런 기울어진 인생 한 모퉁이에
불현듯 인문고전이라는 책이 내 곁에 찾아들었다.
예전에 읽었던 글들이 전혀 다른 옷을 입고
내 가슴 속 명치를 퍽 퍽 때리기 시작했다.
내 영혼은 그것으로 붉게 물들기 시작했다.
읽고 읽기를 반복하고,
쓰고 쓰기를 반복하고,
생각하고 생각하기를 반복했다.
그렇게 받아들인 인문고전의 지식들을 재료로
내 가슴 속 붉게 타오르는 감정선들을 고추장 삼아
내 영혼의 시냅스들이 춤을 추며
지혜의 음식을 만들기 시작했다.
"사유하고 질문하라,
치열하게 사유하고 끊임없이 질문하라."
받아들인 지식을 재해석해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학문탐구자세인 패럴랙스적 학습과
관점을 달리해서 사유해 보고 질문해 보는
Parallax Thinking을 습관화 하면서
스스로도 놀라운 변화들이 이어졌다.
그렇게 인문고전 한 권을
백 번씩 쯤 읽고, 쓰고 요약하고,
사색하고 질문하고 그것을 반복,반복하되
관점을 달리하고,마지막은 추상화 30장의
玄妙한 그림으로 정리해 놓았다.
플라톤의 국가론
아리스토텔레스의 정치학,니코마코스 윤리학
키케로의 의무론
헤로도토스의 역사
마키아벨리의 군주론
토마스 모어의 유토피아
루소의 사회계약론
존 로크의 정부론
홉스의 리바이어던
몽테스키외 법의 정신
노자의 도덕경
장자의 장자
뉴턴의 프린키피아
아담스미스 국부론 등등
그런 과정을 거치니
허무맹랑하다고 생각했던 철학 책들이
묵직함으로 다가 오기 시작했다.
옛 성현들이 차려논 지혜의 밥상의 진수성찬의
제 맛을 이제서야 조금이라도 느낄 수 있을 것
같았다.
왜 수천 년 전에 쓰여졌던 인문고전들이
21세기를 사는 우리들의 가슴 속에 명치를
때리는 울림을 주는지 어럼풋이 이해가 되었다.
그것을 가장 잘 이해하고 활용한 인물이 있다.
스티브 잡스가 그다.
스티브 잡스는 생전에 이런 말을 했다.
"내가 만약 소크라테스와
점심 식사 한 끼를 할 수만 있다면
내가 가진 애플 주식 전부를 다 내놓을 것이다"
스티브 잡스는 경영의 철학자다.
플라톤이 설립한 철학을 가르치는 학교
아카데미아 입구에 붙여 논 글귀가 있다.
"수학과 기하학을 모르는 자,
이 문을 통과할 수 없다"
철학에서 수학은 기본 중의 기본 학문이다.
피타고라스는 철학자이자 수학자이다.
비유와 은유 도치와 반어법이 넘나드는 인문고전
사상서들을 제대로 이해하고 탐구하기 위해서
논리,추론적 사고가 필요하며 수학적 추론,
논리적 사고능력은 필수적이다.
잡스는 그것을 그대로 도입해서
애플 회사 정문에 팻말을 걸었다.
"인문학을 모르는 자, 애플에 들어올 수 없다"
도대체 인문학을 모르는데
어떻게 세상을 이해하고,사람을 이해하고,
제품을 내놓을 수 있단 말인가?
잡스는 독서광이다.
특히 인문고전에 매료되었다.
인문고전은 복잡할 것 같은
우주만물의 이치들을 극단적으로 단순화 시켜,
논리적으로 명제를 만들어 내고
단 한 줄의 문구로 인간의 영혼에 울림을 던진다.
"신은 죽었다."
이 단 한 줄로 니체는 중세 유럽,
천 년의 암흑의 시대와 작별을 고했다.
"이성이 용기의 도움을 받아
욕망을 잘 절제할 때 올바름은 달성된다."
이 단순한 문장 하나로 플라톤은 인생 방정식을
만들어 버린다.
"행복이란
사물이 가진 본성의 기능을 극대화하는 것이므로
인간의 행복한 삶은 인간의 고유한 기능인
이성의 기능을 극대화하는 삶이다.
관조하는 삶,사색하는 삶,철학하는 삶이 그것이다."
아리스토텔레스의 행복한 삶에 대한 정의이다.
인간이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어떤 가치를 추구해야 하는 지가 궁금하다면
옛 성현들이 차려 논 지혜의 밥상으로
관복을 입고 예를 차려 들어가야 한다.
그게 인생의 정답지이다.
나머지는 지혜의 음식을 섭취하는
개인의 사색의 영역이다.
잡스의 성공방정식은
지극히 단순하다. 애플의 경영을 보라.
"History is Communication.
Communication should be Simple."
인류의 역사는
커뮤니케이션의 역사이고
커뮤니케이션은 단순함이다.
그게 다다.
그의 가치 철학이고,
세상의 문제를 풀어내는 잡스의 방정식이고
복잡한 의사결정의 순간, 이 두 문장의 의미에 충실했다.
사업분야를 정할 때도
컴퓨터, 스마트폰 같은 커뮤니케이션을 선정했고,
그 경쟁력은 커뮤니케이션의 단순화였다.
백 년을 넘게 장수하는 명품 기업들은
반드시 자신 만의 가치 철학이 있다.
여자들이 좋아하는 Hermes는
'소프트'와 '자신을 드러내지 않는 것이다.
모든 가방의 가죽제품은
그 재료가 극단적으로 부드러운 소재를 사용한다.
제품 어디에도 브랜드 로고를 들어내지 않는다.
샤넬은 정반대다.
모든 가방에 큼지막하게 창업자,
코코샤넬의 이름 첫 알파벳 C 두 글자를 겹쳐서 들어낸다.
코코샤넬이 1900년도에
최초로 여자들의 바지를 만들었던
여성 인권운동가였기 때문이다.
반면 에르메스의 창업자는
1820년 대 프랑스 왕실에
말의 안장을 만들어 납품하던 장인이었다.
에르메스는 신의 메세지를 인간에게 전하는
전령의 신이다. 자기를 드러낼 수 있겠는가?
철학을 알고 가치 철학을 정립한 기업은 영속할 것이되,
가치 철학이 없는 기업은 역사에서 사라질 것이다.
나는 지앤비 교육의 창업자다.
지앤비 학원 정문에 이런 팻말을 붙이고자 한다.
"인문고전을 모르고 들어온 자,
인문고전 100권을 가슴 속에 품고 나갈 것이다."
인문고전을 품고 사는 것이
나의 삶이고,지성인의 삶이고
지앤비 학생들의 삶이다
ᆢPlato W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