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헐렁함이 안기는 여백, 기분 좋은 헐렁함이다

by Plato Won
임효 作,天地人,세상은 태앙과 자연과 사람의 조화,나머진 여백
송골매 40년 만의 귀환 실황 공연 장면

"하늘은 매서웁고 흰 눈이 가득한 날

사랑하는 님 찾으러 천상에 올라갈 제


신 벗어 손에 쥐고 버선 벗어 품에 품고

곰뷔님뷔 님뷔곰뷔 천방지방 지방천방


한 번도 쉬지 않고 허위허위 올라가니

버선 벗은 발일랑은 쓰리지 아니한데


님 그리는 온 가슴만 산득산득하더라."


그때는 몰랐다.

먼 옛날 열심히 듣고 열심히 따라 불렀던

송골매의 '하늘나라 우리님' 노래 가삿말이

이런 느낌일 줄은


'송골매 40년 만의 귀환'

공연 중에서도 이 노래 가삿말을

곰뷔님뷔 님뷔곰뷔 지방천방 천방지방

사유하고 질문해 보니

아득한 옛 학창 시절의 추억이

산득산득해진다.


인간은 매혹적인 서사에 늘

마음을 빼기기 마련이다.


하늘은 매서웁고 흰 눈이 내리는 날

사랑하는 님 찾으러 천샹에

올라갈 생각을 하는 그 마음


신도 벗고 버선도 벗고

헐레벌레 벌레헐레

한 번도 쉬지 않고 허위허위

사랑을 찾아 떠나는 순수한 그 마음


버선 벗은 발이 추위에 시린 것은

참을 수 있는데 님 그리는 시리운 마음만은

참기 힘든 그 남정네의 마음


60이 넘은 나이, 흰머리에 찢어진 쳥바지를 입고

전자기타를 울러 매고 노래하는

송골매 배철수의 모습에서

산득산득한 헐렁함이 보인다.


헐렁한 여백, 기분 좋은 헐렁함이다.

빡빡한 일상에는 헐렁한 여백이 필요하다.


빼곡히 채우기보다는

님뷔곰뷔 곰뷔님뷔하게


빡빡하기보다는

허위허위 쉬엄쉬엄하게


까칠하기보다는 산득산득하게


깃품 있는 인생이란 헐렁함이 안기는 여백,

기분 좋은 헐렁함이 깃든 인생을 말한다.


Plato Won


2023년 1월 29일 일요일 여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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