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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lato Won
Feb 15. 2023
스스로 그러한 모습,무위자연의 道, 추상화 읽기
노자와 장자 추상화 스케치
노자의 道德經과 장자의 莊子
2권 4과 <추상화 읽기> 스크립트
스스로 그러한 모습, 무위자연의 도
(1) 하늘, 땅, 사람 그리고 도
노자는 『도덕경』 25장에서 도를 가리켜
‘두루 움직이지만 지치지 않으니
가히 세상의 어머니라 할 만하다’고 표현합니다.
도는 세상 어느 것에도 치우치지 않으면서
모든 것에 두루 영향을 미칩니다.
천지만물을 끌어안고 움직이되, 경계를 긋지 않고
특정 장소에 머물지도 않으며, 끊임없이 순환하지요.
이 순환 속에 모든 것이 담겨 있으니
비할 데 없이 크다고 한 것입니다.
노자에 따르면, 세상에는 네 가지 큰 것이 있습니다.
첫째가 ‘도’이고, 다음으로 하늘, 땅, 그리고 사람
입니다.전통적인 동양 사상에서는 하늘과 땅, 사람
이야말로
우주를 구성하는 가장 근본적이고 기본적인 존재라고 여깁니다.
훈민정음 창제 당시, ‘천지인(天地人)’ 삼재(三才)를 본떠 모음을 만든 것도 이 때문이지요.
노자는 하늘, 땅, 사람보다 도가 더 근본적인 개념이라 여겨,도를 만물이 존재하는 근거이자 형식이라 규정한 것입니다.
(2) 도는 자연을 본받는다
“인법지(人法地), 지법천(地法天),
천법도(天法道), 도법자연(道法自然).”
『도덕경』 25장에서 자주 인용되는 부분입니다.
사람은 땅을, 땅은 하늘을, 하늘은 도를 본받는데,
도는 스스로 그러한 자연을 본받는다는 뜻이지요.
씨앗을 기르고 샘물을 품어 모든 생명을 이롭게 하는 땅,사람은 마땅히 그런 땅을 본받아야 합니다.
땅은 하늘을 거스르지 않으니 만물을 실을 수 있고,
하늘 역시 도를 본받으므로 만물을 덮을 수 있습니다.
이때 ‘법(法)’이라는 한자가
‘본받다’라는 의미로 쓰인 점이 흥미롭습니다.
이 글자는 갑골문에서 사람의 모습을 본뜬 ‘대(大)’와
고대인들이 살던 동굴을 본뜬 ‘구(口)’ 모양으로 표현
됩니다.따라서 사람이 주거지를 떠나 어딘가로 간다는 의미로 해석되지요.
‘갈 거(去)’라는 뜻에 ‘물 수(氵)’가 더해진 ‘법(法)’
자는 물이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르는 게 순리임을 보여 줍니다.
여기서 자연적인 ‘규칙’이라는 의미가 생겨났습니다.
그리고 여러 사람이 본받게 하려고 만든 것이 규칙
이기에 ‘본받다’라는 동사로도 쓰이게 된 것입니다.
(3) 무위자연의 정신
노자의 도는 한마디로 ‘무위자연(無爲自然)’이라
할 수 있습니다.
‘스스로 그러한’ 자연을 본받아
사물과 현상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태도.
이러한 가치관은 영국 그룹 비틀즈의 대표곡인
<렛잇비(Let it be)>에서도 엿볼 수 있지요.
‘렛잇비’는 그냥 내버려두라는 뜻입니다.
이 노래의 노랫말에는살다가 힘들 때면 ‘순리에 맡기고 그냥 내버려두라’는
지혜가 담겨 있습니다.
인간은 이기심과 욕망 때문에 수많은 갈등을 겪게 되는데,서로 간의 충돌이 극대화될 때 전쟁이 일어나기도
합니다.
비틀즈가 활동하던 1960년대와 1970년대 초반,
미국이 베트남 전쟁에 명분 없이 개입하자,
전쟁 반대를 외치는 목소리가 나날이 높아져 갔습니다.
이런 시대적 분위기 속에서 대중은
‘세상이 순리대로 흘러가도록 내버려두라’는
<렛잇비>의 메시지에 열광했습니다.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아도
모든 일이 술술 순조롭게 풀려 나간다는 무위자연의
정신.노자는 인간의 좁은 지식과 얄팍한 경험만을
내세우지 말고,세상만사가 물처럼 흘러가도록 내버려두라고 충고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인간 중심의 가치 판단에서 벗어나,
인위적으로 무언가를 하려는 유위(有爲)의 태도를 버려야 하지요.
노자의 무위자연은 언뜻 방향이 없고 무질서해
보이지만,여러 방향, 다양한 삶의 방식을 포용하고
있습니다.
(4) 추상화 이해하기
어디선가 흘러내려온 물줄기들이
바위틈으로 스며들어 웅덩이를 이루었습니다.
노자는 『도덕경』 8장에서
최고의 선을 ‘물’에 비유합니다.
그는 물이야말로 자연에서
도의 속성에 가장 가까운 것이라 보았지요.
우후죽순처럼 생겨난 고층 빌딩들은
문명의 발전을 상징합니다.
문명이 인위의 최고봉이라면,
물은 무위의 최고봉을 보여 줍니다.
어떤 상황에서도 자연스러운 본성을 잃지 않는 물!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르니 겸손하고,
장애물을 비켜 가니 다툼을 만들지 않습니다.
다른 생명을 이롭게 하고자
모두가 싫어하는 낮고 더러운 곳에 머물기를 자처하지만,자신의 공을 과시하거나 대가를 바라지 않지요.
잔잔하게만 보이던 물살이 거세지면서
폭포수처럼 콸콸 흘러내립니다.
마치 서로 마주보는 두 사람이
‘인간 중심적인 태도를 버리고,
세상을 있는 그대로 담담하게 바라보라‘고 조언하는
듯합니다.
물이 때로는 거침없이, 때로는 유유히 흐르면서
주위를 부드럽게 감싸 준 덕분일까요?
회색빛 일색이던 빌딩숲이
차츰 다채로운 빛깔을 띠며 조화를 이룹니다.
물은 자기 자신을 고집하지 않기에
어떤 형태의 그릇에도 담길 수 있습니다.
인간 역시 편견과 이기심에서 벗어나야
나와 다른 생각, 나와 다른 존재를 포용할 수 있지요.
흘러내린 폭포수가 큰 바다를 이룬 듯합니다.
이는 물이 말없이 몸소 보여 준
상선약수의 정신, 무위자연의 도가
세상에 널리 퍼져나가는 것을 상징합니다.
“천하에서 가장 부드러운 것이 가장 강한 것을 이긴다.
형체가 없는 것이 틈이 없는 곳까지 스며드니,
나는 이로써 무위의 이로움을 안다.“
『도덕경』 43장에 담긴 노자의 가르침은
지식과 힘을 경쟁적으로 추구하는 현대인들에게
바람직한 삶의 모델을 제시해 줍니다.
Plato Won
Plato Won 作,2023.2.15 여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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