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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정을 잊어버리셨나요?
by
Plato Won
Feb 16. 2023
허(虛)와 비움과 정(靜)의 고요함
노자의 道德經과 장자의 莊子
2권 5과 <추상화 읽기> 스크립트
허(虛)의 비움과 정(靜)의 고요함
(1) 불교와 『서유기』
유교, 도교와 더불어 중국 사회와 문화에 큰 영향을
미친 것은 ‘불교’입니다.
인도에서 생겨난 불교는 기원전 2세기 말인 한나라
무제 때,장건이 개척한 실크로드를 통해 중국으로
전파되기 시작합니다.
사마천은 실크로드 개척을 ‘서역으로의 길을 뚫었다’
고 평가했는데,
이후 중국 사회에 정착한 불교는
4~6세기경 한반도에도 전해졌습니다.
7세기에 쓰인 『대당서역기』는 서역으로 불경을
구하러 갔던
당나라 승려 ‘현장’이 쓴 견문록입니다.
그는 소설 『서유기』 속 삼장법사의 실제 모델이기도
하지요.
중국을 넘어 동아시아 전역에서 사랑받은 『서유기』
는
황제의 명으로 불경을 구하러 가던 삼장법사가
손오공, 사오정, 저팔계를 만나 겪게 되는 파란만장한 모험담입니다.
숱한 역경을 극복하고 불경을 구해 온 현장의
이야기는
중국 불교사에 한 획을 그은 사건이었습니다.
(2) 불교의 공(空), 노자의 무(無)
중국인들 입장에서 불교는 낯선 외래 종교였습니다.
그래서 초창기에는 불교의 ‘공(空) 사상’을
노자 사상을 통해 이해시키고자 했습니다.
노자와 석가모니를 서로 연결 짓다 보니,
당시 사람들은 석가모니를 ‘몸이 황금빛인 노자’라는
뜻에서‘황면노자(黃面老子)’라 불렀습니다.
그리고 노자가 인도로 건너가 석가모니로 다시
태어났다는
‘노자화호설(老子化胡說)’이 퍼지기도
했지요.
불교의 근본 교리인 ‘공 사상’에 따르면,
인간을 포함한 세상 만물은
직접적 원인인 ‘인(因)’과 간접적 원인인 ‘연(緣)’,
즉 ‘인연’에 의하여 생겨나고 변할 뿐,
고정 불변의 실체란 존재하지 않습니다.
이와 관련한 유명한 구절이
불교 경전인 『반야심경』에 나오는
‘색즉시공 공즉시색(色卽是空空卽是色)’입니다.
‘색(色)’은 형태가 있는 물질적인 것,
넓게는 대상 전반을 가리킵니다.
한마디로 ‘색은 공으로부터 생기고 공은 색에 의해
나타난다’,
즉 존재하는 모든 형상은 일시적인 모습일 뿐,
실체가 없다는 뜻입니다.
불교의 ‘공’은
만물과 그 형상을 나타내는 근원이며,
우주 삼라만상은 전부 공으로 돌아가게 되어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공은
노자의 무(無) 그리고 도(道)와 서로 통하는 데가
있지요.
(3) 노자의 허정(虛靜) 개념과 도
도가 사상은 허무로부터 출발한다는 말이 암시하듯,
‘허(虛)’는 무와 더불어 도가 사상의 핵심을 이룹니다.
허는 도의 ‘비어 있는 상태’를 가리키는 말로,
노자는 이를 골짜기에 비유합니다.
골짜기는 평소에는 텅 비어 있다가도,
우기가 되면 많은 물을 흘려보내 대지를 적심으로써
만물을 기릅니다.
그래서 ‘최상의 덕은 골짜기처럼 빈 것 같다’고 표현한 것이지요.
『도덕경』 24장에 따르면,
스스로를 내세우는 사람은 지혜롭지 못하고,
자신이 옳다고 주장하는 사람은 밝지 못합니다.
공을 자랑하다 보면 그 공이 무너지고,
자만하는 사람은 결코 오래가지 못하는 법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끊임없이 스스로를 비우는 데 힘써야
합니다.
만물은 탄생 이후 번성을 누리다가도
마지막에는 자신의 뿌리,
다시 말해 본래 상태로 돌아가게 됩니다.
이것이 바로 노자가 말하는 ‘정(靜)’, 즉 고요함
입니다.
노자의 허정 사상은
‘마음을 비움의 극치에 이르게 함으로써
고요함을 꾸준히 지켜라.’라는 한마디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도를 깨닫기 위해서는
자신의 욕망이 무엇인지를 정확하게 파악하여
마음을 온전히 비움으로써 평정심을 유지해야 합니다.
노자가 강조한 ‘마음의 비움과 평정’은
훗날 도교의 수행법인 양생법(養生法)의 바탕이
되었습니다.
(4) 추상화 이해하기
그러면 허정 사상에 담긴 노자의 메시지를
추상화를 통해 살펴볼까요?
산 위에서 밝게 빛나고 있는 원.
‘산’은 우리가 사는 세상을,
‘밝은 원’은 편견과 선입견, 자만을 버린 텅 빈 상태, ‘허’를 상징합니다.
밝은 원을 배경으로
어딘가를 향해 성큼성큼 걸어가는 한 사람.
세상 만물은 허에서 태어나
세상을 이리저리 두루 경험하다가,
자신의 뿌리인 ‘정’으로 돌아가는 것이 운명입니다.
무언가를 찾아 헤매면서 걷는 동안,
머리 주위에 갖가지 문양들이 생겨났습니다.
이는 인간의 집착을 불러일으키는 지식과 욕망을
상징하지요.
앎을 ‘명’과 ‘지’로 구분한 노자는
밝은 이치, 즉 진정한 도에 이르려면 마음을 비우라고 말합니다.
지식과 욕망에 대한 과도한 집착을 버리고,
근원으로 돌아가라는 뜻이지요.
분주하던 발걸음을 멈추고,
조용히 가부좌를 틀고 있는 사람.
두 손은 기도하듯 단정히 모았습니다.
머릿속을 가득 채우고 있던
지식과 욕망이 차츰 줄어드는 게 보이네요.
그림 속 자세는
불교의 수행법인 ‘좌선(坐禪)’을 연상시킵니다.
불교에서도 생로병사(生老病死),
즉 태어나고 늙고 병들고 죽는 데서 비롯되는
속세의 욕망과 번뇌를 버려야만
비로소 큰 깨달음에 이를 수 있다고 봅니다.
내면을 어지럽히던
지식과 욕망의 덩어리들이 사라지고 없군요.
머리 주위를 환하게 밝히는 원이
마치 성인을 기리는 후광처럼 보입니다.
산과 산이 이어지는 대지 깊숙한 곳까지
도가 오롯이 뿌리를 내렸습니다.
양손은 그 자체로 씨앗이 되어
생명의 순환을 암시하고 있네요.
“도를 체득한 사람은 꽉 채우려 들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영원히 새로울 수 있다.“
『도덕경』 15장에서 보듯,
성인은 비움과 버림의 미학을 아는 사람입니다.
Plato W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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