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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lato Won Jan 25. 2019

우리를 천국으로 인도하는 '베르길리우스'는 누구인가

'한때는 사람이었으나 지금은 사람이 아닌' 단테의 신곡 中

Plato Won 作
임효 作,苦集滅道
길을 잃고 숲 속을 헤매는 단테


단테는 말한다.


"인생 최전성기에 뒤를 돌아다보니, 

문득 길을 잃고 어두운 숲 속을 헤매고 있

나 자신을 발견하였다.


주춤주춤 뒤로 물러서는

저 숲 속에서 갑자기 표범이 나타났다.

그것은 욕망을 절제하지 못해 어두운 숲 속을

헤매고 있는 인간의 모습이었다.


정신을 차리고 다시 주위를 돌아보니

사자가 으르렁거리고 서 있었다.

그것은 권력욕에 휩싸인 인간의 모습이었다.


자포자기하고 있는데

다시 암늑대 한 마리가 다가오고 있었다.

그것은 인간의 사악함과 교만이었다.


이윽고 저기 멀리서 누군가 나를 향해

다가서고 있는 것이 아닌가,


"아니 누구십니까?

인간이라면 저를 구원해 주시고

귀신이라멀리 물러가 주십시오"


어두운 숲 속에서

길을 잃고 방황하는 단테에게 다가서는 이는

단테에게 이렇게 말한다.


"Non uomo, uomo gia fui"

(난 우모, 우모 기아 푸이)

때는 사람이었으나 지금은 사람이 아 


르네상스 시대를 열었던

단테의 La divina commedia,

새로운 인생, 新曲에 나오는 구절이다.


인생 최전성기에 어두운 숲 속에서

길을 잃고 헤매는 단테에게 다가선 이는

바로 로마의 건국 신화 <아이네이아스> 쓴 베르길리우스였다.


때는 사람이었으나 지금은  사람이 아닌 그가

어두운 숲 속을 헤매는 단테를

지옥과 연옥을 거쳐 무수한 별빛이 반짝이는

천국으로 인도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인간은 누구라도 단테처럼

인생 최전성기에 갑자기 어두운 숲 속에서

길을 잃고 헤매는 나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욕망에 물들고,

권력욕에 휘둘리고

사악하고 교만함으로 스스로를 멸시키는

존재가 인간 아니던가.


위대한 것도 인간이고

어리석은 것도 인간이며

사악한 도 인간의 모습이다.


천 년 제국 로마의 건국 신화를 쓴 베르길리우스는

5개의 공화국으로 쪼개진 이탈리아 반도,

그중 피렌체 공화국에서 인생 최전성기를 살다

문득 길을 잃고 헤매는 단테의 손을 붙잡고

지옥과 연옥과 천국을 여행한다.


단테는 그때 알았다.


지옥은 밤하늘에 별이 없는 곳이라는 것을,

지옥도 천국도 아닌 연옥은 멀리 아마득한 저곳에

지향하는 별이 어렴풋이 존재하는 곳이라는 것을,

모두가 원하는 천국은 밤하늘에 별들이 저리도

무수히 많이 반짝이고 있음을 깨달을 때라는 것을,


인생 최전성기에

마음속 깊은 곳에

이기심과 욕망과 권력욕과 사악함과 교만이

가득 찰 때,그곳이 곧 지옥이다.


지옥을 벗어나는 시작점

이기심과 욕망과 권력욕과 사악함과 교만을 버리고

아마득한 저곳의 반짝이는 무수히 많은 저별들을 가슴속에 심어 놓으면서부터다.


인간이 동경하는 그곳에는

욕망과 권력 의지와 사악함과 교만이 사라지고

무수히 빛나는 별들이 차지하고 있다.


단테는 신곡을 통해

인생에서 길을 잃고 헤매는 우리들에게

지옥과 연옥과 천국을 안내할 베르길리우스를

소개하고 있다.


인생의 소중한 가치를 잃어버리고

지옥과 연옥을 헤매는 들은 외친다.


"Non uomo, uomo gia fui"

사람이면 위기에 빠진 저를 구해 주시고 

귀신이면 썩 물러가 주세요.


어두운 숲 속에서 길을 잃고 헤매는

우리들을  희망 가득한 천국으

안내하는 베르길리우스는 누구인가.


소소한 일상에 감사할 줄 아는 겸손한 내면,

세상의 고통에 참기 힘든 연민을 지니고

노력해보려는 선한 의지,

똑같아 보이는 삶을 똑같지 않게 살아보려는

모험 정신,


누군가와도 잔잔한 삶의 정을 나누며 정겹게

인생을 살아보려는 인간미


너무 달려왔다고 느꼈을 때

가끔씩 뒤를 돌아보고  비워낼 수 있는

불확정적 비움의 철학을 아는 지혜,


보이지 않고 만져지지 않는 저 너머의

세계를 호기심과 열정으로 다가서 보려는 

꿈꾸는 목동의 동심,


나에게 베르길리우스는 영혼을 회한과 후회로

검은 숯검댕이가 되게 만드는 덧없는 고뇌가 아니라, 영혼이 지혜에 배고파 할딱이게 만드는 붉은 열정과

익숙한 이곳을 나 낯선 저곳으로 향하는

도전 정신이라는 사실을 이 새벽에 깨닫는다.


2022년 9월 22일 새벽녘, 거실 창밖을 바라보며,

새벽녘  사유는 항상 관조를 품고 있다



Plato W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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