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brunch
우주는 갈구하되 집착하지 않는 원자들의 조합이다
by
Plato Won
Jun 10. 2023
아래로
Plato Won 作.아름다운 꽃잎도 결국은 갈구하되 집착하지 않는 원자덩어리일 뿐이다
극단의 복잡함은 순수할 만큼 단순하다.
기원전 5세기 밀레토스에 사는 데모크리토스의
기본 발상은 아주 단순했다.
"우주 전체는 끝없는 공간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그 속에서 무수한 원자들이 돌아다닌다. 공간은 한계
가 없다. 위도 아래도 없다. 중심도 경계도 없다.
원자들은 모양 외에는 그 어떤 성질도 갖지 않는다.
무게도 색도 맛도 없다.
관례상 달고, 관례상 쓰고, 관례상
뜨겁고, 관례상
차갑고, 관례상 색이 있는 것이지, 실상은 원자와
진공일 뿐이다."
원자는 더 이상 나눌 수 없는 알갱이다.
실재의 모든 것이 이 알갱이로 이루어져 있다.
원자들은 공간 속을 자유로이 돌아다니다가 부딪친다.
서로 붙기도 하고 서로 밀치고 당기기도 한다.
비슷한 원자들은 서로 끌어당겨 모인다.
이것이 세상 모든 것의 짜임새다. 이것이 실재인
것이다.
그 밖의 모든 것은 원자의 이러한 운동과 조합이
무작위로 우연히 만들어낸 부산물일 뿐이다.
세계를 이루는 무한히 다양한 물질들도 오로지 원자의
이러한 조합에서 파생된 조각품들일 뿐이다.
마치 미켈란젤로가 정과 망치를 들고 앞에 있는
대리석을 쪼아내서
다비드
상을 만들
때
그의 손끝을 통한 정과 망치가 어디를 향할지는
미켈란젤로 외에는 아무도 모르듯, 원자들이 어디로
향할지는 아무도 모른다.
자 어떤가?
우주의 복잡계도 지극히 단순해서
지극히 순수한 원자에서부터 비롯되었다.
하물며, 우주의 티클만한 지구에서, 지구에서 티클
만한 인간들이 그리는 무늬. 인간사가 아무리 복잡한
들 우주만큼 복잡하겠는가.
인간사에서도 지극히 단순하면서 순수한, 더 이상
쪼갤 수 없는 알갱이만 찾아낸다면 인간사 해석도
그리 복잡할 리 있겠는가.
인간이 그리는 무늬인 인간사는 인간의 마음이 움직
이는 대로 그려진다. 마음이 동해야 움직임이 있고
부딪히든 합치든 할 것이 아닌가. 그 마음은 어떨
땐
혹 했다가 어떨 땐
토라졌다가, 그것들이
무작위로
모이고 흩어져 사람 사는 세상을 만드는 것 아닌가.
20세기 후반 가장 위대한 물리학자 리처드 파인만
은 그의 물리학 입문 강의 첫머리에 이런 말을
남긴다.
"만약 대격변이 일어나 모든 과학 지식이 소실
되었는데, 딱
한 문장만을 다음 세대에 전해줄 수
있다면, 가장 적은 단어로 가장 많은 정보를 담을 수
있는 문장은 어떤 것이 될까?
세상의 모든 것은 원자로, 즉 서로 조금 떨어져 있을 때에는 끌어당기지만 서로 밀착되면 밀쳐내면서 영구
운동을 하며 돌아다니는 작은 입자들로 이루어졌다.
여러분이 약간의 상상력과 생각을 더하면 이 한 문장
에서 세계에 관한 막대한 양의 정보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
20세기의 과학으로 발견한 원자라는 물질을
기원전 5세기 과학이라곤 코빼기도 안 보이던
그 시절
데모크리토스는 어떻게 생각해 냈을까?
그것은 관찰에 기초한 철학적 논증 덕분이었다.
데모크리토스는 나무바퀴가 닳고 빨래가 마르는
것이 나무 입자나 물 입자가 천천히 날아가는 현상
이라고 상상했다. 여기에 더해 물질은 무한히 나눌
수 있고, 더 이상 쪼갤 수 없을 만큼 무한히 쪼갤 수
있다고 상상했다. 그럼 크기가 없는 점만이 남게
된다. 그런데 이 크기가 없는 점들을 다시 모으면
크기를 가진 물질이 만들어지는가? 그렇지 않을
것이다. 크기가 없는 것을 무한히 모아봤지 크기는
제로다. 따라서 이제 알갱이 원자에 대한 정의는
단 한 가지밖에 남지 않는다.
그 어떤 물질이든 유한의 수로 낱낱이 쪼갤 수 있는데,
그 조각들은 유한의 크기를 가졌으면서도 더 이상 분할할 수 없는 것들로 이루어진 알갱이들이어야 한다.
바로 현대가 정의한 원자다.
관찰을 통한 사유의 힘으로 도출해 낸 위대한 정의다.
근대 과학은 데모크리토스의 이 정의를 그저 과학적
으로 증명했을 뿐이다.
인간사의 움직임에 있어서도 더 이상 쪼갤 수 없는
원자 같은 동인은
무엇일까? 사람
마음을 움직이는
동인, 그것을 열정이라는 원자라 믿는다.
대상과 적당히 떨어져 있으면 강하게 갈구하는 힘이
있고, 너무
압착되어 집착하면 밀쳐내는 반발력이
있는 그것은 열정이다.
갈구하되 집착하지
관심, 열정이
복잡한 인간사를
움직이는 우주 속 원자라
믿는다.
우주에서 원자가 어떻게 생겨났는지 모르듯
한 인간의 마음속에 열정이 어떻게 생겨나는지
나는 알지 못한다. 그러나 그 속성은 어떠해야
하는지 나는 정확히 이해한다.
갈구하되 집작 하지 않는 열정들의 조합으로
인간사는 돌아간다. 그외 것들은 관례상으로 요란한
파열음을 내거나, 관례상으로 소리 없이 파괴되거나
사라져 없어진다.
갈구하되 집착하지 않는 원자가
우주를 낳고 인간사를 만든다.
극단의 복작함은 극단의 단순함의 다른 말이다.
Plato Won
keyword
우주
원자
철학
16
댓글
댓글
0
작성된 댓글이 없습니다.
작가에게 첫 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브런치에 로그인하고 댓글을 입력해보세요!
Plato Won
인문・교양 분야 크리에이터
소속
지앤비패럴랙스교육
직업
CEO
글은 작가에 의해 쓰여지지만 그 글을 사유하고 질문하는 누군가에 의해 서서히 완성되어 간다. 지식이 범생이의 모범답안지에 기여하기보다는 야성적 충동가의 혁신도구이기를 바라며 ~~
팔로워
898
제안하기
팔로우
작가의 이전글
내가 궁금하겠지만 나는 그대가 더 궁금하다
사유는 힘이 세다
작가의 다음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