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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상은 모호함이 아니라 단순함이다.단순함의 반전이다

by Plato Won
서울미술관 개관 10주년에 전시된 유영국 作 <산>


하수는 단순한 것을 복잡하게 꼬으고

고수는 복잡한 것을 단순화시킬 줄 아는 사람이다.


한국 추상미술의 선구자 유영국 화백은

'산'을 통해 우주 삼라만상 변화무쌍한 자연을

표현하며 인간의 현란한 욕망을 담고 있다.


한국을 대표하는 화가 30인 전의 전시회에서 만난

유영국 화백의 <산>은 강렬했다.


빨간색의 산과 단순한 삼각형, 직선과 예각의

조형적 요소들이 화폭 안에 담겨 절묘한 조형미로

강렬히 다가왔다.


"산은 내 앞에 있는 것이 아니라

내 안에 있는 것이다."


유영국 화백은 눈앞에 펼쳐진 산을 그린 것이

아니라, 마음속에 품은 산을 그렸다고 한다.


추상미술의 거장은 왜 산을 화폭에 담았을까?


"산에는 봉우리의 삼각형, 능선의 곡선,

원근의 면, 다채로운 색 등 모든 게 다 있다."


유영국 화백이 가장 추종했던 화가는

몬드리안으로,

군더더기 없는 구성, 수직과 수평의 절제된 균형,

빨강의 강렬한 색채의 잔상은 그의 작품 속에도

찾아볼 수 있다.


우주의 삼라만상이 자연 속에 담겨 있고,

자연을 상징하는 산은 사시사철 변화무쌍한 색들을

품고, 그 색들은 현란한 인간의 욕망을 담고 있다.


우리 주변에 흔히 볼 수 있는 '산'을 통해

우주의 근원과 리듬을 포착하고자 했던 작가의

사유가 그의 작품 <산>에 그대로 담겨 있다.


유영국 화백은 추상회화를 고집한

이유를 이렇게 설명하고 있다.


"20세기 새로운 미적 발명품인 추상회화는

외부에 사물을 그려야 한다는 제약에서 완전히

벗어나, 자유롭게 자신의 생각이나 감정을 표현

한다."


세상 일체의 간섭에서 벗어나고자 추상미술을

좋아했으나, 그 추상미술이 너무 어렵다고 고백했던

그는 작품 <산>을 통해 세상에 떠도는 복잡한 말과

군더더기 잡념을 차단하려 했다.


작품 <산>은 말을 차단하고, 군더더기를 차단하고

인간의 현란한 욕망을 강렬한 붉은색으로 산속에

숨겨 놓고 있다.


그래서 더 많은 사유와 질문거리를 관객에게

던지고 있다.


빨강 산이 그렇고, 삼각형으로 절제된 표현이

그렇고, 기하학적 구도가 그렇다.


눈앞에 보이는 복잡함은

마음을 비우면 단순해진다.


의사결정이 어렵고 복잡한 이유는

포기할 것과 지킬 것이 모호하기 때문이다.


세상의 현란하고 번잡함을버리고

반드시 지켜야 하는 핵심가치 하나만 남기면

본질은 드러나고 인생의 구도는 보다 담백해진다.


추상은 모호함이 아니라 단순함이다.

그 단순함에 삼라만상의 반전이 있다.

사유와 질문을 깊숙이 품으면.


유영국 화백의 <산>이 그렇고 삶이 그렇다.



Plato W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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