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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하지 않으면 추락한다. 그러나 잘못 변해도 추락한다
by
Plato Won
Nov 5.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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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색화 거장 박서보 화백 작품
모노크롬(monochrome)
하나의 'mono'와 빛깔이라는 'chrome'의
합성어로 미술, 공예와 같은 디자인 분야에서
'단색, 하나의 색깔'의미로 사용되는 단어다.
단일한 색조에 명도와 채도의 변화만으로
매체의 순수성, 평면성, 환원성을 지향하는
서양의 단색화를
일컫는
용어다.
한국 단색화의 거장 박서보 화백은 자신의 단색화
를 서양의 모노크롬으로 불리길 단호히 거부한다.
단색화의 거장 박서보 화백의 생전
인터뷰 내용이다.
"
서양의
모노크롬은 다색화의 상대적 개념으로
출발한다. 반면 우리의 단색화는 서양의 모노크롬 하고는
다르다. 기본적으로
행위의 무목적성이란 게
깔려있는
거다.
서양의 단색화와 다른 점은
첫째, 행위의 무목적성
,
둘째, 행위의 반복성
,
셋째, 행위와 물성과 생각의 합일을 도출하는 것
,
이것이 나의 단색화의 기본 정신이다
.
그러니까 서양의 모노크롬 하고는 전혀 다른
세계의 출발이고, 전혀 다른 결과물이라는 것을
이해해 주시면 좋겠다.
전 세계는 서양의 기치관이 일방적으로
지배하는 세상이란 말이야.
서양의 모노크롬은 자기 생각을 토해낸 걸
이미지화해 놓은 거지. 그것이 서양 미술이지.
나의 단색화는 나의 생각을 토해내서 나를
소위 무(無)로 돌리는 것. 없애버리는, 그런 나를
만드는 것이야. 나의 단색화는 무화(無化)시키는
장소라는 것이지. 그래서 나의 단색화는 서양애들
과는 전혀 다른 거야."
박서보 화백의 단색회는 캔버스에 물감을 칠하고
선긋기를 반복하면서,무엇을 그리겠다는 목적 없이
자신을 수행하듯, 행위를 반복하는 과정에서
완성된다.
서양의 단색화가 색깔을 단일화해서 표현하고자
하는 생각을 단순한 이미지로 표현하는 미니멀리즘
예술이라면, 박서보 화백의 단색화는 선긋기라는
의미 없는 행위를 반복함으로써 꽉 차있는 생각을
지워버리는 생각 비우기인 것이다.
이를 미술 평론가들은 " 서양 단색화가 표현의
예술이라면,
박서보 화백의
단색화는 생각의 예술
이다."라고 정의한다.
생각을 토해내서 이미지를 단순화시키는 것이
아니라, 생각을 토해내서 없애는 무화(無化)로
만드는 박서보의 단색화는 노자와 장자의 철학과
불경을 오래도록 탐구하고 고민하면서 탄생했다고
박서보 화백은 말하고 있다.
'무위자연'과 '유무상생'의 노자철학,
'소요유'와 '제물론'의 장자 철학,
'고집멸도'의 불교의 사상에는
자연이 우리의 스승이고, 비우는 것이 곧 채우는
것이며, 세상을 이것과 저것으로 구분하지
말고 하나로 합일해서 바라보라는 사상이 담겨
있다.
이를 회화로 표현하려고 수년간을 고민하던
박서보 화백은 우연히 둘째
아들
이 어릴 때 공책에
잘못
쓴
한글을 지우기 위해 연필로 시커멓게
반복해서 선긋기를 하는 것에서 단색화 묘법의
착상을 떠올렸다고
한다.
오래도록 머금은 사유와 질문거리가 성질이 전혀
다른 어떤 사건에서
툭 터지듯 생각의 발상이 터진
것이다.
역시 위대한 예술가들은 성질이 전혀
다른 이것과 저것을 연결시키는 은유적 사고가
탁월하다
.
박서보 화백은 평생을 14시간씩 매일 그림을
그렸다고 한다. 말년에 폐암 진단을 받고도
하루 8시간씩 그림을 그렸다고 한다.
대가의 단색화가 그냥 단순히 탄생한 것이
아닌 것이다.
무엇인가를 보다 잘 표현하려고 애쓰는 시대에
생각을 토해내서 아무것도 남기지 않음으로써
치유를 얻도록 하는 것,
박서보 화백이 단색화에 천착하는 이유라고 말한다.
박서보 화백의 전기 회화는 단색화와는 전혀
결이 달랐고, 단색화는 후기에 시도하기 시작했다.
그는 이를 이렇게 말하고 있다.
"변하지 않으면 추락한다.
그러나 잘못 변해도
추락한다."
예술은 기교가 아니라 정신이라는 것을.
그 정신은 삶의 경험과 자연과 철학을 오래도록
머금은 가치철학에서 발산된다는 것을,
박서보 화백의 단색화에서도 엿볼 수 있다.
생각을 토해내서 무화(無化)시키는 것이
단색화라면, 인생에서도 경지에 오르면 인생의
단색화도 그려낼 수 있을까?
변하지 않으면 사라지고,
잘못 변해도 사라지는 변화무쌍의 시대에
생각을 토해내서 무엇인가를 표현하려는
욕심을 버리고, 무화(無化)시킬 수 있는 신의 경지.
그것 또한 살기 위한 변화의 몸부림 아니던가?
'요동치는 고요함'같은 것은 아닐까?.
그의 작품에서 비우고 비워서
깨끗이 비우면 새로운 것으로 채워진다는
'유무상생(有無相生)'
의
정신과
자연이 스스로 그러하듯,
아무 것도 하지 않는 것이 엄청나게 많은 것을
하는 것이라는 '무위자연(無爲自然)'이라는
노자의 철학이 어른거리다
Plato Won
박서보 화백의 선긋기 작업 장면
Plato Won 作,판교 태봉산 산등성이는 온통 김치국물 자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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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노크롬
생각
미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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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lato W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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