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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타들어가네. 세월이 타들어가네.

by Plato Won
Plato Won 作,시간이,세월이 타들어가네


시간아, 세월

걸음 잠시 멈추고,

알콩달콩 이야기라도 하고

좀 천천히 가면 안 될까.


그리 끝없이

없이 앞으로만 내달리고,


뒤돌아볼 줄도 모르고

쏜살같이 앞만 보고 내달리니

따라가기 버겁네.


한쪽으로만 달리면

지겹기도 할 텐데


무슨 생각하는지

도통 알 수 없이


불러도 대답 없이

내달리기만 하네.


들은 , 못 들은

뒤돌아 보지도 않고


앞만 보고 내달리니

섭섭함이 밀물처럼 밀려오지만


어찌하오리


그것이 시간인 것을,

그것이 세월인 것을


그래도 미안함은 남았는지

추억이라는 재만 남기고

냅다 내달리네.


간직하고픈 추억이든

털어내고픈 추억이든

재라도 남아 있으니

생각의 화롯불에 눌러앉아

곱씹기라도 하고


사유의 집게로

뒤집기라도 할 수 있으니


그나마 다행인 것을.


지나간 그 시간을,

지나간 그 세월을,


가슴속에 재라도 남기어

고이고이 간직하네


시간아, 세월아,

너 지나가면 다시 오지 않을

야속한 인연이기에


아련한 재라도

붙들어 잡기 위해


오늘도 애걸복걸

너에게 매달리네


시간이 타들어가네

세월이 타들어가네

야속하게도 타들어가네.


후회하지 않도록,

후회되지 않도록

타들어가기 전에


아련한 재라도 남겨야지


후회하지 않도록

후회되지 않도록

가슴속에서 생채기 나지 않도록


시간과 잘 놀아야지

세월과 잘 지내야지


시간이

마지막 재를 남기고

타들어가네


세월이

새로운 장작더미로

타들어가네


유한한 시간이 있으니,

무한한 추억이 남는 것이지


유한성의 육체가 있으니

무한성의 정신이 남는 것이지


시간이 타들어가네

세월이 타들어가네


내 마음도 타들어가네

아련한 추억의 재만 남기고

타들어가네


Plato Won


Plato Won 作,2023,아련한 추억의 재만 남기고 지나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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