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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lato Won Nov 26. 2024

정겹고 아릿한 할매  詩

Photo by Plato Won


첫눈이 하늘만큼 쌓인 아침

칠곡 할의 詩에

마음 한이 먹먹해온다.


머님들의 詩에서

흰 눈산만큼 때 묻지 않은 순백미 향기가 가득 뿜어져 나온다.



~~~  ~~~ ~~~


<처음 손잡던 날> 


                                  강금연 할머니


처음 손잡던 그날

심장이 쿵덕거린다


도둑질핸는 거보다 더 쿵덕거린다

벌벌 떨리고


부끄러버서 고개를 들도 몬하고

60년이 지나도 그때 생각이 난다



<도래꽃 마당>

      

                                김두선 할머니


마당에 도래꽃이 만타


영감하고 딸하고 같이 살던

우리 집 마당에 도래꽃이 만타


도래꽃 마당에 달이 뜨마

영감 생각이 더 마이난다


<어무이> 

                   

                     이원순 할머니


80이 너머도

어무이가 조타


나이가 들어도 어무이가 보고시따


어무이 카고 부르마

아이고 오이야 오이야

이래 방가타


~~~ ~~~ ~~~


한글을 깨친 뒤 시집 4권을

내 화제가 됐던 경북 칠곡 할머님들의 詩가 중학 국어 교과서 실린단다.


정겹고 아릿하다.


여든 훌쩍 넘은

연세도 詩를 쓰시는,

하물며 이 나이에

글쓰기가 어렵다고?


꾸준히 읽고 쓰보면

저토록 꾸밈 없이도

감정이 새록새록 묻어나 시상(詩想)이 떠오르지

겠는가?


천지가 온통 하얀색인 아침,

할머님들의 詩도 온통 하얀색인 아침이다.


엄마 엄마 우리 엄마

그립고 보고싶은 우리 엄마


눈이 펑펑 내리는 하늘나라에서

편히 쉬고 계실 우리 엄마

항상 해맑게 웃고 지내세요.



Plato W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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