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 뒤에 숨어든 자본주의

1-4 ,토마스 모어 유토피아

by Plato Won
인문아트 추상화


양이 사람을 잡아먹는다!

(1) 사람을 잡아먹는 양


“양은 아주 온순하고 적게 먹는 동물이었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너무나도 욕심 많고 사나워져서 사람까지 잡아먹는다고 들었습니다.“


이 표현은 토머스 모어가 당시의 인클로저 운동을 묘사하면서 남긴 말입니다.


아니, 양이 사람을 잡아먹는다니!

과연 현실에서 가능한 일일까요?

도대체 어떤 일이 있었던 건지,

그 시절로 한번 거슬러 가보겠습니다.


16세기 영국은 중세의 봉건 제도에서

근대적 산업 혁명으로 옮겨 가던 과도기였습니다.


당시 봉건 제도에 따라

각 지역마다 토지를 소유한 영주들이

가신들에게 농지를 하사하고,

가신들은 다시 농민과 농노에게 경작을 맡겼지요.


수확을 하면 농민과 농노는 가신에게,

가신은 다시 영주에게 농작물을 세금으로 바치고, 그 대가로 영주는 그들의 안전을 보장해 주는 구조였습니다.


그런데 프랑스와의 백년 전쟁에서 패배하고, 자국 내 두 왕족 가문 간의 다툼인 장미 전쟁까지 치르면서

영국의 봉건 제도는 흔들리기 시작합니다.


영국은 국토의 상당 부분이 늪지라서

농산물이 변변치 못한 데다,

오랜 전란으로 노동 인력도 급감한 탓이지요.


(2) 인클로저 운동


바로 그때, ‘양모 산업’이라는 절호의 기회가 찾아옵니다.


농사가 쉽지 않아 방치되던 땅들이

양 떼가 뛰어 노는 최적의 목초지로 변모한 것입니다.


처음에는 단순히 양을 기르고 그 털을 깎아

인근 유럽 국가에 수출하는 정도였지만,

영국이 모직물을 자체적으로 생산하기 시작하면서 고급 모직물을 파는 산업 국가로 성장하게 된 것이죠.


질 좋은 영국산 모직물이 불티나게

전 세계로 팔려 나가면서 영국의 국토는

양 떼로 넘쳐나고 양들의 몸값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아 귀하신

몸이 되었습니다.


이렇게 양모 값이 급등하자

땅을 가진 왕과 귀족들, 양모를 수출하는 부유한 상인층인 젠트리들은

돈방석에 앉습니다.


반면, 농민을 비롯한 대다수의 민중들은

비참한 실업자로 전락하지요.

이것이 바로 양들이 사람을 잡아먹는 ‘인클로저 운동’입니다.


‘인클로저’는 ‘울타리 치기’라는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왕족이나 귀족, 성직자들이 양을

키우기 위해서 자신의 영지는 물론 주변 공유지에까지 울타리를 쳤던 것을 가리킵니다.


이들이 공유지에도 울타리를 치고 ‘여긴 내땅!’을 외치니 힘없는 농민들은 빈손으로 쫓겨날 수밖에 없었습니다.


거기다 일손이 많이 필요했던 농사와 달리,

양을 키우는 일은 목동 한두 명이면 충분했기 때문에 일자리를 찾아 농민들이 도시로 몰려듭니다.


하지만 농사 말고는 달리 할 줄 아는

기술이 없었던 그들은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채, 거리의 부랑자나 빈민으로 전락하고 말았습니다.


결국 배고픔에 지쳐 좀도둑이 되기도 했는데, 왕과 귀족, 법률가들은 이런 농민들의 처지를 개선해주기는커녕

사형이라는 가혹한 형벌만 내렸습니다.


(3) 양 뒤에 숨어든 자본주의


그렇다면, 정말 양에게 죄가 있는 걸까요?


농토와 집, 마을까지 황폐하게 만들고

농민들을 죽음으로 내몬 것은

상류층인 귀족과 성직자들의 탐욕과 나태 때문이 아닐까요?


‘양이 사람을 잡아먹는다’는 비유적 표현은

모어가 16세기 영국의 참담한 현실을 비판한 것입니다.


토머스 모어는 젊은 시절, 자본주의의 싹이 움트기 시작한 영국에서 이러한 상황을 수없이 목격하며,빈민을 수호하는 변호사 활동을 했었습니다.


그러한 그이기에 부를 독점한 소수가 아닌

모두가 행복한 세상, 바로 그 이상향인 유토피아를 꿈꾸게 된 것은 아닐까요?


영국은 인클로저 운동의 여파로

여느 유럽 국가에 비해 빨리 봉건 제도가 몰락합니다.


그 결과 상공업이 발달하여 도시는 더욱 번창하고 인구가 급증했지요.

하지만 그로 인해 다시 곡물 가격이 급등했고,이는 제2차 인클로저 운동으로 이어졌다고 하니 참으로 아이러니합니다.


한마디로 자본주의가 자본주의를 잡아먹은 셈이지요.

(3) 추상화 이해하기


이제 추상화를 살펴볼까요?


<그림 1-1 전체 스케치>

힘없는 중세의 농민을 상징하는 개미의 등에 귀족을 상징하는 각종 금은보화와

교회 세력을 상징하는 십자가가 얹혀 있습니다.


이들의 무게를 견디기에는 개미의 다리가 너무나 얇아서 금방이라도 무너질 것처럼 꺾여 있습니다.


이는 노예나 다름없는 중세 농민의 처참한 현실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그림 1-2 조각 그림>

그런데 귀족의 영토에 파릇파릇한

초원이 펼쳐져 있습니다.


이는 영국에서 생산되는 양모가

다른 나라에 비싼 값에 팔린다는 것을 깨달은 귀족과 교회 세력이 양 떼를 키우기 위해 자신의 영지와 공유지에 울타리를 쳐서 농민들을 쫓아낸 인클로저 운동을 나타냅니다.


개미의 몸을 갉아 먹고 있는 흰색 점들은

당시 농민들의 숨통을 조여 온 목축업을 상징하고 있습니다.


<그림 1-3 조각 그림>

귀족들은 공유지를 포함한 모든 밀밭을

초지로 갈아엎어 양 떼를 키웠고

양모를 판 돈으로 엄청난 부를 축적했습니다.


한마디로, 귀족의 영토에 황금빛 밀 대신

금이 자랐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렇게 상류층의 탐욕으로 금의 무게가 더해지자, 농민들은 생활의 터전을 잃고 하나둘 도시로 내쫓기듯 떠나야 했지요.

오늘날에도 자본주의 체제를 채택한

많은 나라가 빈부격차의 심화와 높은 실업률이라는 심각한 사회 문제에 직면해 있습니다.


부유층과 빈곤층 사이에 벌어진 간극은

좁혀지기는커녕 시간이 갈수록 점점 더 벌어지고 있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지요.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만들기 위해

과연 우리는 어떤 이상향을 꿈꾸어야 할까요?



Plato W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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