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족의 콧수염으로 배고픈 하층민의 죄를 묻다

2-1 토머스 모어 유토피아

by Plato Won
16세기 영국의 시대상을 풍자한 추상화


가혹한 처벌만이 최선인가

(1) 왕자와 거지


16세기 중반, 영국 런던에서

두 사내아이가 태어납니다.


왕실에서 태어난 에드워드는 왕세자로서 부유하게 자란 반면, 빈민가에서 태어난 톰은 구걸을 하며 근근이 살아가지요.


그러던 어느 날, 우연히 마주친 두 소년은

서로가 쌍둥이처럼 닮았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에드워드의 제안으로 옷을 바꿔 입으면서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되는데요,


바로 마크 트웨인의 유명한 소설 「왕자와 거지」 속 이야기입니다.


헨리 8세의 유일한 아들 인 에드워드 왕자가 이 이야기 속 주인공의 실제 모델이라고 하네요.


빈민가와 도둑 소굴, 감옥 등을 전전하며

하층민의 비참한 삶을 목격하게 된 에드워드는 우연히 빈민가에서 흘러나오는 노랫소리를 듣습니다.


“착한 남자는 멀리 간다네.

착한 여인이여, 나가서 보고 또 보시게.

런던시 외곽으로 나가서, 그대 물건을 훔친 자가 교수형에 처해지는 것을. “


노랫말에 따르면, 한 남자가

다른 사람의 물건을 훔친 죄로 교수형에 처해집니다.


그런데 그 남자는 왜 ‘착한’ 사람으로 표현된 걸까요?


여기서 ‘착한’은 우리 주변에 살고 있는

‘평범한’ 사람을 의미합니다.


그렇다면 평범한 사람이 도둑으로 전락하고

교수형에 처해진 까닭은 무엇일까요?

(2) 사라지지 않는 범죄 / 가혹한 처벌


당시 영국의 지배층들은 도시 곳곳에서 범죄가 끊이지 않자, 좀도둑에게도 사형을 선고했습니다.


하지만 생계형 절도를 저지르는 빈민층의 대부분은 농촌에서 쫓겨나 도시로 온 농민들이었습니다.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거리를 떠돌다가

먹고살려고 빵을 훔친 사람들이었지요.

이들에게 공포심을 조성해 더 이상 범죄를 저지르지 못하게 하기 위해서 지배층은 생계형 절도범도 교수형이라는 중형에

처한 것입니다.


문제는 이러한 가혹한 처벌에도 불구하고

범죄가 줄어들지 않았다는 데 있습니다.

사회 구조상 남의 물건을 훔치지 않고서는

도저히 먹고살 수 없는 상황이라면

사형에 처해진대도 도둑질을 할 수밖에 없는 것이지요.


상황이 이런데도 농민들을 벼랑 끝까지 내몬 장본인인 왕과 귀족들은 처벌에만 혈안이 되어 있었습니다.


그러니 모두가 정의롭고 행복하게 사는 세상을 꿈꾸었던 토머스 모어로서는 참담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입니다.


이러한 시대적 상황을 염두에 두고 추상화를 살펴볼까요?


(3) 추상화 이해하기


<그림 1-1 조각 그림>

콧수염과 턱수염을 기른 영국 귀족이 보입니다. 그런데 콧수염 모양이 어딘가 신기합니다.


마치 양 끝에 추가 달린 저울처럼 생겼습니다.


귀족은 지금 수염으로 무언가를

저울질하고 있습니다.


아마도 물건을 훔친 좀도둑에게 어떤 처벌을 내릴지 죄의 무게를 달아보는

중인 것 같군요.


<그림 1-2 조각 그림>


귀족의 수염이 푸른빛을 띠면서 허옇게 번뜩입니다. 냉정한 처벌을 상징하는 이 빛깔 사이로 간간이 보이는 붉은빛은

하층민의 억울한 희생을 암시합니다.


여기에는 귀족 때문에 농토를 잃고

빈민이 된 농민들, 모시던 귀족이 몰락하거나 사망하면서 떠돌이로 전락한 시종들이 모두 포함되어 있습니다.


<그림 1-3 조각 그림>

귀족의 모습 위로 왕의 얼굴이 겹쳐 보입니다. 그는 화려한 금관을 쓴 채

위엄을 뽐내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의 얼굴에는 귀족과 마찬가지로

냉정한 푸른빛이 감돕니다.


게다가 정면을 주시하지 않고 다소 비뚤어져 보이는 시선은 하층민이 겪고 있는 고통을 외면한다는 인상을 줍니다.


<그림 1-4 조각 그림>

결국 왕도 귀족과 다르지 않았습니다.

그 역시 냉혹한 표정으로 단순 절도범을 교수대로 내몹니다.


먹고살기 위해 빵 한 조각을 훔친 게

과연 그 사람의 생명을 빼앗을 정도로 큰 죄일까요?


지배층은 도시에 좀도둑이 들끓는 문제가

하층민이 무능하고 게으른 탓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것은 도덕적이지 못한 일부 개인의 탓이 아닙니다.


생존을 위협받고 있는 사회적 약자를 외면한 사회 구조야말로 이 문제를 낳는 근본 원인입니다.


그 해결책은 개인에 대한 가혹한 처벌이 아니라 교육이나 사회 제도의 개선에서 찾아야 마땅하지 않을까요?



부와 신분이 대물림 되는 나라,

가난을 벗어나기 위한 기회가 원천적으로

차단된 나라에서 배고픔은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요?


더불어 함께 잘 사는 공동체를 위해서

인류는 역사가 지속되는 한 끊임없는

이념 논쟁을 지속할 수밖에 없습니다.




Plato W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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