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어디에도 없는 작은 섬나라

2-3,토머스 모어 유토피아

by Plato Won
토머스 모어 유토피아 추상화


어디에도 없는 작은 섬나라

(1) 유토피아의 4행시

“한때 반도(半島)였던 나를

우토푸스 왕이 섬으로 만들었노라.


모든 민족 가운데 나 홀로, 그리고 복잡한 추상적 말들도 없이 사람들 눈앞에 철학적 도시를 선보였노라.


나의 것을 기꺼이 나누어 주고,

나보다 나은 것을 주저 없이 받아들이노라.”


4행으로 된 이 시는 페테 힐레스가 네델란드의 공직자이자 인문학자인 제롬 부스레이덴에게 쓴 편지에 나오는 것입니다.


힐레스는 작중 모어가 안트베르펜을

떠나고 나서 히슬로다에우스가 자신에게

이 시를 보여주었다고 말하고 있지요.


물론 이러한 설정은 독자가 유토피아 이야기를 실제 있었던 일이라고 느끼도록 하는 문학적 장치입니다.


그렇다면 히슬로다에우스가 입에 침이

마를 정도로 극찬을 아끼지 않는 나라, 유토피아는 어떤 곳일까요?


이 시에서 알 수 있는 유토피아

관련 정보는 다음과 같습니다.


(2) 유토피아의 특징


첫째, 유토피아는 과거에 반도였으나

우토푸스 왕에 의해 섬이 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유토피아는 원래 대륙의 끄트머리에 붙어 있던 반도로, 거기에는 야만적인 원주민이 살고 있었습니다.


그 뒤 그곳을 정복한 우토푸스가

자신의 군대와 원주민을 동원하여

유토피아를 섬으로 만들었습니다.


둘째, 유토피아인들이 복잡하거나

추상적인 표현을 쓰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무릇 진리는 단순하고 명쾌해야 합니다.


지나치게 복잡하거나 추상적인 표현은

겉으로 자신의 지식이나 권위를 뽐내기에는 좋을지 몰라도, 서로의 의사소통을 방해할 따름입니다.


셋째, 유토피아가 철학을 중시하는 나라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철학에서는 정의와 도덕을 강조합니다.


그러므로 유토피아는 정의롭고 도덕적인 사회라고 추측해 볼 수 있습니다.


넷째, 유토피아인들은 자기 것을 남과 나누고, 더 나은 문물을 받아들이는 데

인색하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모두가 같은 옷을 입고, 같은 모양의 집에 살며, 생활에 필요한 재화를 모두 함께 생산하여 똑같이 나누어 가집니다.


그리고 1,200년 전에 표류해 온 로마인과 이집트인들에게서실용적인 기술을 습득하는가 하면, 히슬로다에우스 일행이 전해 준 유럽의 문물을 빠르게 익히는 등

배움에 대한 열정으로 가득 차 있지요.


(3) 비참한 현실을 비추는 거울


토머스 모어가 상상으로 창조해 낸 유토피아는16세기 영국의 비참한 현실을

비추어 주는 거울 역할을 합니다.


모어는 애초에 유토피아의 지리적 환경을

영국의 그것과 동일하게 설정하였습니다.


영국 역시 사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섬나라로, 유토피아의 수도 이름인 아마우로툼은 ‘안개 낀 도시’라는 뜻으로 런던을 연상시킵니다.


그리고 유토피아를 이루는 도시가 54개인 것은 그 당시 영국의 53개 주와 런던을 합친 숫자 54와 정확히 일치합니다.


모어는 16세기 영국의 비참한 현실이

유토피아처럼 이상적인 모습으로 바뀔 수 있다는 희망을 담아, 유토피아를 영국과 닮은꼴로 설정한 것입니다.


그런데 유토피아의 특징 중에는

실제 영국과 차이를 보이는 부분도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점에서 영국과 다른지

추상화를 통해 살펴보도록 할까요.


(4) 추상화 이해하기


<그림 3-1 조각 그림>

바다에 돌을 던지면

물결이 출렁이며 잔잔한 파문이 생겨납니다.


스케치는 중심에서부터

가장자리로 서서히 퍼져나가며 동심원 모양을 그립니다.


<그림 3-2 조각 그림>

이때, 중심부의 덩어리는 ‘돌’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돌‘은 모순으로 가득 찬 영국의 정치 현실에 침묵으로 맞섰던 토머스 모어의 저항 의지를 상징합니다.


모어의 굳은 의지가 영국과 유럽 사회에 파문을 일으켰고, 처음에는 잔잔했던 이 파문은 차츰 크게 번져 나갔습니다.


<그림 3-3 조각 그림>

동심원 스케치의 중심부에채색된 원이 균형 잡힌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바다 한복판의 섬처럼 보이는 이 원은

토머스 모어의 저항 의지에서 비롯된 상상력의 산물인 유토피아를 상징한다고

볼 수 있지요.


유토피아는 지리적 환경에서는 영국을 쏙 빼닮았으나, 정치적 환경을 보면 절대 왕정 국가였던 16세기 영국에 비해 훨씬 진보했습니다.


추상화에서 원의 정중앙에 보이는 흰색 띠 세 개는 투표용지를 의미하는 것으로,

자신들의 대표를 투표로 직접 선출하는

유토피아의 민주적 시스템을 상징합니다.


<그림 3-4 조각 그림>

토머스 모어가 꿈꾸었던 이상향인 유토피아가 완벽한 원의 형태를 갖추고 화려하게 등장합니다.


모어는 소설 『유토피아』에서 헨리 8세가 다스리던 영국 사회의 부도덕과 부조리를 우회적으로 비판하고 있습니다.


가공의 인물인 ‘히슬로다에우스’는

‘허튼소리를 퍼뜨리는 자’라는 뜻이고,

가상의 섬 유토피아는 ‘어디에도 없는 곳’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지요.


추상화의 스케치에 등장했던 ‘돌’은

파문을 일으키다가 바다 속 깊은 곳으로 빠져 버렸는지 보이지 않습니다.


이는 유토피아가 실현 가능성이 없는 이상향임을 상징하지요.


하지만 꿈이 반드시 실현 가능한 것만을 가리키지는 않습니다.


여러분의 어린 시절을 한번 돌이켜 보세요.

장난삼아 돌을 던져서 물 위로 잔잔한 파문이 일면, 그때만큼은 자신의 꿈을 떠올리며 가슴이 두근거렸을 겁니다.


모어 역시 『유토피아』를 집필하는 동안만큼은 영국이 유토피아처럼 진정한 정의와 번영을 이룰 날이 반드시 올 거라고 굳게 믿지 않았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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