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이 즐거운 나라

2-4 토머스 모어 유토피아

by Plato Won
토머스 모어 유토피아 추상화


평등한 노동과 즐거운 여가

(1) 워라밸


지금도 안 되는 워라밸을 16세기 유토피아에서 누리고 살았다고요?


워라밸은 에너지와 시간을 적절하게 배분함으로써 일과 삶의 균형을 이루고,

양쪽 모두에서 만족을 느낄 수 있는

상태를 말합니다.


반세기 전부터 쓰이던 이 용어가

우리 사회에서 화제가 된 것은 비교적 최근의 일입니다.


워라밸을 강조하는 젊은이들은

조직보다는 개인에 더 큰 의미를 둡니다.


이러한 워라밸 세대의 등장은

개인의 삶에 집중하는 사회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는 증거입니다.


타인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하는 것이 아니라 행복한 삶, 그 자체를 인생의 목적으로 여기는 사람들이 늘어났다는 증거이기도 하고요.


이처럼 행복한 삶은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의 꿈입니다.


하지만 당시 영국에서 이러한 꿈을 꿀 수 있는 것은 극소수의 특권층뿐이었습니다.


(2) 영국의 노동자법


1495년 헨리 7세는 민중의 노동력을

대량으로 착취하기 위한 법률을 제정합니다.


지방 권력이 극빈자들에게 노동의 의무를 부과하고, 가난한 사람들에게 일자리를 찾도록 하며, 그들의 자녀에게 작업 기술을

가르칠 것을 권고하는 내용이었습니다.


그냥 보기에는 이러한 내용이 왜 문제가 되나 싶죠?


하지만 이 법은 농민이나 유랑민들을

자기 의지와는 무관하게 강제 노동으로 내몰았고,결국 ‘피의 입법’이라 불리게 됩니다.


실제로 1515년 무렵 영국의 노동자법에 따르면, 민중은 낮이 짧은 동절기에는

동틀 때부터 해가 질 때까지 일해야 했습니다.


그리고 낮이 길어지는 하절기에는

오전 5시부터 오후 7시 또는 8시까지 일하도록 하는 규정이 있었지요.


이런 식으로 민중은 하루에 12시간 이상을

고된 노동에 시달려야 했습니다.


16세기 영국 민중의 비참한 현실에

비추어 본다면, ‘하루 6시간만 일해도 누구나 부족함 없이 살 수 있다’는 유토피아의 노동 조건은 그야말로 혁신적인 것이 아닐 수 없습니다.


(3) 노동을 즐거워하는 나라


토머스 모어는 히슬로다에우스의 입을 빌려, ‘유토피아는 노동을 즐거워하는 나라’라고 강조합니다.


그곳에서는 극소수의 관리나 성직자, 학자를 제외한 모든 사람이 생산적인 노동에 종사합니다.


모든 구성원이 공평하게 노동에 참여하기 때문에, 하루에 6시간만 일해도 국민 모두가 생계 걱정 없이 살 수 있지요.


게다가 생활에 꼭 필요한 물건만 만들고,

불필요한 노동은 최소화하므로

넉넉한 여가 시간을 확보하여 자기 계발에도 힘쓸 수 있습니다.


물론 유토피아는 오늘날의 국가에 비해 영토도 좁고, 인구도 훨씬 적어서 단순 비교가 어려울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런 점을 감안하더라도

노동 조건을 개선하여 구성원들의 삶의 질을 높이고,관련 복지 서비스를 제공하는 일이 국가의 몫이라는 모어의 주장은 분명 시대를 앞선 것입니다.


(4) 추상화 이해하기


이제 추상화를 살펴볼까요?


<그림 4-1 조각 그림>

삼각형 모양의 깃발이 세워져 있습니다.

동양 철학에서 숫자 3은 ‘양’의 수인 1과 ‘음’의 수인 2의 합으로 이루어진 완전수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스케치 속 삼각형은

이상적인 사회 조건이 충족된 완전한 형태의 유토피아를 의미하지요.


깃발의 색이 칠흑 같이 어두운 검은색인 것은16세기 영국의 암울한 현실을 상징합니다.


하루 12시간 꼬박 일해도

끼니조차 잇기 힘든 민중과 달리,

귀족은 손가락 하나 까닥 않고도

사치와 향락을 누릴 수 있었습니다.


<그림 4-2 조각 그림>

깃발의 삼각형 안에 ‘손’이 등장합니다.

그런데 손이 하나가 아닌 여러 개가 질서 있게 배열되어 있습니다.


게다가 모두 크기가 동일하지요.

이것은 모든 구성원이 공평하게 하루에 6시간씩 일하고 그 대가 역시 공정하게 나누는 유토피아의 이상적인 노동 현실을 상징합니다.


<그림 4-3 조각 그림>

하나의 삼각형이 두 부분으로 나뉘었습니다.


바깥쪽 삼각형의 테두리에는 파란색이 덧입혀졌군요. 이것은 평등한 노동과 공정한 분배의 실현을 뒷받침해 주는

이성의 힘을 상징합니다.


안쪽 삼각형의 테두리를 물들인 붉은색은

구성원들이 여가 시간을 마음껏 즐길 수 있게 해주는 각종 복지 제도를 상징합니다.


단순히 노동 시간을 줄이는 것만으로

구성원들의 삶의 질은 높아지지 않습니다.

기업인이나 근로자의 개인적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으므로 국가가 사회 제도를 마련하여 보완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유토피아는 병원, 육아시설, 공동 식당 등을 통해 질 높은 복지 서비스를 무상으로 제공하고 있지요.


<그림 4-4 조각 그림>

안쪽 삼각형의 내부가 초록빛 물결로 채워졌습니다. 이것은 유토피아 경제의 바탕이 농업임을 상징합니다.


유토피아에서는 누구나 농사를 지을 줄 알아야 하므로, 남녀 모두 어려서부터 농사짓는 법을 배웁니다.


물론 양모 만드는 일이나 석공일, 목공일

자신에 맞는 기술도 배울 수 있습니다.


<그림 4-5 조각 그림>

삼각형 정중앙에 ‘별’이 나타났습니다.


여기서 ‘별’은 충분한 여가 시간과 세심한 복지 제도 덕분에 누리게 된 정신적 자유와 행복을 상징합니다.


노동 시간의 최소화, 여가 시간의 확보, 다양한 복지 제도는 하나같이 ‘모두의 행복’을 이루기 위한 전제 조건들이지요.


이처럼 토머스 모어는

모두가 행복한 나라를 만드는 데

‘노동과 여가의 적절한 균형’이 중요한 몫을 차지한다고 보았습니다.


지금으로부터 500년 전에 이미 워라밸을 강조한 셈이네요.


세상이 아무리 빠르게 바뀌어 가더라도

결국 그 본질을 꿰뚫어 보는 통찰력 앞에서는 변화의 속도가 무의미하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Plato W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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