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으로 요강을 만드는 나라

2-5,토머스 모어 유토피아

by Plato Won


(1) 황금의, 엘도라도


오늘날, 황금은 부의 상징이라 할 수 있습니다.


고대 사회에서도 그랬을까요?

고대의 인류에게 ‘황금’은 영혼과 육체를 이어 주고,인간의 영혼과 신을 연결해 주는 매개체였다고 합니다.


당시의 주술사들은 동물 모양의 황금 가면을 이용해 변신함으로써 병을 치료하거나 날씨 변화를 관장하곤 했지요.


콜롬비아 원주민인 무이스카 부족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그들에게 황금은 영적 의미를 지닌 도구일 뿐,탐욕의 대상이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무이스카의 족장은 온몸에 황금을 바르고,신성한 호수에 황금과 에메랄드를 던지며 신에게 제사를 지낸 것이죠,


그랬던 그들의 세계가 황금에 눈이 먼 침입자들로 인해 철저히 파괴되고 유린되기 시작한 것은 바로 16세기 무렵입니다.


스페인 출신 정복자들 사이에서

황금의 땅, ‘엘도라도’에 대한 소문이 빠르게 퍼져 나가면서 수많은 사람들이 남아메리카로 몰려들었습니다.


정복자들은 원주민들의 생명과 터전을 파괴하면서까지 집요하게 황금을 찾았다고 합니다.


황금문명을 대표하는 신비로운 전설 속 ‘엘도라도’는 탐욕에 눈이 멀어 일확천금을 노리던 이들에 의해 결국 슬픈 역사를 간직하게 된 것이죠.

(2) 황금에 눈이 먼 사람들


『유토피아』에는 금은보화로 온몸을 치장하여 부를 과시하려다 망신만 당한

먼 나라의 외교 사절단이 등장합니다.


황금 보기를 돌같이 하는 유토피아인들은

화려하게 꾸민 그들을 노예라 생각하여 외면했습니다.


황금으로 요강을 만드는 유토피아에서

보석은 아이들이나 갖고 노는 장난감일 뿐입니다.


그들은 아무런 가치도 없는 황금을 좇는 것이 매우 어리석은 일이라 생각하였지요.


이 이야기를 통해, 토머스 모어는

황금에 집착하던 그 당시 유럽인들의 세태를 풍자하고 있습니다.


조선술과 항해술의 발달로 막이 오른 ‘대항해시대’에 서구 열강은 너도나도 신대륙을 찾는 데 혈안이 되어 있었습니다.

겉으로 내세운 명분은 기독교 사상의 전파였지만, 진짜 목적은 식민지를 늘려서 그곳의 금과 은, 후추 등을 헐값에 본국으로 가져와 막대한 이익을 얻으려는 것이었죠.


이처럼 인간은 탐욕에 눈이 멀어

스스로 물질의 노예가 되기 쉽습니다.


유토피아인들은 당시 유럽인들을

바라보며,과연 어떤 생각을 했을까요?


추상화를 통해 그들의 생각을 살펴볼까요?

(4) 추상화 이해하기


<그림 4-1 조각 그림>

스케치 왼쪽, 한 사람이 쭈그려 앉아 있는 모습입니다.


몸이 흰 기둥에 꽁꽁 묶여 있는지,

마음대로 움직일 수 없어 보입니다.


한 가지 이상한 점은

그를 묶어 둔 밧줄이나 사슬이 보이지 않는다는 거죠.


이 그림을 다른 시각에서 한번 바라볼까요?


그의 몸이 묶여 있던 흰 기둥은

마치 거꾸로 머리를 박고 있는

또 다른 누군가의 얼굴처럼 보입니다.


이쯤에서 문뜩 궁금해집니다.

무엇이 두 사람을 구속하여 몸이 묶인 듯 움직이지 못하거나 머리를 박고 거꾸로 서도록 만든 걸까요?


<그림 4-2 조각 그림>

스케치 오른쪽에 요강이 등장했습니다.


알다시피 요강은 배설물을 임시로 담아 두는 역할을 합니다.그래서 생활에 요긴하긴 해도 불결하다고 여기는 사람이 많습니다.


유토피아에서는 그런 요강의 재료가 황금입니다.


그곳 사람들은 생활에 아무런 쓸모가

없는 황금을 좇는 것을 어리석은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요강을 비롯한 하찮은 물건들,

노예를 묶는 사슬과 무거운 족쇄를 모두 금과 은으로 만들었지요.


황금은 노예들이나 몸에 걸치는 가치 없는 것이라고 생각하다보니,그들에게 귀금속은 부의 상징이 아니라 오히려 경멸의 대상입니다.


<그림 4-3 조각 그림>

그림 상단에는 선명한 초록색이,

그림 하단에는 화려한 원색과 금빛이 눈에 띄네요.


하단의 원색과 금빛은

땅속에 묻혀 있는 귀금속과 황금을 상징합니다.


두 사람을 구속하고 있는 힘의 정체는

바로, 물질에 대한 욕망이지요.


우리 생활에 꼭 필요한 자연의 선물을 외면한 채 땅속에 머리를 파묻고

가치 없는 황금을 좇는 사람들을 은유적으로 표현한 것입니다.


기둥에 묶인 사람도, 황금을 찾으려고 땅속에 머리를 박고 있는 사람도 모두 물질의 노예로 전락해 버린 인간의 모습입니다.


<그림 4-4 조각 그림>

이제 요강이 검은 빛을 띠며 반짝거립니다.


자연의 섭리는 한없이 너그러운 어머니와도 같아서 우리 생활에 쓸모없는 것은 금과 은처럼 눈에 띄지 않게 감추어 두었습니다.


그 대신에 꼭 필요한 최상의 선물들은

공기, 물, 땅처럼 외부에 드러내 놓았지요.


우리도 유토피아인들을 본받아

황금 요강도 놋쇠 요강이나 다를 바 없다고 여기는 자세가 필요하지 않을까요?


‘정말로 귀중한 것들은 우리 주변에

있음을 잊어서는 안 된다‘는 토머스 모어의 충고를 새겨들어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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