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만 주면 싸우는 용병을 쓰레기 취급하는 유토피아인들

3-6 토머스 모어 유토피아

by Plato Won

용병으로 본 유토피아의 그늘

(1) 용병의 나라


눈 덮인 알프스와 낭만적인

호수의 나라, 스위스.


지금은 선진국으로 손꼽히지만,

중세 시대에는 유럽 최대의 용병 수출국이었습니다.


그런데 스위스가 용병으로 이름을 떨치게 된 데에는 아픈 역사가 숨겨져 있습니다.


국토의 70%가 산악 지대였던 스위스는

제대로 농사를 지을 수 없었을 뿐만 아니라

무역과 산업이 발달할 기반마저 없어서

사람들이 먹고 살길이 막막했습니다.


게다가 합스부르크 왕가의 지배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끊임없이 항쟁을 벌어야 했지요.


이처럼 험준한 환경에서 숱한 전투를 겪으며 단련이 된 스위스인들은

야성적이고 용맹해서 힘든 일을 잘 참는 강인한 민족으로 알려졌고,


이탈리아, 프랑스 등 주변 국가에 용병으로 진출해 외화를 벌어들이게 됩니다.


『유토피아』에 등장하는 ‘자폴레타’ 용병이

바로 이들을 의미하지요.


(2) 용병의 폐해


문제는 의리 있고 용맹한 용병만 있었던

게 아니라는 겁니다.


대부분의 용병들은 잔인한 약탈을 일삼고

각종 불법 행위를 저질렀기 때문에

일반 백성들에게는 악마와 같은 존재였습니다.


오죽하면 용병의 행태를 한평생 지켜본 니콜로 마키아벨리가 『군주론』에서 ‘용병은 결코 일치단결되지 않으며,


야심만 가득하고 비겁해서

배반할 가능성이 큰 집단‘이라고 냉소하면서 자국군의 필요성을 부르짖었을까요.


(3) 유토피아와 용병


유토피아인들 역시 자폴레타 용병을

‘쓰레기 같은 존재’라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자폴레타인들은 자신에게 돈을 지불하는

고용인들을 위해 전쟁을 대신 치르지만,

오늘 싸우던 적이 내일 돈을 조금 더 준다고 하면 곧바로 그 편에 가서 싸웠습니다.


그러다가도 다음날, 원래 고용주가 돈을

더 준다고 하면 다시 돌아오기도 했지요.


그래서 그들은 어떤 나라보다도

돈을 제일 많이 지불하는 유토피아를 위해

기꺼이 싸우곤 했습니다.


유토피아인들은 평소에 쌓아 둔 황금을 모조리 쓰더라도 용병을 사서 자국민 대신 전쟁터에 내보냈지요.


자국민의 목숨은 소중히 여기면서

용병들은 전쟁으로 내모는 유토피아,

그런 유토피아의 이면을 추상화를 통해 살펴볼까요?


(3) 추상화 이해하기

<그림 6-1 조각 그림>

백조가 호수 위에 유유히 떠 있습니다.

수면 위로 보이는 그 자태는 우아하기 그지없습니다.


여기서 ‘백조’는 유토피아를 상징합니다.

유토피아는 평화를 사랑하고

국민의 생명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곳인 만큼,가장 이상적인 나라로 보이지요.


<그림 6-2 조각 그림>

그런데 수면 아래의 상황을 살펴볼까요?


백조는 우아한 삶,

정확하게 표현하자면 ‘우아해 보이는 삶’을 위해 물속에서 두 발을 쉼 없이 버둥거리고 있습니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백조의 발버둥’은

유토피아인들의 이중적이고 잔혹한 처사를 상징합니다.


그들은 전쟁을 치르기 위해

세계 각지에서 용병을 고용했는데,

동쪽으로 800킬로미터 떨어진 산악 국가인

자폴레타 출신이 많았습니다.


유토피아인들은 고액의 보수를 미끼로

자폴레타 용병들을 가장 위험한 곳으로 내몰았습니다.


용병 대부분이 살아 돌아오지 못하더라도

책임감을 전혀 느끼지 않았지요.


<그림 6-3 조각 그림>

백조가 은은하게 빛나고 있습니다.

그러고 보니 수면 위의 자세도 훨씬 더 우아해 보입니다.


백조의 우아함이 배가 된 만큼,

유토피아인들의 잔혹함은 도를 넘어서지요.


대가만 두둑하면 의리를 헌신짝처럼 버리는 용병들은 이 땅에서 말끔히 쓸어 내는 편이

오히려 인류에게 유익한 일이라고 생각하다니!


도덕적 수준이 높아서 최소한의 법률만으로 살아갈 수 있고, 황금으로는 요강이나 만든다는 유토피아인들이 맞나 싶습니다.


<그림 6-4 조각 그림>

수면 아래 백조의 발이 온통 어지럽게 채색되었습니다.


화려한 듯 보여도 초라한 그 풍경은

곧 유토피아의 어두운 면을 암시합니다.


자국민의 목숨은 소중하게 여기면서

용병의 목숨은 하찮게 보는 이중적인 태도는‘모두가 함께 행복하게 사는

나라’에 결코 어울리지 않습니다.


Plato Won